자유총연맹 비리 수사 후폭풍 거세진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3.02.27 09: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전산업 감사 보고서 단독 입수…관련 회사들도 도마에

한국자유총연맹을 겨냥한 사정기관의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다. 경찰이나 검찰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이들은 자유총연맹은 물론이고, 산하 기업이나 자회사, 심지어 손자회사의 비리 의혹까지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내부 제보나 진정서가 계속해서 접수되고 있다.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 경찰에 접수된 내부 제보가 발단이 되었다. 자유총연맹이 가짜 영수증을 이용해 국고 지원금을 부풀린 후, 비자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지난해 5월부터 내사에 착수했다. 올 1월에는 ㅎ현수막 납품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 업체는 자유총연맹 고위 간부에게 거액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유총연맹의 수사는 현재 한전산업개발(이하 한전산업) 등 관련 회사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번에는 검찰이 칼자루를 쥐었다. 한전산업은 한국전력 자회사에서 출발해 자유총연맹에 인수된 회사이다. 가정이나 공장의 전력량 검침이나 전기요금 청구서 발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산하에 10여 곳의 석탄화력발전소도 운영하고 있다.

검찰이 자유총연맹 산하 기업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해 주목되고 있다. 바로 위는 한전산업개발 관련 내부 감사 보고서. ⓒ 시사저널 이종현·뉴시스
자유총연맹 산하 기업으로 검찰 수사 확대

2010년에는 희토류 및 철광석 개발에도 나서면서 거래소에 상장했다. 2011년 말 이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천7백55억원과 1백66억원을 기록했다. 검찰은 현재 철광석 개발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에 우선 주목하고 있다. 한전산업은 2010년 광물자원공사 및 대한철광과 함께 광산 개발업체인 대한광물을 설립했다. 대한광물은 대한철광이 소유하고 있던 양양철광산을 인수해 본격적으로 개발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입찰 특혜와 함께 건설비 부풀리기 의혹이 내부 감사에서 적발되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진정서 형식의 제보가 여러 건 접수되었다. 검찰이 이 진정서 내용을 바탕으로 내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한전산업의 자회사인 한산산업개발(이하 한산산업)과 손자회사인 원일산업개발(이하 원일산업) 관련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법적으로 금지된 내부 거래나 특혜 입찰, 무자료 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 등이 골자이다. 이들 회사는 현재 한전산업이 수백억 원대의 지급 보증을 선 상태이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날 경우 한전산업뿐 아니라 대주주인 자유총연맹으로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자가 만난 한전산업의 내부 인사들도 “문제가 심각하다”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사 관계자는 “구멍가게도 이렇게 허술하게 회계 처리를 하지 않을 것이다. 회사가 입게 될 손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전산업측은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절차대로 사업을 진행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한광물 선광장(파분쇄 및 선광 작업을 하는 설비) 건설업체 선정은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진행되었다.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팩트(사실)가 아니고, 필요하다면 관련 자료를 통해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산산업이나 원일산업 역시 원석 확보를 위한 경영적 판단이었다. 내부 감사 결과에 따라 대표이사가 사임하는 등 관련자에 대한 인사 조치를 완료한 상태이다”라고 강조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한전산업 내부 감사 보고서는 달랐다. 보고서에는 관련 문제가 상세하게 언급되어 있었다. 전·현직 대표나 임원의 배임이나 공금 횡령 의혹도 있어 조사가 본격화되면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우선 95억원 규모의 선광장 입찰 비리를 꼬집었다. 이 사업의 입찰에는 3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최종적으로 ㄱ사가 선정되었다. 문제는 ㄱ사를 실제적으로 지배하는 김 아무개씨가 사업 주체인 대한광물의 고문으로 근무했다는 점이다. 철광석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실무위원으로도 참여했다. 때문에 ㄱ사의 낙찰 배경에 김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감사보고서는 지적했다.

실제로 ㄱ사의 입찰 과정은 의문투성이이다. 함께 참여한 ㄴ사나 ㄷ사의 경우 1990년대 말에 설립되었다. 자본금도 각각 33억원과 1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ㄱ사는 2009년에 설립되었다. 김씨가 한전산업 경영진과 함께 철광석 개발을 추진할 때였다. 자본금도 2억원에 불과했다. 때문에 실제 공사는 대부분 함께 입찰에 참여한 ㄴ사나 ㄷ사에 외주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ㄱ사는 입찰 기준에 못 미쳤고, 모회사인 ㅋ사의 수주 실적을 허위로 제출했음에도 평가위원은 전원 만점을 주었다. 물론 ㅋ사 역시 김씨가 지배하고 있었다. 설비의 핵심 부품이 스웨덴산에서 중국산으로 바뀌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문이 일고 있다. 보고서는 “입찰 취소 대상 업체가 낙찰자로 최종 선정되었다. 투자비 역시 52억원에서 95억원으로 증액된 만큼 입찰 담합과 함께 부당 이득을 취득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 회사 관계자는 “입찰은 형식적이고 사실은 수의계약일 것이라는 소문이 내부에 파다하다”라고 말했다.

박창달 vs 김영한 헤게모니 다툼이 배경?

한산산업이나 원일산업의 경우 부적절한 내부 거래로 법인세를 탈루하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내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산산업과 원일산업은 한전산업의 자회사와 손자회사인 만큼 법적으로 내부 거래가 불가능하다. 담당 직원도 당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사업을 강행하면서 10억원 가까운 손실을 입게 했다. 보고서는 ‘세무조사가 나올 경우 1억원 상당의 법인세까지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석을 운반하는 ㅅ업체의 경우 두 회사로부터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받으면서 역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무자료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 돈은 업무 관련 민원 발생 비용이나 유관 기관 접대 비용 등으로 사용되었다. 보고서는 ‘제품 출하 현장에서 현금을 수령하고 증빙 자료를 없애는 방법으로 자금을 조성했다. 현장에 CCTV가 있음에도 한 번도 점검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불법적으로 조성된 자금이 추가로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체 감사에서 형사 고발 의견을 냈지만, 내부적으로 묵살했다. 원일산업은 최근 자본잠식으로 주당 10원에 매각되었다. 때문에 검찰은 현재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사 관계자는 “김영한 대표 역시 비자금 조성 사실을 보고받았다. 이 중 일부가 김대표에게 전달되었다가 문제가 되자 변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이렇듯 자유총연맹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자유총연맹 주변에서는 “경영진의 내부 헤게모니 다툼이 문제의 원인이다”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자유총연맹측 인사들은 현재 경찰 수사의 배경으로 김영한 한전산업 대표를 지목하고 있다. 한전산업측 인사들은 반대로 검찰 수사 배경으로 박창달 자유총연맹 회장을 꼽고 있다. 연맹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박회장과 김대표가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문이 이미 내부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얼마나 더 부각될지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