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권력기관 수장에 누가 오르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3.02.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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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경찰·국정원·국세청 등 개혁 방향 가늠자 될 듯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식만 있었을 뿐, 새로운 내각은 출범하지 못했다. 겨우 정홍원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만 마쳤고, 나머지 17개 부처 장관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아직 줄줄이 남아 있다. 정부조직법에 대한 국회 통과도 2월22일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분간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 내각의 ‘어색한 동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대통령의 정부 부처와 청와대 인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그 뒤를 이어 전개될 주요 권력기관장에 대한 추가 인사가 새로운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탕평’과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어버린 앞선 인사를, 과연 권력기관장 인사에서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지 여부 때문이다. 특히 국가정보원장과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의 인선을 놓고 각종 하마평이 무성하다. 더군다나 이들 사정기관이 오히려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에, 박대통령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검찰청·경찰청·국가정보원·국세청(사진 왼쪽부터). ⓒ 시사저널 임준선·최준필
검찰·경찰·국정원에서 호남 출신 인사 주목

가장 크게 주목받고 있는 것은 검찰총장이다. 검찰총장 자리는 지난해 11월 이른바 검란(檢亂) 파동 이후 한상대 전 총장이 퇴임하면서 지금까지 공석으로 남아 있다. 신임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중수부 폐지 등 검찰 개혁을 직접 수행해야 한다. 이 자리에 어떤 인물이 오르느냐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검찰 개혁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셈이다.

검찰총장추천위원회에서는 김진태 대검 차장(사법연수원 14기), 채동욱 서울고검장(사법연수원 14기), 소병철 대구고검장(사법연수원 15기) 등 3명을 후보자로 법무부장관에게 추천했다. 김학의 대전고검장의 경우 박대통령의 원로 자문 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의 멤버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이 강력히 추천했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다.

야권에서는 이들 중 김차장의 총장 임명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차장은 검란 이후 총장 권한대행을 맡아 조직을 무난하게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계종에서 김차장을 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차장은 독실한 불교 신도로, 고(故) 김기추(1908~85년) 거사의 제자이기도 하다. 이런 인연으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불교계 지도자급 스님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법사위원은 “김차장이 ‘구원투수’로서 제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가 많다. 검찰총장으로 (김차장이) 유력하다고 본다. (이에 따라) 청문회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차장의 아들이 사구체신염으로 군 면제를 받았는데 이 부분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소병철 고검장은 호남 출신으로 탕평 인사 차원에서 총장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사법연수원 15기인 소고검장이 총장이 될 경우 14·15기 모두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이 소고검장을 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나 구색 맞추기용이라는 인식이 많다. 특히 소고검장이 과거 국정원 파견 시절 친정(검찰)에 상처를 준 일이 있어 검찰 OB들이 (소고검장을)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귀띔했다.

채동욱 고검장은 검란 당시 대검 차장을 맡고 있었던 점이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좋은 관계가 아니라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초대 검찰총장은 MB 정권의 치부를 들추어내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MB 정부에서도 이를 염두에 두고 (검찰총장) 인선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지 않겠나. 그런데 (채고검장은) MB 정부의 권재진 법무부장관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경찰청장도 주목받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야지만 수사권 조정이라는 60년 숙원을 풀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단은 현 김기용 청장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한 경찰 고위 간부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박대통령의 스타일상 김청장의 임기(2014년 5월)를 보장해줄 것으로 보인다. 김청장의 임기가 끝난 후 지자체 선거(2014년 6월)가 실시되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 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대선 직전인 12월17일 “대선 관련 댓글 흔적은 없다”는 중간 수사 결과를 부랴부랴 발표했지만, 올해 1월 말부터는 국정원 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인정하는 식으로 어영부영 태도를 바꾸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눈치 보기’ 수사라는 의혹이 일면서 새누리당 내에서 경찰청장 교체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청장이 교체될 경우 치안정감인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 강경량 경기지방경찰청장, 서천호 경찰대학장, 이성한 부산지방경찰청장 등 4명이 대상자가 된다. 이 중 호남 출신인 강경량 경기청장이 발탁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국정원 직원 대선 개입 의혹은 국정원장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차문희 국정원 2차장, 민병환·이병기 전 국정원 2차장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내부 인사를 기용할 경우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북핵 위기로 군 출신 인사가 주목받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장관과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 등이 그들이다. 이럴 경우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와 더불어 군 출신이 안보 라인을 독식하면서 대북 정책 기조가 강경책으로만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국정원장의 경우 무게감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외교안보 분야의 원로를 지명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경대·권영세 전 의원을 꼽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국세청장에는 국가미래연구원 출신 거론

국세청장은 박대통령의 ‘경제 민주화’ 공약으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었으나, 지난 2월21일 발표된 국정 비전과 과제에서 경제 민주화 용어가 사라지면서 김이 빠진 모양새이다. 새 국세청장 하마평에는 조현관 서울지방국세청장, 박윤준 본청 차장, 김덕중 중부지방국세청장, 김은호 부산지방국세청장 등 주로 내부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실무에 밝은 박대통령의 최측근이 국세청장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여기에서 거론되는 인물이 박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 안종범 전 의원 등이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남편인 김영세 연세대 교수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박대통령이 김교수를 매우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으로 ‘근혜 노믹스’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김교수의 아버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내무부장관과 신한국당 사무총장을 지낸 고(故) 김태호 전 의원이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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