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추적해 사설 경마 뿌리 뽑겠다”
  • 정락인 기자·이유심 인턴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02.2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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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수원지검 강력부장 인터뷰

수원지방검찰청은 최근 국내 최대의 사설 경마 조직을 적발했다. 범죄 자금 규모가 무려 2천억원대에 달한다. 

이번 수사를 진두지휘한 심재철 강력부장을 만나 조폭까지 낀 사설 경마 조직의 실상을 들어보았다.

 

ⓒ 시사저널 최준필
처음에 어떻게 수사하게 되었나?

인터넷과 모바일이 대중화되면서 사설 경마는 더욱 깊고 넓게 퍼지고 있다. 중독성이 강하다 보니 가정 파괴 문제도 심각하다.

더 이상 좌시하다가는 사회적인 폐해가 클 것이 뻔했다. 그래서 사설 경마 정보를 집중 수집했는데, 마침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제보자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를 통해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개시했다. 계좌 추적 등을 하면서 점차 수사를 확대했고, 마침내 최대 사설 경마 조직의 실체가 드러났다.

수사는 완전히 끝난 것인가?

지금까지 약 5개월 정도 수사를 진행했다. 도피한 조직원이 있는 등 아직 수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들을 검거하면 조직 내부를 좀 더 깊숙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끝까지 추적해서 뿌리를 뽑을 생각이다.

도피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은 아닌가?

아니다. 출입국 기록 등을 살펴보았는데, 국내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우리가 계속 추적하고 있으니 조만간 모두 검거될 것으로 기대한다.

범죄 자금 규모가 2천억원대인데, 범죄 수익 확보는 약 7억원 정도이다. 왜 그런 것인가?

조직원 중에서 자기 명의로 되어 있는 것을 우선 찾아낸 금액이다. 범죄 수익의 특성상 다른 사람 명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수익금 전부를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 지금도 다른 사람 명의로 숨겨놓은 돈이 상당할 것이다. 도망간 조직원들을 속히 검거하고, 은행 계좌 등을 추가로 추적해 범죄 수익금을 최대한 확보할 것이다.

조직폭력배(조폭)들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폭들의 특성은 ‘돈’이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는 것이다. 이번에 적발한 조폭들을 보면 사설 경마센터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고, 센터장을 여성으로 내세운 뒤 자금을 지원해 수익을 얻기도 했다.

도박 수익금이 폭력 조직의 운영 자금으로 흘러들어갔는가?

수익금은 전액 현금으로 인출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데 한계가 있다. 통상적으로 조폭들이 사행 산업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보면 조직 운영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

수사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사설 경마 조직원들은 점조직으로 치밀하게 움직인다. 단속이나 수사에 대비해 언제든지 증거 인멸이 쉽도록 준비를 철저하게 한다. 막상 수사에 들어가도 눈치채고 잠적하기 일쑤이고, 다 도망가다 보니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 범죄 증거를 찾고, 도박 자금 환수를 위해 수백 개의 계좌를 압수수색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수사의 성과에 대해 말한다면?

이번 사설 경마 조직은 ‘추노’라는 프로그램을 최초로 개발해 활용했다. ‘추노’는 전체 사설 경마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최대의 사설 경마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추노를 개발한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업자들에게 유포하면서 사설 경마 폐해를 조장한 조직이다.

사설 경마의 중심 세력이 무너졌기 때문에 다른 조직들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특히 추노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조직들은 향후 활동에 위축을 받았을 것이다. 이번 수사는 사설 경마가 우리 사회 깊숙이 침투하는 것을 막는 데 일조했다고 본다.

어떻게 하면 ‘사설 경마’가 근절될 수 있다고 보는가?

돈이 된다고 생각하니 뿌리 뽑기가 쉽지 않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열심히 수사해서 사설 경마 조직들을 검거해서 엄벌해야 한다. 사설 경마가 근절될 수 있도록 범사회적인 운동을 벌이는 것도 필요하다. 시민들이 사설 경마의 폐해를 알고 거기에 물들지 않도록 홍보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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