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협회-공정위 “못 참겠다” “원칙대로”
  • 엄민우 (mw@sisapress.com)
  • 승인 2013.02.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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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금 예치율·협회 사단 법인화 등 놓고 갈등

상조회사 50여 개를 통합 관리하는 ‘미래상조119’가 공정거래위원회를 향해 정면으로 칼을 빼들고 나섰다. 송기호 미래상조119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상조업 담당자들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공정위와 기업의 충돌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공정위의 담당자들을 직접 검찰에 고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공정위가 자신들을 상대로 ‘고발의 칼’을 휘두르자 ‘고소의 칼’로 맞선 것이다. 송기호 회장은 전국상조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송회장은 공정위가 의도적으로 미래상조119를 괴롭히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공정위의 ‘밥그릇 챙기기’가 있다고 주장한다.

공정위 보도자료가 소송전 발단

구체적 발단이 된 것은 지난해 공정위의 보도자료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7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미래상조119가 23개 상조회사를 인수하면서 인수 회원에 대한 권리 의무를 승계하기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선수금(회원이 상조업체에 납부해온 돈)에 대한 법정 보전 비율에 따른 예치를 하지 않는 등 법을 위반해 검찰에 고발하기로 조치했다’는 내용이었다. 미래상조119는 공정위가 아직 의결이 나지 않은 사안을 의결했다고 함으로써 피해가 발생했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해당 건의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은 실제적으로는 2013년 1월17일에 이루어졌다. 송기호 미래상조119 회장은 “공정위가 의결되지도 않은 사안을 의결되었다고 하는 바람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그날 보도로 1천6백명이 해지했고, 곧바로 30억원의 손해가 났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53개 언론사들과 일일이 언론중재위에서 씨름하고 돌아다니느라 사업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상조업체는 장례가 발생할 때 이를 이행하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매월 선수금을 받는데, 이 중 일정 비율을 보전해야 한다. 이는 할부거래법에 따른 것으로 소비자 피해 발생 시 보상을 원만히 하기 위해서다. 할부거래법이 시행된 이후 2012년에는 30%, 2013년 40%를 거쳐 2014년에는 50%까지 예치해야 한다. 상조업체들은 상조공제조합에 가입하거나 은행 예치를 통해 소비자피해보상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현재 존재하는 공제조합은 한국상조공제조합과 상조보증공제조합이다. 지난 2010년부터 공정위의 인가를 받아 운영되고 있다. 미래상조119는 공제조합에 가입하지 못한 상조업체들을 인수해 은행 예치를 통해 운영된다. 공제조합에 들지 못한 상조회사들이 뭉쳐 있는 가장 큰 조직이 미래상조119이다.

공정위 “‘밥그릇 챙기기’는 어불성설”

미래상조119는 공제조합에 가입한 회원과 그렇지 못한 상조회사 사이에 큰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미래상조119 관계자는 “공제조합 가입 회사는 13~18%만 예치해도 50% 보증서를 끊어주는 등 공제조합에 혜택을 주고 있다. 또 관련법이 소급법이어서 20~30년 전의 것도 예치해야 하는데, 이것을 버틸 상조회사는 없다”라고 전했다. 공제조합에 가입하지 못하면 상조회사는 더 높은 담보율을 적용받아 소비자피해보상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단순히 예치율만 보고 말하는데 공제조합 가입 회사는 예치금뿐 아니라 수수료도 내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법에 따르면 공제조합 가입 여부는 상조회사의 선택 사항이다. 또 공제조합 가입자의 예치금 비율이 낮은 것은 80개 이상이 들어가 있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 시 그만큼 십시일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미래상조119와 공정위 사이의 앙금은 사실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경찰에 미래상조119가 인수한 21개 업체에 대해 수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시사저널>이 확인한 결과 해당 공문에는 ‘상조 가입자의 선수금 보전 의무 및 행사 불이행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발생 우려가 크고 상조회원으로부터 받은 선수 금액의 횡령 혐의가 있음’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송기호 회장은 “혐의도 없이 내가 인수한 회사를 표적으로 수사 의뢰를 하는 바람에 경찰서 수십 군데를 돌아다니느라 사업을 못 할 정도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미래상조119가 20여 개사를 인수하면서 인수 회사의 회원 돈을 받아야 하는데 업체들이 폐업해서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었다. 이 사람들이 폐업하고 나면 누가 소비자 피해를 보상할 것인가. 그래서 의결 전에 수사 의뢰를 하는 것일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미래상조119가 공정위가 자신들을 표적으로 삼고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현재 운영되는 공제조합은 한국상조공제조합과 상조보증공제조합 두 곳으로, 2010년 공정위의 인가를 받아 설립되었다. 그런데 이사장은 모두 공정위 출신이다. 한국상조공제조합의 이사장은 공정위 전 조사국장 출신인 김범조씨가 맡고 있다. 그동안 비(非)공정위 출신들이 이사장을 맡았던 상조보증공제조합에도 지난 1월2일 공정위 부이사관 출신인 윤용규 이사장이 취임했다. 미래상조119는 “예전처럼 공제조합 이사장을 상조업체 대표들이 맡아야 한다. 한 공제조합 이사장은 연봉을 2억5천만원씩 받는다고 하던데 이런 식으로 공정위가 밥그릇 챙기기를 하고 이권에 개입하는 것은 안 된다”라고 주장한다.

두 공제조합의 1대 이사장은 모두 상조업체 대표가 맡았었다. 공정위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공제조합 이사장은 정관에 규정된 대로 임원 추천을 받아 조합원 의결을 통해 선출되는 것이지 공정위에서 임의대로 임명하는 것이 아니다. 또, 상조뿐 아니라 공제조합 이사장은 업계 사람들보다 공신력 있는 공직 인사 출신이 맡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한국상조공제조합 관계자는 “동종 업계 사람이라고 100% 믿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칫 사고를 일으킬 우려도 있다. 그래도 공정위나 소비자보호원 사람들이 공정하게 관리를 하지 않겠느냐. 이사장 연봉이 2억5천만원이라는 것은 사실무근이다”라고 말했다.

전국상조협회 회장이기도 한 송기호 회장은 협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조협회에 사단법인 인가를 내주고 본인들끼리 옥석을 가리게 해야 한다. 공정위는 손을 떼고 관리·감독만 하면 된다”라고 주장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제조합 이사장이 공정위 출신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우리는 조합 가입 문턱을 낮추라고 요구해 충돌하고 있다. 밥그릇 논란은 어불성설이고, 지금 공제조합 2개로도 충분한데 여기서 하나를 더 늘리는 것은 무리이다”라고 일축했다. 

ⓒ 일러스트 박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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