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강 계획 안 세웠다면 ‘핏줄 다이어트’만이라도…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02.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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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흡·까치발·손 잼잼 등으로 혈관 건강 유지

식당업을 하는 김우민씨(46)는 육식을 즐기고, 담배를 피우며, 술을 자주 마셔왔다. 그럼에도 지난 10년 동안 건강검진에서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육식을 줄이거나 금연·절주하지 않고 평소 생활습관을 이어갔다. 그런데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별다른 질병은 없지만 혈압이 조금 높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일반적으로 고혈압 진단은 수축기 혈압이 1백40mmHg 이상, 확장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정상 판정 기준이 강화되어 1백20~1백39, 80~95도 고혈압 전 단계로 분류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여러 차례 측정한 결과 내 혈압은 1백30mmHg와 85mmHg로 ‘고혈압 전 단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의사는 혈압 약을 먹으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내 키에 비해서 뚱뚱한 편이다. 그래서 의사로부터 체중을 줄이라는 권고도 받았다”라고 말했다.

손의 말초혈관을 조기에 잘 관리하지 못하면 각종 혈관질환을 키울 수 있다. ⓒ 연합뉴스
작은 혈관에 문제 생겨도 증상 못 느껴

지난 2000년 일본 고혈압학회가 혈압 기준치를 최고 혈압 1백40mmHg 최저 혈압 90mmHg 이상으로 낮추어 발표했다. 그 이전에는 최고 혈압 1백60mmHg 최저 혈압 95mmHg 이상이 고혈압에 해당했다. 그 이후 모든 연령대에서 고혈압에 해당하는 사람이 2배 이상 늘어났다. 사실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도 고혈압 기준치에 해당한다고 해서 혈압 약을 처방받아야 할 사람 수가 늘어난 셈이다. 유철주 세브란스병원 소아혈액종양학과 교수는 “말초혈관에 영향을 주는 질환을 평소에 알아두고 예방할 필요가 있다.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 등이 그것이다. 동맥경화라고 하면 큰 혈관만 생각하는데, 사실 가는 말초혈관에도 찌꺼기가 끼어서 피가 잘 돌지 않을 수 있다. 또 손발이 찬 증상은 혈관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의 이상 신호일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진단을 받아보는 편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혈압이 다소 높거나 낮아도 일상생활에 별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한의학에서 말하는 태음인은 대체로 비만하다. 심장이 강하게 피를 펌프질해야 하므로 혈압이 95~1백40mmHg 정도로 높은 사람이 많다. 체격이 왜소한 소음인은 70~100mmHg로 저혈압이어서 다소 힘이 없어 보이지만, 일상에 큰 지장은 없다. 한동하 한의원의 한동하 원장은 “한마디로 예를 들어 강호동씨와 이외수씨 같은 사람의 혈압을 하나의 기준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도 병원에서는 한 잣대로 모든 사람의 혈압을 측정하고 고혈압으로 진단해버린다. 의사들이 근본적인 해결보다 일단 혈압 약을 처방하고, 환자도 약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고혈압 전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정상이라고 보아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태풍이 불면 나무 몸통이 흔들린다. 사람으로 치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큰 혈관에 이상이 생긴 셈이다. 그러나 미풍에서는 잔가지나 나뭇잎만 조금 흔들린다. 사람이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정도이다. 병원 건강검진에서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고기를 좋아하거나 흡연·음주하는 사람은 모세혈관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모세혈관에 문제가 생겨도 증세가 미미해서 그냥 지나치기 일쑤이다. 문제는 병원에서도 진단을 잘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손발이 시리거나 어딘가에 문제가 있어서 병원을 찾았는데 진단 결과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한원장은 “서양의학적인 검사로는 몸에서 특별한 이상을 발견할 수 없으나, 다양한 형태의 자각 증상을 가지고 있는 상태를 반건강 상태라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미병(未病)’이라고 한다. 말초혈관이 그렇다. 병원에서 혈압이 약간 높은 사람의 모세혈관을 검사해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미리 예방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혈관에 문제가 발생한다. 혈관은 70%가 막혀도 아무런 자각 증상이 없다. 그러다가 꽉 막히면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갈 정도로 위급해진다. 그래서 혈관에 생기는 병을 소리 없는 살인자라고 부른다”라고 설명했다.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에 있는 모세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고혈압 등 혈액 관련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예방은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3분 정도 심호흡을 하는 방법이 있다. 한원장은 “산에서 호랑이를 만났다고 가정하자. 그때 몸의 혈액은 장기보다 근육으로 쏠려 도망을 가거나 맞서 싸울 태세를 갖추게 된다. 이렇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가 나면 교감신경이 흥분해서 혈관이 수축하고 단단해진다. 장기에는 혈액이 부족하므로 간의 해독 기능이 떨어지고, 콩팥의 작용도 둔해진다. 이런 상태가 오래가면 수명이 짧아진다. 이럴 때 심호흡을 하면 몸이 이완되면서 혈관도 부드러워져서 혈액 순환이 원활해진다. 특히 숨을 들이마실 때보다 내쉴 때 천천히 해야 한다. <동의보감>에도 기러기 깃털을 코끝에 대고 호흡할 때 깃털이 움직이지 않도록 숨을 내쉬면 장수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복식호흡도 같은 효과를 내는데, 숨을 천천히 내쉬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근육에 쏠린 피가 장기로 회복되어 모든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한다”라고 설명했다.

천천히 숨 내쉬기 3분, 모세혈관 건강 지켜줘

혈액 순환 장애 예방법에는 운동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한마디로 근육 운동은 혈관 건강에는 좋지 않다. 예를 들어 역기를 드는 운동은 혈압을 높이고 혈관을 긴장 상태로 만든다. 근육은 발달하지만 혈액 순환에는 좋지 않다고 한다. 혈액 순환에는 제자리 걷기가 으뜸이다. 한원장은 “종아리를 제2의 심장이라고 부른다. 걸으면 종아리의 혈관이 자극을 받아 피를 뿜어내는 역할을 한다. 매일 땀이 날 정도로 걸으면 혈액 순환이 좋아지는 이유이다. 날이 추워 외부에서 걷기가 불편하면 실내에서 제자리 걷기를 추천한다. 밤마다 종아리가 붓는 사람이라면 이 방법을 사용해보라. 당장 그 다음 날부터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앉아서 일하는 회사원은 책상 밑에서 발이나 발가락을 까닥거리면 된다. 길에서 사람을 기다릴 때나 서서 일할 때에는 까치발을 하면 종아리 혈관이 이완하고 수축하면서 피를 돌게 한다. 설거지할 때에는 싱크대 옆에 벽돌만 한 물건을 두고 한쪽 발을 교대로 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체중을 옮기면 혈액 순환에 좋다. 비행기를 자주 타는 사람은 1시간에 10분 정도는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다리를 움직여야 한다.

손가락에 있는 모세혈관을 자극하는 방법으로는 주먹을 쥐었다가 펴는 동작이 제격이다. 아이들이 ‘잼잼’ 놀이를 하는 것과 유사하다. 주먹을 쥐면 모세혈관이 순간적으로 진공 상태가 되고 펴는 순간 그 혈관으로 피가 쏠린다. 이런 동작을 반복하면 혈액 순환이 원활해지고 혈관도 부드러워진다.

손·발 까닥거리기로 혈액 순환 장애 예방

러닝머신에서 걸을 때 손을 아래로 내리면 팔이 붓기 십상이다. 가슴 앞쪽에 봉이 있다고 생각하고 손을 가슴 높이에서 앞으로 죽 편 상태에서 봉을 잡은 듯 주먹을 가볍게 쥐고 가슴 쪽으로 당기고 미는 동작을 반복하면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된다. 손에 묻은 물기를 털듯이 손을 털거나, 손끝을 지압해주는 방법도 좋다. 반신욕이나 족욕도 손발을 따뜻하게 해주어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몸 전체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모세혈관 건강과 직결된다. 추운 날 외출할 때는 옷을 든든하게 입고 장갑도 끼는 것이 좋다. 장갑은 손가락장갑보다 벙어리장갑의 보온 효과가 더 크다.

비만인 사람은 살을 빼야 하는데, 여기에도 요령이 있다. 동물성 지방을 섭취하면 혈관에 찌꺼기가 끼기 쉽다. 동물성 지방이라고 해서 반드시 육류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버터, 우유, 달걀, 야자 기름, 팜유, 땅콩기름 등에도 동물성 지방이 있다. 이런 음식을 되도록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원장은 “체중을 빼라고 하면 식사량을 줄이거나 아예 먹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100% 요요 현상(살이나 체중이 본래대로 돌아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 살은 조금 뺄 수 있을지 몰라도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지 않아 얼굴에 주름이 잡히고 얼굴색도 칙칙해지며 기운도 없어진다. 일부 여성은 근육을 떼어내는 시술을 받기도 하는데, 미용상으로는 예뻐 보이더라도 그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아이를 낳은 후 하지정맥류, 다리 부종, 관절염이 생긴다. 평소에 심호흡, 손발 운동, 올바른 식습관 등으로 모세혈관을 깨끗하고 부드럽게 유지하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예방할 수 있다. 이는 혈관을 군더더기 없이 날씬하게 관리하는 것이므로 ‘혈관 다이어트’라고 부른다”라고 혈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말초혈관에 문제가 생긴 레이노 증후군은 손이 하얗게 변하는 특징을 보인다. ⓒ 세브란스병원 제공
건강에 큰 문제는 없는데 손발이 찬 사람이 있다. 손발이 시린 증세를 아우르는 말이 수족냉증이다. 일부는 수족냉증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특정한 병이 생겨서 손발이 찬 사람은 증상이 심해진다. 겨울철에는 더 심해지고, 여름철에도 긴 소매 옷과 양말을 신는 등 불편함을 호소한다. 심하면 동상에 걸린 것처럼 일부 조직에 피가 통하지 않는 조직 괴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족냉증은 인구의 12%에서 나타나는 흔한 증상이다.

수족냉증의 원인은 레이노 증후군, 류마티스성 질환, 갑상선 기능 저하, 약물 부작용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 레이노 증후군이 가장 흔하다. 레이노 증후군은, 피부가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하고 막혀서 혈액이 잘 흐르지 못하므로 손가락과 발가락이 창백하게 변했다가 곧 푸른색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집에서도 간단히 살펴볼 수 있는데, 차가운 물에 손을 넣고 손가락 끝이 하얗게 변하면 손을 뺀다. 손가락 피부색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시간이 5분을 넘으면 레이노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만일 손발이 찬 증상이 2년 이상 지속되었거나 피부색이 변하면서 통증까지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원인 질환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레이노 증후군은 20~40대에 주로 생기며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요리와 설거지, 빨래, 청소 등으로 찬물에 접촉하는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또 짧은 치마 등으로 하체를 차게 노출하는 일이 잦은 것도 원인이다.

몸의 중심부 온도를 높이면 레이노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평소 옷을 따뜻하게 입을 필요가 있다. 설거지나 손빨래를 할 때에는 반드시 고무장갑을 이용하고, 찬물보다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손에 물기가 없도록 바로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잘 닦아내는 일도 중요하다. 평소 손 시림 증상이 있다면 냉동실에서 차가운 물건을 잡을 때 장갑을 낄 필요가 있다.

담배를 피우면 혈관이 수축되어 레이노 증후군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므로 금연해야 한다. 겨울철 외출할 때는 장갑을 꼭 착용하되, 보온 효과가 더 큰 벙어리장갑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따뜻한 물이나 차를 자주 마시는 것도 수족냉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수곤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레이노 증후군을 유발하는 물질을 차단하는 약으로 치료한다. 때로는 교감신경을 절단해서 혈관 수축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수술(신경차단요법)을 하기도 한다”라고 치료 방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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