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조정 타이밍 놓치지 마라
  • 안동현 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 승인 2013.02.2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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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주가 랠리가 해가 바뀌어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는 마의 고지인 14000을 넘어섰으며, 일본 증시는 엔화 약세에 힘입어 무려 30% 이상 폭등했다. 유럽 증시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 증시만 여러 악재로 일시적 디커플링 현상을 보였으나, 다시 힘을 내 2000 선을 회복했다.

글로벌 증시 랠리의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버냉키풋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의 경쟁적인 유동성 공급에 기인한 바가 크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지난해 말 QE3로 명명된 양적 완화를 통해 주택담보부채권을 매입해 반등의 불씨가 살아난 주택 가격에 열심히 산소를 공급해주고 있다. 유럽의 ECB(유럽중앙은행) 역시 남유럽 채권매입을 통해 재정이 거덜 난 회원국을 위기 국면에서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은행은 주지하다시피 아베노믹스하에 전방위적인 양적 완화 정책과 엔화 가치 절하에 총력을 쏟고 있는데, 이는 3월 중순에 새로운 총재가 임명되면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최근의 이러한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통화 팽창 정책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계속된 금리 인하 및 양적 완화 정책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차별화된다.

첫째, 그 강도 면에서 이전과는 명확한 차이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며 환율 정책과의 연관성이 커졌다. 둘째, 이전의 통화 정책이 극단적 위기에 빠지는 ‘꼬리 위험(tail risk)’을 관리하는 데 목표가 있었다면, 최근의 정책은 성장을 견인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미국이나 한국의 변동성 지수를 포함해 대부분 증시의 내재 변동성은 역대 최저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데, 여기에 반영된 꼬리 위험 역시 극도로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위기에 빠질 확률을 낮게 본다는 것인데 이는 실제 확률보다 중앙은행이 이번 기회에 확실히 성장을 견인해 위기와의 간격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리는 데 재정을 모두 소진한 선진국은 이제 전적으로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기구한 상황인데,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 및 유럽의 선행경기지수가 반등세를 보여주고 있다.

당연히 이러한 통화 팽창 정책은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위험 자산 가격의 급등을 가져올 것인데, 어느 선까지는 용인되겠지만 너무 늦으면 또 다른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부작용이 나타나기 전에 어떻게든 빨리 회복시키고 통화를 회수해야 하는데, 모든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극단적인 통화 팽창 정책을 펼치다 보니 서로 눈치까지 봐야 해 적절한 타이밍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양적 완화가 약간이라도 약세를 보일 것 같으면 부풀려진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로 짓눌려진 장기 금리가 급등할 것이기 때문에 정책의 속도 조절과 적시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2013년에는 이러한 극약 처방이 부작용 없이 얼마만큼 지속될 수 있는지에 따라 경제의 향방이 결정된다고 하겠다. 그나저나 이런 와중에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친 우리 한국은행은 요즘 뭘 하고 있는지 참 조용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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