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신귀족 2030을 잡아라”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03.0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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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차종 SUV 주 소비층으로 떠올라

자동차회사의 주 타깃 고객으로 20·30대 젊은 층이 떠오르고 있다. 국산차·외제차 할 것 없이 이들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현대자동차가 판매하는 차량(상용차 제외)의 30%는 20·30대가 구매했다. 또 수입차업계에서 30대는 가장 큰 손으로 자리 잡았다. 도로를 달리는 수입 자동차 10대 중 4대는 30대가 운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수요는 포화 상태이다. 연간 1백40만대 시장인데, 차량 수명도 길어지고 최근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아 자동차 재구매가 줄어들었다. 생애 최초로 자신의 차를 구입하는 20·30대 사회 초년생들이 내수 자동차 시장에서 중요한 소비층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20·30대의 입맛에 맞는 차량을 내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중형차 대신 준중형과 대형차로 양극화

젊은 층은 기성세대와 사는 방식이 다르다. 굳이 자신의 집을 소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자동차와 여가 등에 돈을 쓰며 삶을 누리려는 경향이 짙다. 자동차 가격도 20·30대의 경제적 수준에 맞춰지고 있다. 비근한 예가 수입차 가격의 하락세이다. 5천만원 이상의 고가 자동차가 대세였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2천만~3천만원 수준의 수입 자동차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2천만원이 채 안 되는 수입차도 출시되었다. 젊은 소비층은 입맛에 맞는 차를 골라 탈 기회가 많아진 셈이다. 또, 주 5일 근무제 등으로 주말을 이용해 야외 활동을 할 기회가 늘어났다. 3천만원대 국산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직장인 이상조씨(가명·36)는 “20평 중반대의 아파트에 전세로 산다. 그렇지만 아내와 어린 아이를 위해 대형 자동차를 구입했다. 서울 집값이 워낙 비싼 데다가 그만한 목돈도 없다. 차라리 전세로 살면서 가족 여행 등 여가를 즐기는 삶이 더 행복하다. 집이 있다고 해서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약 50만대의 승용차와 스포츠형 다목적 차량(SUV)을 국내에 팔았다. 자가용으로 개인이 구매하는 승용차와 SUV 판매량 중 30%에 해당하는 15만대는 20·30대가 샀다.

20·30대가 가장 많이 구매한 현대차 브랜드는 아반떼로 4만대를 넘는다. 그랜저(1만6천대), 엑센트(1만대)가 뒤를 이었다. 아반떼는 지난 3년 동안 20·30대 선호 차종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젊은 층이 아반떼 다음으로 그랜저를 많이 탄다는 통계는 의외이다. 2011년까지 이 순위에서 2~3위를 차지했던 쏘나타가 지난해에는 톱3에 들지 못했다. 대신 그랜저와 엑센트가 그 자리를 꿰찼다. 3천만원대의 고급 차량과 1천만원대 준중형 차량으로 소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랜저는 2011년부터 20·30대가 선호하는 차량 톱3에 들기 시작했다. 그랜저를 몰고 있는 30대 직장인 김민수씨는 “아내와 맞벌이를 한다. 집을 사려 했지만 매년 껑충 뛰는 집값을 따라잡을 도리가 없었다. 집 대신 자동차를 샀다. 다른 사람에게 돈이 없어서 집을 못 샀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대형차를 샀다. 수입 자동차를 사려고 했지만 차값이 비싸고 유지 비용이 만만치 않아 국산차를 샀다”라고 말했다.

수입차업체들은 최근 몇 년 동안 3천만원대 자동차를 출시하고 각종 할부 마케팅을 펴면서 국내 젊은 수요자를 잡았다.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가 점유하는 비율이 10%를 돌파한 데에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기성세대보다 상대적으로 개성 표현이 강한 20·30대에게 수입차는 선망의 대상이었고, 수입차를 구매할 수 있는 범위까지 차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20·30대 수요층을 겨냥하며 지난해 13만대를 판매한 수입차업체들은 올해 15만대 판매를 목표로 삼았다.

지난 2003년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던 프랑스 자동차업체인 시트로앵은 지난해 국내에 재진출하면서 연비 좋고 개성이 강한 디젤 라인의 소형차 DS3와 준중형 DS5를 내놓았다.

2천만원 안팎 SUV 출시 경쟁

이 업체는 지난해 DS3의 판매 목표를 1천5백대로 잡았지만 실제 판매량은 2백55대에 그쳤다. 1천3백~1천5백cc급 소형차이지만, 3천만원이 넘는 차값에 대해 소비자들이 무반응으로 대꾸한 것이다. 그러자 최근 젊은 층의 주머니 사정에 맞춘 2천만원대 차량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스포츠형 다목적 차량(SUV)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량 출시되고 있다.

올해 초 현대차는 2천만원 초반대의 투싼iX를 내놓았고, 쌍용차도 2천만원 중반대의 코란도 투리스모를 선보였다. 지난해 내수 부진으로 승용차 판매는 줄어들었지만 SUV 판매가 해마다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SUV 차량은 국내에서 약 25만6천대가 팔려 전년(약 23만3천대)보다 9.9%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전체 판매 승용차 1백17만5천여 대의 21.8%에 해당한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도 내수 부진의 돌파구를 SUV에서 찾고 있다.

지난 2월 첫선을 보인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는 일주일 만에 1천5백대 이상 계약이 이뤄지는 등 인기를 누렸다. 이 차량은 로디우스 후속 모델로, SUV의 성능과 스타일에 세단의 안락함을 갖춘 가족 레저용 자동차이다.

기아차는 소형 미니밴(카렌스 후속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열린 ‘2012 광저우 모터쇼’에서 신형 다목적 차량(MPV)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올해 싼타페 롱바디를 출시한다. 기존 싼타페보다 차체가 2백1mm 길다. 현대차 관계자는 “싼타페 롱바디는 7인승으로 대가족 또는 두 가족이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르노삼성도 소형 SUV를 선보이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 업체는 이 차를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고 수입해 판매하고 나서 호응도 등을 본 뒤 양산을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단의 편안함+SUV의 역동성’ 선호

20·30대가 선호하는 차량은 세단과 SUV의 장점을 갖추어야 한다. 세단처럼 조용하되 SUV 같은 역동적인 이미지도 원한다. 하지만 기존 SUV는 차값이 만만치 않다. 최근 자동차업체들이 소형 SUV를 내놓는 배경이다. 한국GM이 최근 출시한 트랙스는 이런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이 차의 명목 최저 가격은 1천9백40만원이지만 1.4ℓ급이라는 점에서 ‘이 차의 유일한 단점은 가격’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그만큼 가격에 민감한 것이다. 한국GM의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트랙스는 소형 SUV로 도심 운전에 최적화된 도심형 SUV이다. 휘발유 엔진으로 세단의 편안함과 SUV의 역동성을 결합한 차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에 진입한 수입차와 국산차 업체들은 지난해에도 20·30대를 겨냥한 마케팅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올해는 가격이 저렴한 소형이면서도 다양한 기능과 편리성을 접목한 SUV가 격전의 최종 병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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