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해야 할 ‘지역감정’ 신조어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03.1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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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은 ‘신조어’ 생산 공장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새로운 용어들이 만들어지거나 사라진다. 익명성이 보장되다 보니 누가 만들었는지 진원지를 알기가 쉽지 않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용어들도 이런 탄생 과정을 거쳤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에다 ‘출신’을 나타내는 영어 접미사 ‘ian’을 붙인 ‘지역+디언’이다. 이는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말로, 예를 들어 호남 사람들은 ‘전라디언’, 영남 사람들은 ‘경상디언’으로 표현한다. 사이버상에서는 호남 지역을 비하하는 ‘전라디언’이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전라도 사람들을 따로 구분 짓는 말이다. ‘보통 한국인들과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의미인데, 여기엔 전라도를 배척하는 뜻이 담겼다”고 말했다.

호남 사람들을 ‘홍어’로 비하하기도 한다. 홍어는 전남 서남해안 지방에서 잡히는 대표적인 생선이다. 이 지역에서는 잔칫상에 삭힌 홍어를 단골 메뉴로 올린다. 이런 지역적인 특성을 이용해 삭힌 홍어가 풍기는 ‘냄새’를 호남 사람들의 ‘인격’과 동일시해서 비하하는 데 쓴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전사자의 시신 썩는 냄새를 진압군이 ‘홍어 삭힌 냄새’에 비유한 데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다.

호남 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때 ‘선생님’으로 불렸다. 독재 정권 시절 김 전 대통령의 이름을 제대로 언급하지 못했기에 대신 ‘선생님’이라는 단어로 지칭한 것이다. 사투리로는 ‘선상님’으로 발음되기도 하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과 호남에 대한 적개심이 합쳐져 ‘슨상님’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이 밖에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5·18 폭동’으로 묘사하거나, ‘전라좌빨’ ‘전라인공’ 등의 용어가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영남 지역을 비하하는 대표적 용어는 ‘흉노’ 또는 ‘경상 흉노’다. 이는 경주 김씨와 김해 김씨의 조상이 중국의 ‘흉노족’이라는 설에 기인한 것이다. 경상도가 일본에 가깝고 발음도 비슷하다고 해서 나온 말이 ‘경상도 쪽바리’다. 경상도 사람들을 ‘개’에 비유한 ‘개상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당시 불에 탄 희생자들을 빗댄 ‘경상도 통구이’ 등도 경상도를 비하하는 말로 사용된다. 다른 지역을 비하하는 말로 충청도를 지칭하는 ‘멍청도’, 강원도를 가리키는 ‘감자도’가 있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용어들은 지금도 온라인상에서 생산되고 있다. 특정 지역에 대한 ‘집단 린치’가 이루어지고 갈수록 자극적이고 흉포화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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