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끌고, 야당 미는 덕에…
  • 이택수│리얼미터 대표 ()
  • 승인 2013.03.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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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주도권 상실한 새누리당 지지율 고공비행 이유

난형난제(難兄難弟).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말함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20일이 지나도록 내각이 미완인데 여당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5년 단임제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집권 초기 100일 가운데 5분의 1이 지났는데 말이다. 이런 여당의 파트너인 야당 또한 지리멸렬하기 때문에 여당은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눈만 껌뻑껌뻑하고 있는데 새누리당 지지율은 과반에 육박하는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을 두 배 이상 앞선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전 교수가 입국하면서 정국은 ‘재·보궐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조직법 표류는 더더욱 풀기 어려운 난마(亂麻)가 되어가고 있다. 급기야 새누리당 내에서는 야권과의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해진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국회선진화법에는 ‘국회의장이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의 경우에는 직권으로 상정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지금이 바로 국가 비상사태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3월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4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마친 뒤 박수를 받으며 자리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4월 재·보선 이후 지지율 판세 급변할 수도

그뿐 아니다. ‘국회선진화법=위헌’이라는 논리까지 등장했다. 국가 비상사태라고 주장하기에는 궁색했는지, 새누리당 내 일부 의원들은 “민주주의의 기본은 대화와 타협이고 이것이 안 되면 표결을 해야 하고, 표결 시 다수결의 기준은 과반수인데도 국회선진화법은 절대다수의 요건으로 ‘5분의 3 이상’을 책정해놓았다. 이는 헌법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은 “자기가 낳은 자식을 좀 어눌하다고 해서 의사에게 내 자식인지 아닌지 판정해달라고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야당과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직권상정을 노리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믿는 구석은 두 가지다.

첫째는 정권 초기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 주보다는 소폭 하락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50% 선을 유지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박 대통령의 취임 초기 지지율에 기대 40%대 후반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과 안철수 신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20%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여당이 직권상정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가장 큰 이유다.

두 번째는 대선 이후 국내 정치에 복귀한 안철수 전 교수를 중심으로 한 재·보궐 정국이다. 안 전 교수의 출마 선언 전까지는 3~4개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 선거의 의미, 그 이상은 아니었지만 안 전 교수의 등판으로 4·24 선거가 졸지에 야권 내부의 패권 전쟁이 돼버렸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노원 병 보궐 선거의 경우 정면승부론과 함께 고의사구론을 들먹인다. 새누리당이 노원 병 선거에 소극적으로 임해서 안 전 교수가 당선되면 민주당이 동력을 잃게 되고, 반대로 안 전 교수가 낙선하면 야권의 한 축이 사라지게 된다는 점에서 재·보궐 정국을 내심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기력한 여당을 향한 유권자들의 인내심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지금은 잠시 지리멸렬한 야권과 재·보궐 선거 ‘블랙홀’에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잠깐 시간을 준 것일 뿐, 여야의 극한 대치가 계속돼 정국 표류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당장 재·보선을 통한 유권자들의 심판이 내려질 수 있고, 박근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지 철회가 조기에 가시화될 수도 있다. 국민의 인내심은 임계치를 향해 오르고 있는데, 여당 지도부는 미지근한 물속의 개구리처럼 여유만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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