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음·김선욱·조성진 세계를 울린 ‘젊은 그들의 선율?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3.03.1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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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길러 국제 무대로 수출한 피아니스트 3인방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20대 스타들이 경쟁하듯 빛을 뿜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인으로 바이올린 정경화, 지휘 정명훈, 성악 조수미 같은 스타를 배출했다. 하지만 대표 악기인 피아노에서는 좋은 연주자는 많았지만 슈퍼스타로 이어지지 못했다. 최근 국내에서 교육받은 토종 연주자가 세계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로 진출하는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손열음(28), 김선욱(26), 조성진(20)이 바로 그들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김대진 교수에게 배운 손열음은 미국과 유럽을 대표하는 콩쿠르인 반클라이번 콩쿠르(2009년)와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2011년)에서 각각 2등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손열음은 한국에서 공부를 마친 후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 진학해 유럽 활동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왼쪽)ⓒ 빈체로 제공 ·김선욱 ⓒ 김선욱 제공
손열음의 한예종 후배인 김선욱은 2006년 영국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8세의 나이로 우승해 40년 만의 최연소 우승이자 아시아 최초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김선욱은 2008년 영국의 세계적인 음악 매니지먼트사인 아스코나스 홀트와 계약을 맺고 체계적인 관리를 받으면서 영국으로 본거지를 옮겼다. 영국 왕립음악원 지휘과에서 음악을 공부하면서 유럽과 한국 무대를 오가고 있다.

2011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한 조성진은 지난해 프랑스 유학을 택했다. 이로써 국내에서 교육받아 국제 콩쿠르에서 인정받은 샛별이 모두 유럽에 포진했다. 이들이 본격적인 전문 연주자의 길을 택하면서 유럽으로 간 이유는 그곳이 클래식 음악계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인정받으면 세계에서 인정받는다. 또 매니지먼트사나 음반사가 모두 유럽에 몰려 있어 연주 기회나 연주 동선을 짤 때 유리하다.

이들은 가깝게 지낸다. 덩치가 큰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김선욱은 선배 손열음에게 콩쿠르 이후의 진로를 조언한다. 셋 중 먼저 결혼한 그는 런던에 좋은 공연이 있으면 조성진을 초대해 집에서 머무르게 하기도 한다. 손열음도 조성진을 친구처럼 대하면서 아직 국제 콩쿠르 경험이 적은 그에게 콩쿠르에서 겪었던 일화를 전해준다. 지난해 11월 내한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협연자로 손열음과 조성진을 택했다. 이때 손열음과 조성진은 토론과 대화를 통해 게르기예프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이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돕는 동반자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들 세 명은 국내에서는 상당한 지명도를 얻고 있다. 젊은 연주자치고는 드물게 개인 콘서트를 열면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을 채울 수 있을 정도의 관객 동원력을 갖고 있다. 김선욱은 지난해부터 LG아트센터와 공동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도전에 나서 지난해 4회 연주하고, 올해에 4회 연주한다. 20대에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에 나서는 것도 흥미롭지만, 연주회마다 만석을 이루는 흥행 실적이 놀랍다.

각종 협연 무대에 주로 서왔던 손열음도 3월7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생애 첫 독주회를 열어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날 앙코르 곡만 7곡을 친 그는 자신만의 색깔을 청중에게 각인시켰다. 손열음은 5월29일 유리 바쉬메트가 이끄는 모스크바 솔로이스츠와의 협연 무대에서 바흐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해 현대음악부터 바로크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음악인임을 증명할 계획이다.

셋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조성진은 세계 콩쿠르 무대에 한두 번 더 나갈 가능성이 있는 꿈나무다. 하지만 파워풀한 측면에서는 동년배 중 최고로 평가받는다.

이들 세 명의 공연을 모두 기획해본 클래식 공연기획자 한정호씨의 얘기다. “이들은 경쟁 관계라기보다 서로 잘 알고 이끌어 주는 사이다. 김선욱은 손열음의 테크니션적인 면을 부러워한다. 손열음은 김선욱의 타이밍을 칭찬한다. 언제 어떻게 쳐야 하는지 김선욱은 그 뉘앙스를 몸으로 체득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파워에서는 둘 다 조성진을 샘낸다. 조성진은 피아노 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세게 친다. 스케일이 큰 러시안 작곡가의 피아노 작품을 잘 소화한다. 다른 피아니스트가 치면 들리지 않던 소리도 조성진이 연주하면 다 들린다. 이건 음량의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다.”

좁은 한국 무대를 떠나 유럽에서 전문 연주자로서의 도전에 나선 20대 3인방이 어떤 성취를 보일지 주목된다.


ⓒ 빈체로 제공
싶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어를 배워 입학 자격증을 딴 그는 까뮈의 <이방인>을 원서로 읽으면서 바스티유 오페라와 비행기 여행을 무서워하는 명피아니스트 소콜로프의 연주회를 파리에서 마음껏 즐기고 있다.

올해 국내 무대에도 선다. 4월22일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뮌헨 필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예술의 전당 무대에 올린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함께 전국 투어에도 동행한다.

“프랑스 음악은 크리스털 같은 느낌이고, 독일 음악은 그 반대다. 맥주 생각이 나고, 둥글둥글하고, 어찌 보면 딱딱한 음색을 중시한다. 4번 협주곡 연주에서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독일적인 사운드를 표현하려고 한다. 이 곡은 베토벤 전성기 때의 작품이다. 베토벤은 어려웠지만 예전보다는 그래도 좀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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