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가지 않고 나아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3.03.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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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만난 사람│은퇴한 메이저리거 박찬호씨

2012년 11월30일 박찬호 선수가 은퇴를 선언했다(사진). 한국 야구를 대표해 메이저리그에 커다란 발자국을 새겼던 그가 국내 프로야구 무대에서 야구 인생을 마무리한 것이다. 최근 그는 SBS <땡큐>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은퇴 당시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은퇴 당시 심리적으로 불안했는데 “당시 어머니가 ‘누구나 내려간다. 너는 너무 높이 올라가서 불안한 것이다.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잘 내려와라’고 문자를 보내주셨다”고 밝혔다.

박씨는 “전성기 때는 자꾸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점점 올라가니까 두려움만 커졌다”고 고백하고 “그러나 이제는 마음을 바꿨다. 인생에서 올라가지 말고 나아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털어놓았다.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이라고 마음먹으니 편해졌다는 것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그래도 많은 사람의 기억에 박찬호 선수의 전성기 모습이 추억처럼 남아 있다. 한 매체의 특파원으로 미국에 가서 박찬호의 124승 현장 대부분을 함께했던 민훈기씨가 <메이저리그 124승의 신화 박찬호>(한경비피 펴냄)를 펴냈다. 민씨는 단순히 박찬호 선수의 승리에 집중하지 않고 부상과 부진을 딛고 일어서서 모두가 끝났다고 했을 때도 쉬지 않고 나아가 결국 124승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숱한 역경의 시간을 담았다. 그중 한 대목을 보자.

‘박찬호 선수가 이미 메이저리그 생활만 10년이 넘은 베테랑으로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고 결혼까지 해서 아이도 있던 시절이었다. 그런 박 선수가 왜 텍사스의 소도시를 기점으로 한 마이너리그 팀에서 그렇게 고생하며 돌아다니는지 대다수 사람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좋은 성적을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2007년 트리플A에서 박 선수의 성적은 6승14패에 평균 자책점 5.97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렇게 나쁜 성적을 거둔 적은 드물었다. 그러나 인터뷰하면서 왜 박 선수가 고생을 사서 하면서 야구를 놓지 않았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왜 그렇게 마이너에서 고생하고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물었더니 대답은 이랬다. “나는 메이저리그에 다시 가서 야구를 하는 것이 1차 목표라서 아직도 이렇게 배우고 있다. 나름대로 마음처럼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이 나를 굉장히 자극하고, 그 자극이 나를 노력하게 한다. 미래가 어떻게 갈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새로운 것을 배우고, 까먹었던 것을 확인하고 그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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