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지도에서 지워버릴 폭격기 떴다
  • 양욱│한국국방포럼 연구위원 ()
  • 승인 2013.03.2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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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이 미군의 B-52 출격에 극렬히 반응하는 까닭

북한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3월20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52의 움직임을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전략폭격기가 조선반도에 다시 출격한다면 적대 세력들은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미국 국방부의 카터 부장관이 B-52에 핵무기를 장착하고 훈련하겠다고 밝히자 북한이 내비친 격렬한 반응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남한은 주요 방송사와 은행들의 전산망이 마비되는 이른바 ‘사이버 테러’를 당했다. 정부 당국은 이를 북한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초강경 분위기 속에서 무인타격기의 정밀 타격 훈련과 순항미사일에 대한 로켓탄 요격 훈련을 실시했다. B-52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면 로켓탄으로 요격할 수 있으며, 자신들도 무인타격기와 같은 무기 체계로 B-52 폭격기 못지않게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대체 B-52가 무엇이기에 북한이 이처럼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B-52 폭격기는 미 공군이 보유한 가장 강력하고도 효율적인 장거리 폭격기다. ⓒ EPA 연합
B-52 한 대에 핵무기 300만톤 장착

북한은 미국의 B-52가 핵폭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미 탄생할 때부터 B-52의 주 임무는 핵폭격이었다. 사실 B-52가 이번에 처음 한반도 상공으로 날아온 것도 아니다. ‘키 리졸브’ 및 ‘폴 이글’ 훈련 기간에는 항상 찾아와 폭격 훈련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지금 유난히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데는 위기감을 조성하겠다는 노림수도 있고, 북핵 제재를 위한 대북 정책에 대해 강경 자세로 돌아선 미국에 대한 경계심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B-52는 원래 1950년대 냉전 시절 소련이 미국을 핵공격하면 보복하기 위해 만든 전략 핵폭격기다. 따라서 B-52 폭격기는 북극해 상공을 초계 비행하면서 소련의 기습 공격에 대비했다. 바다의 핵잠수함, 지상의 대륙간탄도탄과 함께 3대 핵우산으로 불리는 것이 B-52 폭격기다. 베트남전에서는 재래식 폭탄을 활용한 융단 폭격에 투입돼 라인베커II 작전(미군이 1972년 12월 북베트남에서 수행한 대규모 공습 작전)에서 729회를 비행하면서 무려 1만5000톤 이상의 폭탄을 쏟아부었다. 심지어 이 작전에서 B-52 폭격기들은 방어용인 후방의 50구경 4연장 기관총으로 2대의 미그21 전투기를 격추시키면서 공대공 격추 기록까지 세웠다.

전략무기 감축 협정에 따라 365대의 B-52 폭격기가 해체됐는데, 남은 기체들이 걸프전 당시 두드러진 활약을 했다. ‘사막의 폭풍’ 작전 때 B-52 80여 대가 동원돼 1600여 회를 비행하며 2만5000톤의 폭탄을 투하했다. 다국적군 전체 폭탄의 약 40%를 담당한 셈이다.

21세기 들어 전장에서 물러날 듯했던 B-52는 다시 일선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 2001년 9·11 테러가 원인이다. 미군은 9·11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B-52를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파견했다. B-52 폭격기는 적의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2000파운드(약 1톤) 폭탄을 최대 24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또 B-52는 지상군 지원 폭격을 위해 초계 비행을 하면서 ‘하늘 위의 정밀 포병’ 역할을 수행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초기에 투하된 전체 폭탄 가운데 72%가 18대의 항공기에서 투하됐는데 그 가운데 10대가 바로 B-52였다. 나머지 8대는 B-1이다. 2차 걸프전 초기에는 B-52가 순항미사일 100발을 발사해 지상 목표를 집중 공격하기도 했다.

B-52가 전가의 보도처럼 각광받는 이유는 단 하나. 운용하기 쉬운 무기라는 점이다. B-2는 스텔스 페인트 등 정비할 것이 많아 가동률이 30%인 데 반해, B-52는 80%까지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군은 여전히 B-52를 애용하고 있고, 최소한 2040년까지는 가동할 예정이다.

특히 핵전쟁에서 B-52 폭격기는 AGM-86이나 AGM-129와 같은 공중 발사 순항미사일에 W80이라는 핵탄두나 B61과 B83 같은 핵폭탄을 장착할 수 있다. 순항미사일의 경우 최대 20발까지 장착할 수 있는데, W80 핵탄두의 파괴력은 최대 15만톤에 이른다. 이론상 B-52 한 대가 무려 300만톤의 핵무기를 싣고 비행할 수 있다. 이 정도 위력이라면 폭격기 단 한 대로 북한을 지도상에서 날려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이유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3월20일 무인타격기 공습과 대공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도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북한의 무인타격기도 B-52엔 역부족

북한은 B-52 폭격기 배치에 반발해 곧바로 무인타격기 훈련을 공개했다. 적지에 대한 정밀 타격 수단으로 미국의 B-52에 맞서 북한은 무인타격기를 최신 무기로 내세운 셈이다. 북한의 무인타격기는 원래 미국제 표적 예인용 무인기(공중 사격용 표적을 끌고 가는 무선 조종 항공기)인 MQM-107D 스트릭커를 개조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스트릭커는 최대 고도 12km까지 비행이 가능하고 최고 속도는 925km에 이르며, 길이 5.5m에 무게는 664kg이다. 북한은 이 스트릭커 표적 예인기를 시리아 등 중동 국가를 통해 도입한 후 역설계를 통해 무인타격기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무인타격기는 지난해 4월15일 열병식에서 최초로 공개됐고, 이번에 그 운용 장면이 공개된 것이다.

MQM-107은 900~1000km의 속도로 최장 2시간을 넘게 비행할 수 있다. 북한이 이를 자살 공격기로 개조하면서 탑재량이 줄어든 만큼 사정거리도 짧아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무인항공기여서 내부에 충분히 폭탄을 실으면 우리 군의 강화 진지나 병력 집결지를 정밀 타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인타격기의 원본인 MQM-107 자체는 1974년에 만들어진 무인기다. 낡은 기술에 바탕하고 있어 북한이 쉽게 역설계하고 복제할 수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이에 대응할 다른 방법도 많다는 뜻이 된다. 예를 들어 주파수 재밍(레이더 신호를 감추기 위한 방해 신호)이나 기타 다른 전자전 수단으로 무인타격기에 대응할 수 있다.

물론 우리 군에도 무인타격기가 있다. 국방부는 1990년대 중반 이스라엘 IAI 사의 하피를 도입하기로 하고 2000년 100여 기 도입에 600억원을 배정했다. 이에 따라 공군은 1999년 운영부대로 8전투비행단을 창설해 2001년 1월까지 120대 도입을 완료했다. 하피는 32kg의 고폭탄 탄두를 장착하고 최대 시속 185km로 최대 500km 거리의 표적까지 이동할 수 있다. 우리 군은 국산 무인타격기도 곧 배치할 예정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개발하는 데빌킬러 UAV가 그것이다. 동체 길이 1.5m에 최대 중량 25kg으로 약 10kg 폭약을 탑재하고 최대 400km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하피보다는 훨씬 작은 크기의 데빌킬러는 북한의 해안포나 장사정포 등을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형 무인타격기로 40km 이상 떨어져 있는 적을 파괴할 수 있다. 북한이 무인타격기를 자랑하지만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B-52 폭격기에 대한 공포를 떨쳐내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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