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베네 성장 엔진 식었나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3.03.2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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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는 사업마다 고전… “김선권표 확장 모델 한계” 시각도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가 초고속 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기존 수익원인 커피전문점 사업의 성장판이 닫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가맹점주들은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다. 추가로 매장을 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신사업 역시 벽에 부딪혔다. 드럭스토어 사업은 론칭한 지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베이커리 사업 역시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걸려 확대가 어렵게 됐다. 지난해 초 문을 연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가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

창업 전문가들은 “김선권표 성장 모델이 한계에 달한 것이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 김선권 대표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손대는 사업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2010년에는 스타벅스 독주 체제였던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을 뒤집었다. 카페베네는 출범 2년여 만에 스타벅스를 제치고 400호점을 돌파했다. 2011년 가맹점 수는 701개로 늘어났다. 하루에 한 개꼴로 가맹점이 문을 연 셈이다. 매출도 수직 상승했다. 2009년 200억원에서 2010년 1000억원, 2011년 1670억원으로 급증하면서 ‘김선권표’ 경영 모델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가맹점을 개설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계약직 영업사원이 가장 선호하는 곳 역시 카페베네였다.

하지만 수직 상승은 여기까지였다. 3월21일 현재 카페베네 가맹점은 850곳으로 집계됐다. 15개월 동안 150여 곳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목 좋은 자리는 이미 선점을 끝낸 상태다. 추가로 가맹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카페베네는 이미 지난해 1분기에 적자를 냈다. “무리한 확장의 결과”라고 업계에서는 분석했다.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이사는 그동안 공격적인 점포 확장 정책을 폈다. ⓒ 시사저널 사진자료
지난해 첫 적자 이후 수익 구조 우려

카페베네의 수익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해된다. 2011년 카페베네의 매출은 1680억원. 이 중 절반 이상인 843억원이 가맹점 인테리어 공사와 설비·집기 판매에서 나왔다. 관련 영업이익도 249억원에 달했다. 2011년 카페베네의 전체 영업이익이 16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 개설하는 가맹점의 인테리어 공사나 기자재를 납품해 적자를 메워왔다는 얘기가 된다. 이상헌 창업경제연구소장은 “가맹점을 확대하지 못하면 수익을 낼 수 없는 것이 그동안의 카페베네 수익 구조였다. 시장이 포화 상태로 가면서 경영이 악화되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카페베네의 광폭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커피 전문 업종의 모범 거래 기준을 발표했다. 기존 가맹점에서 500m 이내에는 신규 출점을 금한다는 내용이다. 회사에서 리뉴얼 매장의 인테리어에 관여할 경우 20~40%를 지원하도록 했다. 이전처럼 대놓고 수익을 챙기기가 불가능해졌다.

실제로 카페베네는 매장 확대 전략을 쓰면서 기존 점주와 마찰이 적지 않았다. 상권이 겹치는 곳에 가맹점을 열었기 때문이다. 인천의 한 가맹점주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매장에서 불과 300여 m 떨어진 곳에 특수 매장을 열었다는 것이다. 이 가맹점주는 특수 매장의 철수를 요구했다. 회사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기존 매장을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만난 한 가맹점주는 “그렇지 않아도 출혈 경쟁으로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같은 상권에 두 개의 매장을 오픈해서 기존 가맹점주가 본사에 항의한 경우를 여러 번 봤다”고 말했다.

서울 숙대입구역 인근 카페베네 모습. ⓒ 시사저널 최준필
카페베네측 “당분간 상장 계획 없다”

카페베네측은 “일부의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 21억9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우려가 있었다”며 “하지만 3분기에 4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당기순이익 역시 흑자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동안 뒷말이 나왔던 가맹점주와의 마찰 역시 상당 부분 해결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상권 중복 문제로 일부 가맹점과 충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현재는 가맹점주와 회사가 협의체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업도 녹록지가 않다. 카페베네는 2월 드럭스토어 사업인 ‘디셈버24’를 접었다. 지난해 8월 론칭한 후 6개월 만이다. 김 대표는 디셈버24를 ‘한국형 왓슨’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서울 강남점과 사당점에 이어 홍대·영등포·압구정점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 수익이 나지 않자 사업을 접었다. 대신 해외 사업에 여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기존 매장 일부는 베이커리 점포로 전환했지만 베이커리 사업 역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카페베네는 제과점 마인츠돔 인수를 통해 베이커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때 크라운베이커리 인수를 타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과점업이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선정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 가맹점주는 “기존 브랜드인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도 매장에서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며 “마인츠돔을 통해 커피를 판매하지는 않을까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카페베네측은 “외식과 해외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드럭스토어 사업을 접었다. 베이커리 사업의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4월로 예정된 실적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실적을 통해 향후 회사의 방향성이나 상장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 가맹점 유치 사업은 주춤한 상황이다. 2012년 3분기에 흑자로 돌아섰지만,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6~15배 줄었다. 대신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블랙스미스의 가맹점을 80곳이나 유치했다. 여기서 올리는 매출로 기존 커피전문점의 정체를 메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련의 악재가 무리한 상장 추진에 따른 부작용이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카페베네는 대우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하고 2011년부터 상장을 준비해왔다. 업계에서는 당시 상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커피 가맹점을 유치해 수익을 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상장 요건을 맞추기 위해 블랙스미스, 디셈버24, 마인츠돔 등을 잇달아 론칭했고 그 부작용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시각이 많다. 이와 관련해 카페베네측은 “당분간 상장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는 해외 진출 사업에 치중할 계획”이라며 “상장은 이후 추이를 보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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