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브랜드 이미지 타격 신동빈 회장에 불똥 튈 수도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3.03.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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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관광개발, 법정관리 신청…그룹측 “우리와 관계없는 일”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이라는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드림허브) 개발 사업(이하 용산개발사업)이 좌초 위기에 몰리면서 그 불똥이 롯데관광개발로 튀었다. 이 사업에 자본금의 30배가 넘는 돈을 투자한 롯데관광개발이 3월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롯데관광개발 김기병 회장(75)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배경에 대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이후 금융권의 대출금 회수가 잇따라 자금난이 심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용산개발사업은 ‘드림허브’와 ‘용산역세권개발㈜’이 주도했다. 드림허브는 대규모 민간 개발 사업을 진행할 때 설립하는 프로젝트 금융회사이고, 용산역세권개발㈜은 사업의 실질적인 시행사 역할을 맡았다. 롯데관광개발은 드림허브의 지분 15.1%를 보유한 2대 주주이자 용산역세권개발㈜의 1대 주주(지분 70.1%)로서 그동안 용산개발사업과 관련해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개발 예정지인 서울 용산역 철도정비창부지 전경. ⓒ 시사저널 임준선·최준필
신격호 처남 김기병이 1971년 설립

롯데관광개발은 2012년 경영지표 기준으로 자본금 55억원에 연매출 400억원대의 중소 규모 관광회사다. 그럼에도 총 사업비 31조원에 달하는 용산개발사업에 뛰어들면서 17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다. 상당한 자금을 금융권에서 빌린 탓에 3월에만 500억원가량을 갚아야 했다.

하지만 용산개발사업이 휘청거리면서 금융권이 차입금 만기 연장을 거부했고, 결국 롯데관광개발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중앙지법은 법정관리 신청을 접수한 다음 날인 3월19일 롯데관광개발에 대해 재산 보전 및 포괄적 처분 금지 명령을 내렸다. 재산 보전 처분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이 본격적인 회생 개시 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적용받는 단계다. 법원은 롯데관광개발이 회생할 가치가 있는지 추가 심사를 거쳐 롯데관광개발에 대한 법정관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롯데관광개발은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유가증권 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했다. 롯데관광개발의 감사인인 대성회계법인은 3월18일 롯데관광개발의 2012년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롯데관광개발은 2012년 사업보고서에 드림허브 지분 가치를 1200억원으로 산정했는데, 대성회계법인이 이를 믿을 수 없다며 감사 의견 제출을 거부한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감사인의 감사 의견 거절이 상장 폐지 기준에 해당한다며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업계는 롯데관광개발의 파산 위기에 대해 “이미 예고된 일”이라는 시각을 보인다. 자본력이 부족하고 부동산 개발 사업 경험도 없는 롯데관광개발이 삼성물산을 대신해 용산개발사업 주관사를 맡은 것부터가 화근이었다는 것이다.

‘용산 쇼크’ 여파 어디까지 미칠까

롯데관광개발은 용산역세권개발㈜의 1대 주주로 코레일과 함께 개발 사업을 주도했다. 2007년 11월 용산개발 사업자로 선정된 삼성물산·국민연금 컨소시엄에 전략적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가 2010년 삼성물산이 철수하면서 내놓은 용산역세권개발㈜ 지분 45.1%를 인수해 1대 주주가 됐다.

롯데관광개발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른바 ‘용산 쇼크’의 여파가 향후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롯데관광개발 계열사뿐만 아니라 ‘롯데’라는 브랜드를 함께 쓰고 있는 롯데그룹에도 영향이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김 회장이 최대 주주(38.66%)이고 부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사장(8.53%)과 두 아들(5.64%) 등 일가족이 52.83%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김 회장의 부인 신정희 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여동생이다. 김 회장은 1971년 당시 손위 처남인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롯데’라는 브랜드를 빌려달라고 부탁해 롯데관광개발을 설립했다. 지분 관계상 롯데관광개발은 롯데그룹과는 별개의 회사인 셈이다.

그럼에도 혼맥으로 이어진 관계와 오랜 기간 브랜드를 공유해온 사실 등을 미루어 볼 때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게다가 2010년 당시 롯데관광개발이 용산역세권개발㈜ 지분을 인수한 데 롯데그룹 신동빈 당시 부회장의 의중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신동빈 당시 부회장은 2010년에 “하반기에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 물망에 오른 기업을 모두 인수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2010년 하반기 들어 부동산 개발 지분까지 포함해 10여 건의 인수·합병을 성사시켰다. 때문에 롯데관광개발이 2010년 용산역세권개발㈜ 지분 인수에 적극 나선 이유가 롯데그룹이 용산개발사업을 주도해 그룹 위상을 높이려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측은 롯데관광개발의 위기에 대해 롯데그룹과는 별개의 일이라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관광개발과 롯데그룹은 전혀 관련이 없다. ‘롯데’라는 이름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겠느냐는 것 또한 오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2010년 롯데관광개발의 용산역세권개발㈜ 지분 인수와 관련해 “(그것은) 신동빈 회장의 방침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롯데관광개발의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그룹 회장이 따로 지침을 내린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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