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를 꼴찌라 손가락질하나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3.04.0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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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2013시즌 개막 LG·한화·NC 등 하위권 전망

MBC 스포츠플러스 양상문 해설위원은 석사 출신 야구인이다. 풍부한 야구 지식과 화려한 언변으로 무엇을 물어도 막힘없이 대답한다. 예외가 있다면 하나.

“‘어느 팀이 꼴찌를 할 것 같으냐’는 질문만은 절대 사절이다.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재 뿌린다’고 해당 팀 팬들이 엄청나게 항의한다.” 양 위원이 빙그레 웃으며 밝힌 예외 이유다.

3월22일 경남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NC-롯데 시범경기에서 NC 선수들이 2 대 1로 경기를 이긴 뒤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등 싸움보다 뜨거운 9등 탈출 전쟁

어디 양 위원뿐이겠는가. 모든 야구인이 새로운 시즌에 앞서 각종 예상을 쏟아내지만 하위권 팀 전망만은 침묵으로 일관하기 일쑤다. 그럼에도 야구계가 꼽는 올 시즌 하위권 그룹은 분명하다. LG·한화·NC다. 이유는 뭘까.

먼저 LG를 보자.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는 스토브리그에서 베테랑 불펜투수 정현욱을 영입했다. 정성훈·이진영 등 소속팀 FA(자유계약선수)도 거액을 들여 주저앉혔다. 길고 지루한 협상 끝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류제국을 영입했다. 전력 보강만 따지면 9개 구단 가운데 최고다.

그러나 LG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을 높게 보는 야구 전문가는 드물다. 우선 외국인 선발투수 2명을 제외한 3, 4, 5선발이 확실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불펜도 정현욱을 영입했지만 다른 불펜투수의 능력에 의문이 간다. 한 해설가는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맞다면 투수진이 약한 LG는 아직 놀음판에 뛰어들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시즌 중 극적인 마운드 보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올 시즌에도 LG는 하위권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화는 LG보다 사정이 좋지 않다. 에이스 류현진이 빠진 마운드는 비참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시범경기에서 평균 자책 3점 이하를 기록한 투수는 고작 한 명, 외국인 투수 다나 이브랜드뿐이었다. 나머지는 죄다 4, 5점대를 기록했다. 얼마나 투수가 없으면 김응용 한화 감독이 “괜찮은 투수 2명만 구할 수 있다면 내 연봉까지 얹어줄 용의가 있다”고 털어놓았을까.

시원찮기는 방망이도 마찬가지. 시범경기에서 한화의 팀 타율은 2할3푼밖에 되지 않았다. 팀 득점은 8위, 잔루는 2위로 여전히 답답한 야구를 선보였다.

신생 구단 NC는 어떨까. 기존 전력과 이름값만 따지자면 NC는 부동의 꼴찌다. 선수 대다수가 1군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선수층도 얇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제한된 지역에서 100경기를 치르는 2군 리그와 달리 1군 리그는 전국을 돌며 133경기를 치른다”며 “기존 8개 구단보다 선수층이 얇고 주전과 백업의 실력 차가 뚜렷한 NC로서는 시즌을 치를수록 힘겨운 싸움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막내팀 NC, 만만한 상대 아니야”

박재홍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1996년 현대 창단 멤버다. 누구보다 신생 팀의 어려움을 잘 안다. 그래서일까. 박 위원은 “신생 팀의 한계는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시즌 초반 서로 모르는 상황에서 붙으면 패기만만한 NC가 유리하다. 그러나 기존 팀은 NC 선수만 파악하면 되지만, NC 선수는 기존 8개 구단 선수를 전부 파악해야 하기에 결국 유리한 쪽은 기존 구단일 수밖에 없다.” 덧붙여 박 위원은 “강팀은 약체 NC를 상대로 최대한 승수를 쌓으려 총력전을 펼칠 것이고, 중위권 팀은 창피당하지 않으려고 NC를 집중 견제할 것이 분명하다”며 “목표인 승률 4할도 어려울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NC를 꼴찌로 예상하는 야구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이 위원은 “1군 전력만 따지면 NC는 결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NC는 2년 연속 그해 최고 신인 선수를 지명하며 유망주 확보에 성공했다. 지난겨울엔 기존 8개 구단으로부터 보호선수 20명 외 1명씩을 특별 지명 형식으로 넘겨받고, FA 이호준과 이현곤도 영입했다. 이 선수들의 합류로 패기 일색의 선수단에 경험이 더해졌다. 특히 외국인 투수 3명을 보유하며 신생 팀임에도 선발 마운드 높이가 기존 팀들과 겨뤄볼 만하다. 부상자를 최소화하고 외국인 투수 3명이 최소 25승을 합작한다면 데뷔 시즌 8위 이상은 가능하다고 본다.”

NC는 시범경기에서 5승1무6패를 기록했다. LG와 공동 5위였다. 팀 타율은 2할5푼8리로 공동 2위, 팀 평균 자책은 3.26으로 5위였다. 이 위원의 말대로 호락호락하지 않은 전력을 선보인 셈이다. 하위권이 예상되는 한 팀은 벌써 NC를 ‘라이벌 팀’으로 지목해 전력 탐색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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