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를 찾습니다
  • 김재태 편집위원·부국장 (purundal@yahoo.co.kr)
  • 승인 2013.04.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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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자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데, 2인자가 끼어들어 딴죽을 걸면 1인자는 얼굴이 찌푸려집니다. 티격태격 말다툼이 길어지면 나머지 사람들 사이에 동요가 생기고, 결국에는 편이 갈라집니다. 2인자가 다른 사람의 지지를 얻어 기세를 올리기라도 하면 1인자는 점점 난처해집니다. 2인자가 자꾸 신경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자기들끼리는 잠시 불편해질지 몰라도 그것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흥미가 진진해집니다. <무한도전>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는 유재석·박명수만 봐도 그렇습니다. 영리하게 ‘2인자 놀이’를 즐기는 박명수와 1인자 유재석이 아웅다웅하면서 보는 재미는 더욱 커집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2인자를 두지 않는 리더’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아버지의 비극에서 연유한 본능적 방어 기제라는 등 따라붙는 해설도 다양합니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이 보여온 모습을 감안하면 수긍이 갈 만한 이야기입니다. 박 대통령의 정당 지도자 시절이나 현재의 스타일에서 2인자를 만들지 않으려는 듯한 인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1인자가 잘하면 굳이 2인자가 나올 필요는 없습니다. 2인자가 설치면 1인자의 앞길에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2인자는 때로 1인자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역사 속의 많은 2인자가 불행한 말로를 맞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2인자가 없으면 1인자는 자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좋겠지만, 그 주변은 삭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활력이 떨어지고 분위기도 침잠되기 쉽습니다. 조직에 생기가 사라집니다. 반면에 건강한 존재감을 지닌 2인자가 있으면 다릅니다. 서로 보완재 구실을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成也周公, 敗也周公(성야주공, 패야주공)’이라는 말이 회자됩니다. 마오쩌뚱 곁에서 평생 2인자로 살았던 저우언라이(周恩來)를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성공도 실패도 모두 저우언라이에 의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만큼 저우언라이가 중국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합니다. 그는 마오쩌뚱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중국을 현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덩샤오핑이라는 걸출한 인물을 중국의 지도자로 끌어올리는 데도 힘을 보탰습니다.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의 ‘윈윈’입니다. “마오쩌뚱이 없었다면 중국의 혁명은 결코 불붙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우언라이가 없었다면 그 불길은 다 타서 재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라는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평가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닐 겁니다.

지금 박근혜 정권에서 2인자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새누리당입니다. 인사 문제 등 잘못된 일이 나타나면 당에서 쓴소리를 내놓아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집권당에는 ‘충언’은 없고 충성만 넘치는 듯이 보입니다. 딱 부러지게, 또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봉건 시대, 전제 국가가 아닌 이상 2인자는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들이 선의의 경쟁을 활발하게 벌이는 과정에서 1인자에 대한 견제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곁에 좋은 2인자들이 몰려들어야 하는 까닭입니다. 박 대통령이 주창한 대통합이 1인자 아래의 대통합, 1인자만을 위한 대통합이어서는 곤란합니다. 2인자들이 기세 좋게 큰소리치는 세상, 그것이 민주주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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