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검찰·경찰 달라붙은 KT&G
  • 이승욱·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3.04.0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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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되긴 했지만 공기업 성격이 강한 KT&G의 민영진 사장을 둘러싸고 사정기관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KT&G는 지난 2002년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직간접으로 권력 입김이 미치는 곳이다. 경북 문경 출신인 민 사장은 2010년 KT&G 사장으로 선임된 후 전 정권 실세와의 친분이 논란을 불러왔다. 민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촌 처남인 김재홍 KT&G복지재단 전 이사장과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MB 최측근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 탓에 민 사장은 현재 MB 최측근들이 연루된 특혜성 시비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1월 KT&G 민영진 사장과 관련해 내부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A4용지 20여 장 분량의 문건을 입수했다. ‘KT&G 사장 민영진’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에는 납품·비자금 비리와 권력 실세의 공모 절차 개입, 경영 실패 등 각종 의혹이 담겨 있다. 본지가 이 문건을 토대로 취재를 진행하던 지난 3월6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KT&G 사옥과 대전 평촌동 본사 사무실 등에 조사요원 100여 명을 투입해 특별 세무조사를 벌였다. 앞선 2월5일 민주노총 계열인 KT&G 제2노조는 “민 사장이 부임한 이후 자회사를 통해 신생 광고사인 ‘상상애드윌’에 80억원 규모의 광고 대행을 맡겼다”며 “하지만 상상애드윌은 2011년 설립돼 실적이 전무하고 그 회사 대표는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과 처남·매형 사이”라고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KT&G가 남대문시장 인근에 신축 예정인 호텔의 용역을 김 전 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특정 업체에 수의 계약을 통해 맡겨 수십억 원의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노조가 의혹을 제기한 지 한 달 만에 세무 당국이 특별 세무조사에 나선 셈이다. 최근 검찰과 경찰도 경쟁적으로 민 사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정 당국의 ‘MB 지우기’ 작업이 본격화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 

하지만 KT&G 관계자는 “민 사장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모두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면서 “세무조사도 통상적인 조사일 뿐 특혜성 시비와는 무관한 것이고 세무조사가 끝나면 모든 의혹이 명명백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KT&G 관계자들이 경찰 소환조사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달랐다”면서 “사장 선임은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고, 신뢰받는 기업으로서 최선을 다해 투명한 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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