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띠 두른 ‘낙하산 부대’ 대기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3.04.0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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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인사 앞두고 박 대통령 측근 그룹 미래연 인맥 주목

역대 정부가 출범한 그해 4월은 때맞춰 피는 벚꽃만큼 하마평이 풍성한 계절이다. 정부 장·차관급 인사가 끝나면서 물갈이될 공공기관장 인사를 두고 숱한 이름이 오르내리는 시기다. 하지만 2013년 박근혜 정부의 4월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정치부 취재를 오래 한 한 중견 언론인은 이렇게 대조적인 분위기를 냉소 섞인 말로 설명했다. “MB 정부 때는 하마평이 너무 많아 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없어서 답답하다. 은근히 한자리를 바라고 있는 사람들도 언론에 자신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박근혜 대통령에게) 찍히니까 자가발전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도 ‘누가 그 자리에 갈 것’이라고 말해도 어차피 안 맞을 거니깐 아예 말을 하지 않는다.”

공공기관 인사에 대한 하마평이 역대 정부보다 줄었다고 해서, 다가오는 공공기관장과 상근감사 인선에서 낙하산 논란이 잦아들 것이라고는 누구도 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누차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지만, 결국 청문회가 없는 공공기관 인사는 논공행상식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 2~3월의 장·차관급 인사에서 박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던 측근 그룹보다는 행정 관료 출신 등 의외의 인물이 많이 기용된 탓에 인사에서 배제된 측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라는 점도, 향후 공공기관 인선에서 보은성 인사가 불가피하리라는 전망을 낳는다.

박 대통령의 발언과 인사 스타일을 염두에 둔다면, 전문성이 있으면서 그동안 지근거리에서 자문을 해준 측근 그룹을 공공기관장 인선에 활용해 낙하산 논란을 피해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장 인선과 관련해 여러 차례 ‘전문성’과 함께 ‘국정 철학 공유’를 강조하는 발언을 해왔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3월2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인수위 출신의 미래연 인사들 활발히 거론

이에 따라 전문가 측근 그룹 인사가 상당수 포진한 국가미래연구원(미래연)이 주목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와 장·차관급 인사에서 미래연 출신에 대해 확고한 신임을 드러낸 바 있다. 류길재 통일부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최문기(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백승주 국방부 차관, 곽상도 청와대 민정수석, 김재춘 교육비서관, 홍용표 통일비서관, 정영순 여성가족비서관 등이 모두 미래연 출신이다.

결국 인수위 위원이나 전문위원 등을 거치며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면서도 전문 분야를 개척한 ‘미래연 인사’들이 대거 공공기관에 입성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연 멤버 중에는 손양훈 인천대 교수(환경에너지)와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과학기술), 안상훈 서울대 교수(재정·복지), 옥동석 인천대 교수(재정·복지), 홍순직 전주비전대 총장(산업·무역·경영) 등이 본인 의사와는 상관없이 손에 꼽힌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4월4일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홍기택 중앙대 교수를 내정했다. 홍 교수는 거시금융 전문가로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을 지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전략이 낙하산 논란을 피해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인상 한국노총 공공연맹 위원장은 “역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공공기관에는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논공행상식 인사로 끝났다”며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사가 또다시 내려 꽂기 식으로 흐르지 않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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