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지켰는데 찜찜하다
  • 차윤주│뉴스1 정치부 기자 ()
  • 승인 2013.04.1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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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함양 군수 보궐 선거 판세…새누리당 무공천 ‘변수’ 될까

“시행착오 차원에서 한번 해보는 것이다.”

이번 4·24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기초단체장 무공천을 결정한 뒤 한 고위 당직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당의 속내가 사실은 무공천에 있지 않았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 당직자는 서병수 사무총장이 무공천을 밀어붙인 이유에 대해서도 “구청장을 해봤기 때문에 강경하다”고 해석했다. 구청장 때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에게 당한 트라우마가 있다는 의미였다. 당시 서 총장은 공천을 못 받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렇게 ‘한번 해보는 선거’, 경기 가평군수와 경남 함양군수 선거가 4월11일 공식 선거운동 개시와 함께 그들만의 리그를 시작했다. 다수의 새누리당 출신 후보가 예상대로 출마를 강행했다. 가평군수 보궐 선거에는 모두 5명이 후보 등록을 했다. 민주통합당 김봉현(41, 2번) 후보를 제외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기도의원 출신 육도수(54, 4번)·박창석(56, 5번)·김성기(56, 7번) 후보와 가평군의장이었던 정진구(57, 6번) 후보는 모두 새누리당원이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무소속 후보에게는 기호 4번부터 배정된다. 국회 제1당 몫인 기호 1번 후보는 없다. 함양군수 후보자는 무소속만 4명이다. 역시 새누리당 당적을 지녔던 경남도의원 출신의 서춘수(62, 4번)·임창호(60, 5번) 후보와 함양군의원을 지낸 이창구(60, 6번)·김재웅(54, 7번) 후보가 그들이다.

‘정당 무공천’, 1회 실험으로 끝날 듯

이목은 가평에 집중됐다. 여당 표 분산이 불가피해진 가평에서 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4월10일 발표된 안전행정부 자료에 따르면 가평군 등록 유권자 수는 5만746명이다. 이 가운데 새누리당 지지세가 강한 40대 이상은 3만6699명으로 전체의 72.3%에 달한다. 이들을 여당 성향의 네 후보가 똑같이 나눠 가진다면 한 후보당 18.1%다. 30대 이하 27.7%가 똘똘 뭉쳐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면 ‘필패’다.

공천을 하지 않았으니 당 차원의 지원도 없다. 비공식적으로 도우려고 해도 당 출신 4명 중 누구 하나를 콕 찍을 수가 없다. TK(대구·경북) 지역의 한 재선 의원은 “그렇게 되면 나머지를 당의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머리가 복잡해진 가평 지역구 정병국 의원은 대통령 특사 임무를 맡아 4월8~12일 일정으로 케냐로 떠나버렸다. 유권자들은 “후보가 너무 많아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고 피로감을 호소한다. 피로감은 무관심으로 이어져 투표율 하락을 부른다. 종반전으로 가면 위기의식을 공감한 여권 후보 간 단일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재보선에서 시도된 새누리당의 기초단체장·의원 무공천은 일회성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오는 10월 재보선에는 기초단체장·의원 선거가 없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선거법을 바꾸지 않는 한 무공천 기조를 유지하기 힘들다. 선거법 개정의 한 축인 민주당은 일찌감치 무공천을 거부했다. 새누리당도 이번 무공천을 결정하면서 지역 당협위원장의 재량권을 인정하기로 해 다음 선거를 대비한 완충 장치를 두었다.

가평·함양이 이를 위해 계산된 선거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가평은 원래 ‘무소속 불패’ 지역이라 최악의 경우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도 새누리당은 진 게 아니다. 전임 군수도 무소속이었다. 함양에서는 누가 돼도 복당시키면 그만이다. 공천심사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처음엔 반대가 컸지만 가평이 공천을 해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곳이라 이번에는 공약대로 하고 다음엔 원위치하거나 민주당에 책임을 뒤집어씌울 수 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졌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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