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쇼핑족을 모셔라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04.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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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오픈마켓, 판매자 유치 총력전

직장인 이윤희씨(여·33)는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쇼핑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씨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필요한 물건을 손쉽게 살 수 있는 데다 컴퓨터로 하는 인터넷 쇼핑보다 할인 혜택이 많아져서”라고 모바일 쇼핑을 즐기는 이유를 설명했다. 굳이 컴퓨터를 켜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점은 모바일 쇼핑의 큰 매력이다. 게다가 최근 2~3년 사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보급이 급격히 늘어났고 모바일 결제 시스템도 비교적 안정됐다. 통신사들이 LTE(초고속 무선 이동통신)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 모바일 쇼핑 환경은 과거보다 확연히 좋아졌다.

매장에 물건을 사러 가기 전에 가격이나 디자인을 검색하는 일도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모바일 쇼핑족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인터넷 쇼핑에서 결제액이 비교적 많은 편이었던 중·장년층이 스마트폰에 익숙해지면서 모바일 쇼핑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다. 김정우 네이버 모바일쇼핑 차장은 “지난해 전체 온라인 결제 중 7~8%가 모바일 쇼핑에서 발생했다”며 “올해에는 이미 15%를 넘길 정도로 모바일 쇼핑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모바일 쇼핑업계의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 시사저널 임준선
올해 매출 1조3000억 예상

업계는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사는 모바일 쇼핑족이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스마트폰 사용자 3명 중 1명은 모바일 쇼핑을 하는 셈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지난해 6000억원이던 이 시장 규모가 올해 1조3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 쇼핑 시장이 정체기를 맞은 가운데 모바일 쇼핑 시장이 새로운 유통 채널로 급부상하자 관련 업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옥션은 중고 상품만 거래하는 모바일 중고 장터 앱(App)을 내놓고 특화된 서비스를 강조하고, G마켓도 카카오톡과 함께 주문·배송 메시지 서비스를 도입했다. 온·오프라인 쇼핑을 융합한 서비스도 등장했다. 지역 상권의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종합쇼핑몰인 롯데닷컴은 출퇴근 시간에 모바일 쇼핑 건수가 높은 점에 착안해 오전 8시와 저녁 6시에 맞춰 5~6% 할인 쿠폰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TV홈쇼핑도 모바일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GS홈쇼핑·CJ오쇼핑·롯데홈쇼핑 등 TV홈쇼핑 상품을 모아놓은 앱이 나왔다. TV홈쇼핑의 주 소비자인 40대가 모바일 쇼핑으로 이동할 환경이 생긴 것이다.

신용카드사도 모바일 쇼핑족 잡기에 적극적이다. 신한카드는 LG전자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LG전자 스마트폰에 자사의 모바일 결제 앱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BC카드는 안전결제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다. 소비자는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한 후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등록해두고 결제할 때는 비밀번호만 입력해 결제할 수 있다. 오프라인 유통사들도 모바일 쇼핑 시장에 진입할 전망이 커진 가운데 이 시장에서 벌써 경쟁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 수수료 유료 전환으로 포문 열어

국내 모바일 검색률 77%인 네이버가 모바일 시장에 공을 들이면서 기존 모바일 쇼핑 업체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네이버는 그동안 지식쇼핑 서비스를 꾸준히 키워왔다. 가격을 비교해서 제품을 사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웹사이트 분석평가업체인 랭키닷컴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상위 10개 인터넷 쇼핑몰에서 네이버의 지식쇼핑을 통해 방문한 이용자 비중이 30%를 넘었다. 인터넷 쇼핑을 하는 소비자 10명 중 3명은 네이버를 이용한 셈이다. 월 250만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네이버는 지난해 샵N이라는 오픈마켓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존의 오픈마켓업체들이 10년 동안 쌓은 노하우와 매출을 따라갈 수 없다”면서 “많은 판매자에게 다양한 유통 채널을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더 많은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기존 쇼핑몰 업체는 없다. 오픈마켓 관계자는 “샵N 등 네이버를 통해 물건을 파는 판매자가 2만명으로 오픈마켓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네이버의 영향력은 한순간에 모바일 쇼핑 시장을 삼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그동안 무료였던 수수료를 유료로 전환하면서 모바일 시장에서의 선점 전쟁에 포문을 열었다. 네이버를 통해 모바일 쇼핑 거래가 일어나면 거래액의 1.5~2%를 수수료로 받겠다는 것이다. 11번가·G마켓·옥션·인터파크 등 대형 오픈마켓 네 곳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네이버에 제공하던 상품 정보(DB)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11번가 관계자는 “모바일 쇼핑 시장은 태동기여서 아직은 인터넷 쇼핑 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데, 인터넷 쇼핑과 같은 수준으로 모바일 쇼핑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네이버가 8개 오픈마켓을 통해 받는 인터넷 쇼핑 거래 수수료만 연간 700억~800억원이다. 종합쇼핑몰로부터 받는 것까지 합하면 2000억원을 가만히 앉아서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네이버가 모바일 쇼핑 시장에서 유통 공룡이 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한 것이다. 이들이 상품 정보를 철회하면 네이버도 곤란한 상황에 부닥친다. 네이버 인터넷 쇼핑 거래의 100%에 가까운 오픈마켓 대형 4개 업체의 상품 정보가 없으면 네이버의 가장 큰 특징인 가격 비교 서비스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한 오픈마켓업체는 평균 1000만개 이상의 상품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와 오픈마켓업체들은 서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빼앗는 행태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네이버나 오픈마켓업체들의 핵심은 판매자다. 소비자에게 인기가 많은 대형 판매자를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판매자는 네이버든 오픈마켓이든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에서 물건만 팔면 그만이다. 앞으로 네이버와 오픈마켓이 판매자에게 어떤 판매 조건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판매자의 대량 이동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네이버와 오픈마켓업체는 판매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예컨대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판매자의 물건을 미국에 팔아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판매자의 상품 정보를 해외 판매용으로 만들어 이베이를 통해 팔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베이 물품 등록 비용과 번역까지 일체의 서비스를 이베이코리아가 지원하므로 판매자에게는 추가 비용 없이 제품을 수출할 길이 열린 셈이다.

인터넷 쇼핑 시장 규모가 연간 40조원인 것에 비하면 모바일 쇼핑 시장은 아직 작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화면이 작은 점, 결제의 불편함, 보안 취약성 등으로 모바일 쇼핑을 꺼리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30만원 이상의 금액을 결제할 때 모바일용 공인인증서가 따로 필요한 점도 불편하다. 이처럼 모바일 쇼핑 시장에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쌓여 있다. 업체들이 모바일 쇼핑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이면서 판매자 모시기에 고민하는 동안 소비자는 모바일 시장을 등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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