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 입원한 ‘공공의료’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3.04.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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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병원 대비 효율성 낮아 대부분 존폐 위기

지방 공공의료원의 경영 상태를 보면 암울하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2012년 지역 거점 공공병원 운영 진단 결과’를 보면 34개 지방 의료원 중 흑자를 낸 곳은 7개에 불과하다. 의료 수익만 따졌을 경우 흑자를 낸 곳은 김천의료원이 유일하다.

공공병원 운영 진단에서는 지방 의료원의 특성을 고려해 공공성과 경영 효율성을 함께 분석했다. 공공성은 의료원 환경을 감안한 의료 취약도와 공익적 역할 수행 비용을 분석해 반영하고, 의료 취약도는 의료권 내 의료 수요와 의료 공급이 모두 적을수록 취약도가 높다고 판단했다. 경영 효율성은 경영 성과, 운영 효율성, 재무 건전성 등 3개 영역에 대해 재무제표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휴업 12일째인 4월14일, 진주의료원을 떠나지 못하는 환자들이 TV를 시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다수 지방 의료원, 적자에 ‘허덕’

보건복지부는 강릉·천안·진주·파주·의정부·서울·제주·수원·순천·인천 등 10개 지방 의료원에 대해 혁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면적 경영 개선을 통해 경쟁력과 공공성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된 곳도 삼척·속초·강진·울진·포천·안성 등 6곳에 달했다.

경영 효율성 부문만 놓고 보았을 때 34개 지방 의료원 대다수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2011년 재무제표상 흑자를 낸 의료원 7곳은 청주, 충주, 서산, 포항, 김천, 울진, 제주 등이었다. 대다수 지방 의료원은 수십억 원 규모의 적자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 수익 적자 규모는 서울 358억원, 부산 118억원, 인천 93억원, 진주 75억원, 대구 56억원 등이다. 이에 대해 일부 병원에서는 시설 투자 등으로 지출이 늘어 적자 폭이 커졌다며 운영 진단 결과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악화된 지방 의료원의 경영 수지는 전반적으로 세 가지 요인에 기인했다. 첫째, 입원 환자 수익성이 낮았다. 둘째, 수익 대비 인건비 단가가 높았다. 셋째, 투자 효율성이 현저히 작았다.

우선 입원 환자 수익성은 유사 규모의 민간 병원에 비해 83% 수준으로 낮았다. 인건 비율은 민간 병원 대비 157%로 높았으며, 총자본 회전율과 유형 자산 회전율 모두 민간 병원에 비해 현격히 낮게 나타났다.

지방 의료원의 의료 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은 평균 68.8%였다. 제주가 101.6%로 가장 높았고 서울, 강릉, 속초, 영월, 강진, 울진 등은 80%가 넘었다. 이런 경영의 비효율성이 매년 적자를 낳는 원인이었던 것이다.

4월15일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적자 경영 상태인 충청남도와 인천 지역 5개 지방 의료원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공공의료원이 처한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을 종합해보면 5개 지방 의료원은 모두 적자 상태다. 서산의료원은 2011년까지 흑자였다가 지난해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보건복지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들 의료원은 서산의 2억1900만원을 빼고는 모두 순손실을 기록했다. 손실액은 천안의료원(29억4800만원), 공주의료원(14억9900만원), 홍성의료원(11억1200만원), 인천의료원(22억5800만원) 등이다.

천안의료원은 신축·확대 이전 후 적자 부담이 크게 늘어난 진주의료원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약 450억원을 투입해 동남구 봉명동에서 삼룡동으로 이전했는데, 건축비와 부지비 등은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했으나 의료장비를 확충하고 인력을 증원하면서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신포괄수가제가 경영 수지 악화 주범?

원가 이하의 저수가가 공공의료원 경영난의 핵심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및 지역 거점 공공병원 총 40곳에서 확대 실시 중인 신포괄수가제가 경영 수지 악화를 부추긴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공공의료기관이라고 하면 무언가 낙후되고 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의사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의료 취약지에 있는 의료원은 생활권에서 벗어나 근무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갖고 있다. 때문에 의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날 참석한 의료원장들은 공공의료기관을 경영적 측면에서만 평가하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김진호 홍성의료원장은 “공공의료기관은 민간이 기피하는 진료 과목을 유지해야 하고, 의료급여 환자나 노숙자 등 의료 취약 계층 진료를 책임지며, 전염병 등 의료 재난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역할을 부여해놓고 실제 보건복지부의 공공의료기관 운영 평가는 대개 경영 쪽에 치중한다”고 비판했다.

충남 지역 4개 지방 의료원이 연간 공공의료 사업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총 110억원에 달한다. 이런 공익적 성과를 간과하고 회계상 적자·흑자 타령만 하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다.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지역 보건의료 계획을 시행하고 있는 것 또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김대중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건 계획 수립 및 의료 자원 공급 관리는 전문성과 중·장기적인 시각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프랑스처럼 이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조직 또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주의료원 역풍’ 맞은 신축 공공병원들 

진주의료원 폐쇄 역풍이 다른 지역에도 몰아치고 있다. 새롭게 문을 열려던 몇몇 지방 의료원들마저 난항을 겪고 있다. 대전시 동구청은 최근 대전시립병원 설립을 위한 행정 절차에 돌입했다. 주민들을 상대로 홍보 활동과 서명 운동도 벌이고 있지만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진주의료원 사태로 부실·방만 경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위탁 세종시립의료기관 설치도 시비(市費) 부담 증가와 부실 운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등 잡음이 나오고 있다. 세종시보건소가 발의해 상정된 ‘시립의료기관 설치 운영에 관한 조례안’이 부결될 경우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다. 세종시의회 한 의원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데 병원 수익 등 운영과 관련해 보장된 것이 없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완공된 광주시립 제2요양병원은 6개월째 문을 열지 않고 있다. 광주시가 시비 103억원에 국비 27억원을 더해 신축했는데, 운영을 맡기로 했던 전남대병원이 큰 적자가 예상돼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오는 7월 개원 예정인데 양측은 ‘세부 운영 협약’도 체결하지 못하고 직원도 뽑지 못한 상태다. 1000억원을 들여 지난해 문을 연 서울시립서남병원은 적자 늪에 빠져 서울시와 위탁 운영을 맡은 이화여대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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