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조금 먹고, 멀리 달려요
  • 권용주│자동차 칼럼니스트 ()
  • 승인 2013.04.2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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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디젤, 뜨거운 고효율 경쟁

가솔린 하이브리드와 디젤의 효율 경쟁이 뜨겁다. 한때 고효율로 하이브리드가 각광받더니 최근에는 디젤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반면 디젤 역풍을 맞은 하이브리드는 전기 비중을 한층 높여 맞불을 놓았다. 그야말로 초고속 고효율 전쟁이다. 그 속에서 소비자는 혼란스럽다. 어느 쪽이 맞는지 헷갈린다. 주변 얘기를 들으면 모두 맞는 말 같다. 하지만 몇 가지 원칙만 세우면 선택 기준이 마련된다.

직장인 ㄱ씨는 최근 현대차 쏘나타 가솔린 하이브리드(이하 HEV)와 역시 같은 회사가 판매하는 1.7ℓ 디젤 세단을 놓고 고심했다. 주로 출퇴근용이지만 간혹 여행 등에도 사용하는 만큼 효율을 따져봤다. 먼저 1.7ℓ 디젤의 효율은 ℓ당 15.1㎞였고, 2.0ℓ HEV는 16.8㎞였다. 효율 면에선 하이브리드가 분명히 앞섰다. 하지만 문제는 연료비였다. 디젤은 ℓ당 1753원인 반면 휘발유는 1959원으로 비쌌던 것(한국석유공사 오피넷 4월14일 기준). 따라서 연간 1만5000㎞ 주행을 가정할 때 연료비는 디젤이 174만1000원, HEV가 174만9000원으로 큰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됐다. 구입 가격이 동일하다면 유지비 차이가 없는 만큼 편의 품목 또는 디자인 등 개인의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됐다.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 ⓒ 현대차 제공
현대차 i40 디젤 ⓒ 현대차 제공
도심에선 HEV, 고속도로에선 디젤 유리

그러나 고민은 올해 달라진 표시연비 제도에 따라 구분된 도심 효율을 살펴본 후 시작됐다. 주행 패턴에 따라 효율 차이가 작지 않아서다. 먼저 도심의 경우 디젤 효율이 ℓ당 13.1㎞로 현저히 떨어진 반면, HEV는 16.3㎞로 월등히 높았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니 연간 연료비는 디젤이 200만원, HEV는 180만원이었다. 5년이면 차액이 100만원에 이르는 만큼 합리적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고속도로 효율에서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디젤의 고속도로 효율이 ℓ당 18.5㎞인 반면, HEV는 17.5㎞에 그쳤다. 동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저렴한 디젤이 HEV보다 연간 25만원 적은 142만원에 불과했다. 단순 효율만 기준으로 하면 도심에선 HEV, 고속도로에선 디젤 선택이 유리한 셈이다.

시내 도로 주행이 많지만 때로는 고속도로 이용도 많다는 점에서 ㄱ씨는 결국 효율 기준을 슬며시 내려놓고 두 차종의 가격 비교에 들어갔다. 어차피 효율은 도심과 고속도로를 넘나드는 만큼 신차 가격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가격표를 찬찬히 훑어보던 ㄱ씨는 다시 한번 머리를 싸매야 했다. 실질적인 가격 차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외형상 풀옵션 기준으로 디젤과 HEV의 판매 가격은 3708만원과 4151만원이다. 액면으로만 보면 HEV가 443만원 더 비싸다. 개별소비세 100만원과 취득세 140만원을 감면받았음에도 HEV 가격이 높았다. 가격만 따지면 ㄱ씨에겐 당연히 디젤이 유리했다. 그러나 디젤에 포함된 편의 품목과 HEV에 적용된 기능 차이가 컸다. HEV에 마련된 갖가지 고급 품목에 끌린 것이다. 이에 따라 HEV 중에서도 비교적 고급 품목이 적용된 차종을 보니 가격이 300만원가량 낮아졌다. 신차 가격 차이가 100만원 이내로 좁혀든 형국이다. 게다가 HEV는 구입 후 등록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채권 구입 금액도 낮다. 통상 채권은 사자마자 팔아버리는 관행을 고려하면 이자 손해가 디젤 대비 20만원 정도 적다. 따라서 차액은 8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시내 주행이 많으면 오히려 디젤보다 경제성이 낫다는 결과가 나온다. 반면 고속도로 주행이 많으면 디젤이 유리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ㄱ씨는 아직까지 신차 구입을 미루고 있다. 그래서 어느 쪽이 더 나은지 결론을 내기 위해 자신의 운행 패턴을 분석키로 했다. 매월 도심과 고속도로 이용 거리를 기록하면서 3개월 뒤 선택하자는 것이 ㄱ씨의 최종 결론이다. 3개월 기록 후 도심 주행 비율이 70%를 넘으면 하이브리드, 70%보다 낮으면 디젤을 구입할 예정이다.

ㄱ씨의 결론은 전문가들의 조언과도 일치한다. 안상준 동양증권 자동차 부문 애널리스트는 “효율이 대세가 된 상황에선 디젤과 HEV 수요가 늘어나는데, 엔진별로 효율이 뛰어난 도로가 명확히 구분돼 소비자들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안 연구원은 이어 “HEV의 도심 효율이 높은 이유는 연료를 많이 소모하는 정체 구간의 동력을 전기가 대체하기 때문”이라며 “반면 디젤은 연료 자체의 열효율이 높아 고속에서 유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 BMW 제공, (아래)ⓒ 렉서스 제공
국산차 외에 최근 수입차 간 하이브리드와 디젤 싸움도 치열하다. 대표적으로 렉서스 ES300h와 BMW 520d를 놓고 저울질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두 차종을 비교해보면 기본적으로 가격에서 하이브리드의 경쟁력이 높다. ES300h는 4990만원, BMW 520d는 6260만원이다. 차액만 1491만원이다. 따라서 제 아무리 효율 차이가 있더라도 가격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더구나 ES300h는 하이브리드여서 등록 과정에서 내야 하는 취득세가 최대 140만원 감면돼 178만원이지만 520d는 398만원이 추가된다. 취득세에서만 220만원이 벌어져 차액은 1710만원으로 확대된다.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효율은 두 차종 모두 ℓ당 16.4㎞(복합효율)로 같다. 그러나 경유 가격이 휘발유 대비 ℓ당 206원 낮은 만큼 연간 연료비는 520d가 하이브리드보다 19만원 적은 160만원이다. 연간 1만5000㎞ 주행 기준에 따르면 520d를 10년 타도 ES300h의 경제성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520d의 강점인 고속도로 효율(ℓ당 18.8㎞)을 고려해도 연간 연료비 차액은 36만원이다. 10년을 운행해 연료비 차액을 360만원으로 늘려도 신차 가격 상쇄는 어렵다. 결국 BMW 520d와 렉서스 ES300h는 브랜드 선호도에 따른 선택이 있을 뿐 연료비만으로 선택 기준을 삼기는 어렵다. 이동진 자동차동호회연합 대표는“수입 하이브리드와 디젤은 효율이 아니라 브랜드 경쟁일 뿐”이라며 “가솔린 하이브리드와 디젤의 연료비 차이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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