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바이러스 공포가 몰려온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04.2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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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AI, 동남부로 확산 추세…아직까진 백신도 없어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H7N9형)에 4월16일 현재 77명이 감염됐고 16명이 사망했다. 중국 보건 당국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역학조사와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에 착수해 변이 과정과 발생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중국과학원은 이번 AI가 유라시아 대륙을 오가는 철새와 중국 오리 바이러스가 결합돼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철새가 번식을 하기 위해 북상하는 시기인 4월 중순부터 AI가 중국 동남부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중북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류는 지난 100여 년 동안 바이러스 창궐을 몇 차례 경험했다. 그런데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바이러스(H7N9형)에 직면한 것이다. 이갑재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유행해 사망자를 낸 H3N2, 한국에서 2009년 창궐했던 H1N1과 분명히 다른 종류”라며 “중국에서 발생한 AI가 지금보다 더 확산될 경우 지리적으로 가까운 우리나라에 영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강조했다.

인간이 가진 대응책은 변변치 않다.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 리렌자)가 있지만 대유행 단계에서 내성 바이러스가 생기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원천적인 방어책은 백신이다. 그러나 아직 이번 AI에 대한 백신을 보유한 나라는 없다.

4월3일 중국 베이징의 한 유원지에 내걸린 AI 경고 표지판 주변에서 오리들이 헤엄치고 있다. ⓒ AP 연합
미국 언론 “지구촌 재앙 가능성” 경고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사람 간 전파 여부다. 사람 사이에 바이러스가 전염된다는 확증은 없지만, 부인이 감염된 후 남편이 추가로 바이러스에 걸린 사실이 확인돼 사람 간 전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언론은 “신형 AI가 지구촌 재앙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도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중국발 AI 재앙을 경고했다. 첫째, 감염 후 발병까지 별다른 증세가 없어 치사율이 과거에 발생했던 AI보다 높다. 둘째, 다른 바이러스보다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에 대한 감염률이 높다. 셋째, 효능을 가진 백신이 없다. 넷째, 빠른 시일 내에 백신을 개발하기 어렵다. 세계 각국이 WHO로부터 종자 바이러스를 분양받아 백신을 생산하는 데 최소 6개월이 걸린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09년 창궐한 인플루엔자는 조류와 돼지 등에 있는 네 가지 바이러스 유전자가 섞이면서 사람에 대한 전파력이 빨라졌다”며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이번 바이러스도 여러 동물과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 국내외 언론 보도, WHO의 설명 자료를 종합해서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4월1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검역소 직원이 중국에서 입국하는 승객들의 체온을 열감지 카메라로 확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류 인플루엔자란 무엇인가?

닭·오리 등 가금류와 야생 조류가 가지고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조류의 급성 전염병이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조류와 다른 유전자 구조를 가진 사람에게는 일반적으로 감염되지 않는다. 그러나 해외에서 종(種) 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조류 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AI에 감염된 사람에게 나타나는 증상은?

발열을 동반한 급성 호흡기 증상(기침, 숨 가쁨, 호흡 곤란 등)을 보인다. 심한 경우 중증 폐렴 증상이 나타난다. 일반 감기 증상과 비슷해 일반인이 AI와 구별하기는 어렵다.

증상을 보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가까운 병·의원에 가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38℃ 이상의 발열과 기침 등 호흡기 증상, 중국 여행 경력, 최근에 의심 또는 확진 환자와 접촉한 사실, 가금류와 접촉한 사실 등과 같은 역학적 특성이 있어야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 의심 환자로 진단받게 된다. 의심 환자의 혈액 또는 호흡기 검사 대상물은 해당 병·의원에서 보건소를 통해 담당 지역 보건환경연구원으로 보내진다. 최종적으로 국립보건연구원의 검사를 통해 확진 환자인지 여부가 판명된다.

사람은 어떻게 AI에 감염되고 사람 간에 전염되나?

확진 환자들은 동물 또는 동물 환경과 접촉한 적이 있다. 그러나 동물과 접촉하지 않은 환자도 있어서 그 전파 경로를 확인 중이다. 감염원이나 감염 경로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AI가 포유류에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즉, 포유류의 세포와 결합하거나 포유류 체온에 적응하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사람 간 전파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국 보건 당국과 WHO가 조사 중이다.

이번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예방법은?

감염원이나 감염 경로가 불분명하므로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다만 일반적인 전염병 예방법을 지킬 필요는 있다. 개인은 손 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음식을 만들기 전, 요리하는 중간, 조리를 마친 후 손을 씻는다. 음식을 먹기 전, 화장실을 이용한 후, 동물과 접촉한 후에 손을 씻는다. 비누를 사용해 흐르는 물로 손을 씻는 것이 좋고 알코올 성분이 있는 손 세정제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호흡기 감염 예방법도 익혀둘 필요가 있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마스크·휴지·옷소매·팔 등으로 코와 입을 막는다. 사용한 휴지는 바로 휴지통에 버린다. 침 등과 같은 호흡기 분비물이 손에 묻으면 손을 씻는다. 성인은 물론 아이들이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지 않도록 한다.

가금류나 돼지고기를 먹어도 되나?

70℃ 이상의 온도에서 익힌 음식으로는 바이러스가 전염되지 않는다. 하지만 병들었거나 죽은 동물의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 또 AI가 발생한 지역에서 육류 요리를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백신과 치료제는 있나?

없다. WHO는 백신 개발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백신을 생산하려면 최소 6개월이 걸리므로 실제 접종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치료제로는 기종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 리렌자)가 있다. 다행히 이번 AI는 항바이러스에 내성이 없다. 그러나 치료 효과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중국 여행과 중국산 수입 제품은 안전한가?

WHO는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보고 중국 여행 제한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다만 현지에서 가금류 농장, 재래시장 등을 방문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사례와 중국산 제품의 관계는 입증된 바 없다. WHO는 중국과의 교역 금지를 권고하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나?

AI의 국내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검역 및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예컨대 신속대응반과 AI 인체 감염 대책반을 운영 중이다. AI 인체 감염 진단 검사 체계를 구축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와 공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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