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지우기' 사정 1호는 KT&G?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3.05.0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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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회사 비리 의혹 문건 단독 입수 “청와대 민정 라인에서 검토”... KT&G측 "당혹스럽지만 진실 밝혀질 것"

“KT&G가 박근혜정부의 사정 1호가 될 것으로 보인다. KT&G는 ‘대기업 및 공기업 사정’과 ‘MB(이명박 전 대통령) 지우기’라는 새 정부의 두 가지 목표에 모두 부합하지 않는가.”

지난 3월 초 서울지방국세청이 KT&G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뒤 국세청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전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 ‘국세청의 중수부’라 불리는 조사4국 요원 100여 명을 투입했다. 그만큼 확신이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KT&G와 관련된 문제는) 세무조사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진짜 게임은 검찰 조사에서 벌어질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국세청 조사 전에 정치권에서는 이미 KT&G 내부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들이 나돌았다. 버전도 여러 가지다. 이들 문건에는 민영진 KT&G 사장과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이 담겨 있다. 당시 KT&G 경영진측은 “민 사장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이사회 감사위원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모두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 KT&G를 음해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이 문건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대통령직인수위를 거쳐 지금의 청와대까지 보고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 건물과 민영진 사장. ⓒ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내용 요약한 별도 보고용 문건도 입수

그런 가운데 <시사저널>이 최근 입수한 또 하나의 문건은 이전 문건과는 달리 상당히 구체적이면서도 가장 최근에 작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여권 관계자는 5월1일 “청와대 민정실에서 KT&G와 관련해 보고한 내용”이라며 A4용지 50쪽 분량의 문건을 건넸다. ‘KT&G 민영진’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시사저널>이 지난 1월 말 입수한 KT&G 비리 문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내용이었다. 본지가 지난 4월9일자에 보도한 ‘국세청·검찰·경찰 달라붙은 KT&G’ 기사를 포함한 몇몇 언론 보도 내용이 별첨으로 첨부되어 있다는 게 그 증거다.

눈에 띄는 것은 이 문건의 맨 앞에 별도 양식의 또 다른 요약본이 있다는 점이다. ‘KT&G 민영진 사장 비리’라는 제목의 A4 한 장짜리 문건이다. 이 요약본과 원래 문건은 글씨체와 양식이 다르다. 어딘가 보고를 위해 따로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 요약본은 △사장 선발 비리 △홍보용 담배 현금화 및 비자금 유용 건 △평가지표 조작 등으로 실적 가공 △사장 지위를 이용한 부도덕적인 행태 등 4개 세부 항목으로 나뉘어 있다. 특히 사장 선발 비리와 관련해 2009년 12월~2010년 2월 이사회 당시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 개입 의혹을 설명하며 김 전 이사장을 ‘MB 사촌처남’이라고 언급한 것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 요약본이 민정실에서 직접 보고용으로 작성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청와대측 주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 라인을 통해 수많은 정보가 모이고 있다. KT&G와 관련된 내용이 정보보고 형태로 들어갔을 수 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동향 첩보 수준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문건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KT&G는 이미 청와대에 찍혔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 사장에게 제기된 의혹 중 MB 정부 실세 연루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KT&G가 사정 바람을 결코 피하지 못하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한국인삼공사지부는 “민 사장이 신생 광고회사인 ‘상상애드윌’에 80억원 규모의 광고 대행을 맡겼다. 이 회사의 대표와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은 처남·매형 사이다. 김 전 실장은 물론 MB의 최측근 중 한 명이다. 또한 KT&G가 남대문시장 인근에 신축할 예정인 호텔의 용역을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특정 업체에 맡겨 수십억 원의 특혜를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KT&G 관련 문건. ⓒ 시사저널 이종현
MB 측근들 KT&G 사외이사 포진

민 사장과 MB 정부와의 관계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KT&G 이사회에도 ‘MB맨’이 여럿 포진해 있다. 사외이사 중 한 명인 김원용 이화여대 교수는 ‘MB의 책사’로 불린다. 2007년 대선 당시 MB 캠프 전략홍보기획조정회의 멤버였다. 이왕재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 시절 ‘황제 테니스’ 논란이 일 때 테니스 모임 멤버다. 이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이 설립한 복지단체인 청계재단 이사이기도 하다. 또 다른 사외이사인 조규하 CSK홀딩스 한국법인 대표는 MB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브랜드강화위원회 민간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2월 3년 임기가 만료된 지승림 알티캐스트 대표는 2007년 대선에서 MB 캠프 정보기술(IT) 담당 특보에 이어 인수위 자문위원을 지낸 바 있다.

KT&G의 등기임원은 민 사장을 제외하고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민 사장이 취임 후 3명이던 KT&G 상임이사를 단 한 명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민 사장은 지난 1월,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단독으로 사장에 응모해 재선임에 성공했다. 노조측은 “KT&G는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인 2월 말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사장 연임을 확정지었다. 이는 정권 교체기를 노린 ‘꼼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사외이사들이 민 사장을 위한 거수기로 전락하면서 본연의 기능인 경영진 감시와 견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민 사장은 물론 사외이사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현재 검찰과 경찰은 KT&G 비리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관련 자료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경우 관련자 증언과 자료 등을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KT&G 직원은 “경찰이 외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내부 관계자도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안다. 조만간 정식 수사가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KT&G 경영진측은 “경찰 소환 조사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검찰의 경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KT&G 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KT&G는 MB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민 사장의 동생이 청와대 사회통합수석실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만약 특수부에서 이 사건을 진행한다면 권력형 비리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가 MB 흔적 지우기에 나선 지금, KT&G만큼 확실한 타깃은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KT&G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2002년 정부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완전 민영화된 회사로서 민영화 이전부터 내부 출신이 계속 CEO를 맡아왔기에, 공기업 또는 낙하산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 사외이사들은 각 분야의 명망있는 전문가들로, 이사회 중심인 회사에서 사외이사가 90%인 지배구조를 볼 때 CEO를 위한 거수기로 전락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하였다. 또한 "음해성 자료에 대한 의혹 부분은 우리가 진실 규명을 위해 요청한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사실 여부가 확실히 밝혀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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