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을 때 재벌 수술한다
  • 이승욱 기자·양창희 인턴기자 ()
  • 승인 2013.05.0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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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공약 이행 로드맵에 나타난 경제 민주화 추진 시나리오

박근혜정부와 정치권의 경제 민주화 추진을 무력화하려는 재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전경련 등 경제 5단체가 지난 4월26일 긴급 회동을 갖고 ‘무차별적 과잉 입법 반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사흘 만인 29일에는 국회를 방문해 입법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경제 민주화는 촘촘히 짜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부의 경제 민주화 청사진을 마련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공약 이행 로드맵 및 입법 추진 계획’ 문건의 맨 앞에 경제 민주화 관련 공약이 나와 있다. 공약 로드맵 문건이 작성될 즈음, 현 정부가 대외적으로 공개한 ‘140대 국정 과제’에서 나타난 경제 민주화 공약의 위상과는 다른 양상이다. 지난 2월21일 발표된 140대 국정 과제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경제 민주화는 빠져 있어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인수위는 2013~14년 경제 민주화를 집중적으로 실행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벌 개혁과 대기업 규제 등 경제 민주화의 핵심 골격을 정권의 힘이 살아 있는 임기 초반에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인수위의 공약 로드맵에 따르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부의 재벌 개혁은 신속하고도 강도 높게 이뤄질 전망이다. 대선 공약인 대기업 집단 총수 일가의 불법 및 사익 편취 행위 근절 공약은 정권 초기인 2년간 집중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인수위는 2013년 상반기 중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에서 총수 일가 사익 편취 행위의 효과적 규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인수위는 횡령·배임 등에 대한 법정 형량을 늘리기 위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현재 국회 계류 중)을 2014년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인수위 내부 문건 중 1순위는 ‘경제 민주화’

인수위는 내부적으로 대기업의 신규 순환 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은 올 상반기 중 진행하고,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은 올 하반기 중 완료한다는 로드맵도 짰다. 재벌 현황을 공시하는 제도는 2014년까지 마련된다. 금산(금융·산업) 분리를 강화하는 공약도 추진된다. 먼저 2013년 상반기 안에 금융회사의 대주주가 배임·횡령죄를 범했을 경우 자격을 박탈하는 대주주적격성심사제도도 확대된다. 2013년 하반기까지는 대기업의 금융·보험사가 비(非)금융 계열사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낮추기로 했다. 금융·보험사를 활용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장해가는 대기업을 규제하겠다는 의도다.

공약 로드맵에 나타난 경제 민주화 관련 공약 중 결실을 볼 것도 있다. 공정거래법 실효성 강화 공약이 대표적이다. 인수위의 공약 로드맵 문건에서 2013년 상반기 중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기로 한 공정위의 전속고발제 폐지 방안은 지난 4월2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대기업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 관행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은 4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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