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1300억원 삽질한 오세훈표 토건 사업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05.06 17: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시사저널 이종현
경인아라뱃길 사업의 쌍두마차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를 공약으로 내세우자, 오세훈 시장은 같은 해 7월 한강을 여객·물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오 시장이 구상하는 서울의 모습은 여객+관광+크루즈가 한 번에 가능한 동북아 중심 수상 관광도시다. 서해 비단뱃길은 서울 한강이 경인아라뱃길 총 18km까지 다다르기 위한 별도의 한강 주운 기반이다. 경인운하로부터 용산·여의도까지 15km 구간에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로써 한강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한강변의 문화·역사 자원을 발굴해 국내외 관광객을 집중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마곡·용산·여의도·합정 지구를 수변 도시로 만들어 한강을 경제·문화의 중심지로 바꾸겠다는 야심찬 꿈을 꿨다.

그런 구상 아래 서울에서 대대적인 토목 공사를 벌였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은 2011년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되자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그가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다. 곳곳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오 시장이 사퇴하면서 ‘한강 르네상스’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시장은 오 전 시장이 벌인 토건 사업을 백지화했다. 그는 경제성이 있는지를 따져봤더니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시장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1339억원을 투입했다. 한강예술섬(551억원), 서해 뱃길 조성(43억원), 양화대교 교각(490억원), 한강 지천 뱃길 조성(40억원), 한강 유람선 아라호(112억원), 마곡지구 개발 사업(157억원) 등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후 서해 뱃길 사업은 경제적 타당성이 떨어지고,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접기로 했다. 2016년까지 서울 여의도·용산~경인아라뱃길 김포갑문까지 15km 구간에 조성 중이던 서해 뱃길 사업은 2011년 10월 감사원 감사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 중단됐다. 이미 투자한 43억원은 허공에 날렸다.

서해 비단뱃길 사업의 일환으로 2010년 2월에는 양화대교 교각 확장 공사도 벌였다. 대형 선박이 통행할 수 있도록 양화대교 교각 간격을 42m에서 112m로 넓히고, 왕복 8차로에 총 길이 112m 규모의 아치 교량 건설에 착공했다. 하지만 다리가 기존의 일직선에서 ‘ㄷ’ 자 모양으로 휘어지면서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주범이 됐다. 결국 박 시장은 지난해 12월14일 양화대교를 다시 일직선으로 변경한 후 개통했다.

안양천·중랑천 등 한강 지천 뱃길 조성 사업도 취소됐다. 오 전 시장 재임 시절인 2009년 12월 서울시는 40억원을 들여 안양천과 중랑천 수변 공간 조성 기본 설계를 실시했다.

박 시장은 이것도 전시성 사업으로 분류해 공사비 820억원 전액을 삭감했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 노들섬에 추진하던 한강예술섬(오페라하우스·콘서트홀·야외 음악공원 등 조성)도 중단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 전 시장은 2010년 11월 한강 르네상스와 서해 뱃길 사업을 위해 112억원을 들여 한강 유람선 ‘아라호’를 자체 제작했다. 이 배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다. 하지만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이 있었고, 지금은 매각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로써 오세훈 전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1000억원이 넘는 세금만 축낸 채 흐지부지됐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