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보다 관광에서 활로 찾아야”
  • 이규대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3.05.0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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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친환경적 수변 개발 필요”…인천 연안 섬 잇는 항로 개설도 고려할 만

“운하의 본질은 물류다. 운하의 핵심은 운송 물류이고 관광, 지역 개발 등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관광, 지역 개발, 수자원 관리, 일자리 창출 등에 앞서 물류 효과를 따져야 한다. 물류 효과가 없으면 운하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중략) 근본적으로 운하가 활성화돼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 운하에 배가 다니지 않으면 지역경제의 도움은커녕 온 국민의 눈총만 받고 후손들에게 짐만 지우는 애물단지가 되고 만다.” 

임석민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2009년 발표한 논문 <경인운하에 대한 정치·경제·사회적 비판>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그는 경인아라뱃길(당시 경인운하)의 물류 효과가 미약하기 때문에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현대의) 기업들은 ‘당일 생산 당일 출고’ 등의 기치를 걸고 시간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느리고 갑문 등의 장애물이 있는 운하는 신속·정확을 요하는 물류 이념에 맞지 않다”는 게 주요 근거였다. 안타깝게도 임 교수의 주장은 현실이 됐다.

그렇다고 아라뱃길을 메울 수는 없다. 2조5000억원이 넘게 든 대형 국책 사업인 만큼 어떻게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사회 및 관련 전문가들의 고민이 깊다. 그런데 그 가운데 물류에서 비전을 찾는 이는 아무도 없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운하를 이용한 운송 사업 쪽으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안은 ‘수변 공간의 생태적 활용을 통한 관광 수요 창출’로 모아진다. 결국 경인아라뱃길은 운하로서의 본질에서 벗어나야 살아남을 수 있는 처지로 전락한 셈이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경인아라뱃길은 물류 목적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사업성 때문이다. 조 교수는 경인운하 논의가 처음 시작될 당시의 맥락을 들어 설명했다. “1990년대 초반 경인운하 건설 논의가 처음 나왔을 때, 주된 운송 품목으로 바닷모래가 꼽혔다. 수도권 신도시에 건설 수요가 많았던 당시의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그런데 그때조차 사업성이 낮다고 평가됐다. 경인아라뱃길은 물류 수송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운하다.”

3월29일 열린 ‘경인아라뱃길사업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시민토론회’. ⓒ 인천시의회 제공
‘깨끗한 물’이 기본 전제

조 교수는 관계 당국이 서둘러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유지 및 관리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서 기울어가는 사업을 마냥 방치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관리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운영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수변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되 지속적으로 논란이 된 생태적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혜자 인천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국장은 운하의 주된 기능과 부수적 기능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류·교통·관광 등을 다 하려고 하니 이도 저도 잘 안 된다. 일단 주요 기능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한 후, 이를 우선 살리면서 다른 기능을 보완해나가야 한다.”

최 사무국장도 물류 운송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는다. 현재로서는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관광 사업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다. 경인아라뱃길에서부터 인천 연안 섬으로 이어지는 항로를 개설하자는 구상이다. 즉, 경인아라뱃길을 연안 관광 활성화의 기폭제로 활용하자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깨끗한 물’이 기본 전제다. 최 사무국장은 “더러운 물에서 누가 관광을 하고 레포츠를 하겠나. 그런데 지금 아라뱃길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수질 개선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나 최 사무국장 모두 생태적 개발을 강조한다. 운하 주변을 관광 등으로 활성화하려면 깨끗한 환경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아라뱃길이 환경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업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운하는 특성상 물을 오래 가둬놓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오염 물질이 축적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문제가 되니 관리 당국에서는 바닷물을 집어넣었다. 그런데 운하의 염분이 지하수에 스며들면 주변 지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아라뱃길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환경 개선 조치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3월29일 인천시의회 주최로 열린 ‘경인아라뱃길사업 개선방안 모색을 위한 시민토론회’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토론회에서는 ‘친수 공간으로서의 가치 재창출’에서 사업의 활로를 모색했다. 이를 위해 운하 주변을 주거·상업·산업·문화·관광·레저 기능을 갖춘 공간으로 가꿔 시민들을 끌어들이자는 것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는 주민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당초 운하 건설에 찬성했던 주민들은 아라뱃길 개발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열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자칫 수변 지역 개발이 주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내모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최혜자 사무국장은 “지금 우리나라의 개발 사업은 원주민을 내쫓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실제 주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적어도 일정 비율의 주민이 다시 정착할 수 있는 근거라도 만든 이후에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삼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친수 공간은 공공성을 확보하고 주변 도시 공간과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상운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그 과정에서 시민단체와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 등을 핵심으로 매개 조직을 구성하는 등 시민 참여형 개발 사업을 진행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혈세 낭비 국책 사업,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독일의 MD(마인-도나우) 운하를 모델로 삼아 ‘한반도 대운하’를 구상했다. 그런데 MD 운하 완공 후 10년이 지난  2002년, 한 독일 언론은 “주운용으로 건설한 운하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비용을 들여 건설한 여가용 운하가 됐다”고 꼬집었다. MD 운하 역시 사업의 본질에 해당하는 물류 운송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관광·여가 산업에서 대안을 찾아야 했다. 이와 똑같은 양상이 지금 경인아라뱃길에서도 재연될 조짐이다.

대형 국책 사업에는 막대한 혈세가 들어간다. 그 추진 과정이 신중하고 합리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조명래 교수는 “지난 20년 사이에 감사원 감사 및 연구 용역 등을 통해 아라뱃길의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를 계속 덮는 한편 사업 전망을 ‘뻥튀기’하는 식으로 공사를 강행했다. 행정 업무에 대한 합리적인 감시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한 결과 큰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인아라뱃길에 대한 개선책을 고민하기에 앞서, 독선적이고 무리한 방식으로 대형 국책 사업을 추진해온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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