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가 할퀸 가슴 라면 한 그릇이 데워줄 수 있을까
  • 글·사진 임준선 기자 ()
  • 승인 2013.05.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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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엔저를 무기로 환율 전쟁에 나선 일본 아베노믹스의 폭주에 끝이 없다. 엔화 가치 하락은 우리 실물 경제 곳곳에 주름살을 남기고 있다. 당장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업체가 해외에서 힘을 못 쓰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일본 제품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한류 바람’을 타고 등장했던 일본 관광객 특수도 사라지고 있다. 일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 명동 비즈니스호텔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일 객실이 꽉 찼다. 지금은 50%도 차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한다.

엔/달러 환율이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4년 1개월 만에 101엔 선을 돌파한 5월10일 점심 무렵, 서울 남대문시장에 있는 환전상 밀집 지역에서 엔저 시대의 신풍속도를 렌즈에 담았다. 한때 시장통을 가득 메웠던 일본 관광객이 빠져나가 거리는 휑하기만 하다. 비마저 추적추적 내린 이날, 5월에 걸맞지 않은 두툼한 외투를 걸친 60대 여성 환전상들의 모습이 처량하기만 하다. 엔저가 할퀴고 간 상처를 따뜻한 라면 한 그릇이 보듬어줄 수 있을까. 이들의 2013년 5월은 춥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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