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역습하기 전 먼저 친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3.05.1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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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권력 사정기관 알력 다툼 위험 수위…정권 초반 주도권 잡기 경쟁

“언제부터 경찰이 대기업 수사를 했다고 이렇게 야단법석인가. 민생 치안이나 잘 챙기라고 해라.” 얼마 전 기자와 사석에서 만난 대검찰청 소속 한 인사가 격앙된 어조로 한 말이다. 그는 “요즘 경찰은 대기업 비리 첩보 수집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발언처럼 사정기관의 핵심 축인 검·경의 날카로운 갈등과 대립은 더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공공연한 사실이 돼 버렸다. 그런데 최근에는 양건 감사원장의 진두지휘 아래 감사원이 다른 사정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정 작업에 나서고 있는 데다, 이즈음 검찰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현 정부 들어 권력 사정기관 간 치고받는 싸움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맞는 사정기관끼리 서로 협력해 다른 사정기관과 경쟁하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흔히 검찰·경찰·국세청·국정원·감사원을 국가 5대 권력 사정기관으로 꼽는다. 하지만 경제 민주화가 새로운 시대적 화두로 주목받으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이른바 ‘경제 사정기관’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 사정기관은 업무 분야나 권한 등에 따라 통념적으로 역할이 구분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공직자의 비리·비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공통분모도 갖고 있다. 특히 공직 기강을 유독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분위기 탓에, 사정기관끼리 벌이는 혈전은 더욱 치열한 양상이다. 사정 기능을 키우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거나 다른 기관과 힘을 합치는 합종연횡도 벌어지고 있다. 물론 이런 사정기관의 움직임을 초긴장 상태로 지켜보는 기관도 있다. 특정 사정기관끼리는 전 정권 때의 일로 서로 얼굴을 붉히는 등 불편한 기색도 적지 않다.

ⓒ 시사저널 임준선·이종현
경찰-감사원 공조 움직임에 검찰 ‘민감’

최근 사정기관의 정보 라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경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관심 대상 1호로 떠오르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경찰과 감사원이 공직 감찰 정보를 교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감사원 내 감찰정보단과 경찰청이 서로 공직자 비리 첩보를 공유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 관계자는 “통상 공직 기강 분야는 감사원이나 경찰 모두에게 공통 관심사”라며 “해당 부서 차원에서 검토 중인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두 기관의 정보 교류가 현실화되면 감사원뿐만 아니라 경찰의 공직 비리 적발 가능성이 높아질 여지가 크다. 감찰정보단은 고위 공직자 비리를 총괄하는 공직감찰본부를 신설할 때인 지난 2010년 7월 꾸려진 부서다. 감찰정보단은 정보 분석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예산회계 시스템인 디브레인(dBrain)을 활용해 정부·공공기관 등의 예산 운영 실태를 감시하는 게 주 업무다. 이외에도 정보 수집 활동으로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대상 기관을 한정하지 않고 폭넓은 감사 활동을 한다. 이런 식으로 감찰정보단은 지난해 전남 여수시 8급 공무원의 76억원대 횡령 사건의 단초를 마련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감찰정보단이 그동안 현장 첩보 입수보다는 내부 분석에 치우쳐 있어 현장감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감사원과 경찰이 손을 잡고 정보 수집 기능을 강화하면, 두 기관의 공직자 사정 기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에 반해 두 기관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다른 사정기관의 속내는 복잡하다. 가뜩이나 수사권 독립이나 간부 비리 문제 등으로 경찰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검찰의 불편한 기색도 감지된다. 검찰 관계자는 “감사원의 업무 특성상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굵직한 정보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경찰이 감사원과 단독으로 정보 교류를 하면 자칫 공직 비리 첩보가 경찰 쪽에 쏠릴 우려도 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 정부 들어 사정 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비단 감사원과 경찰뿐만이 아니다. 현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국세청의 FIU(금융정보분석원) 자료 이용 확대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금감원 차원에서는 이른바 ‘경제 중수부’로 통하는 자본시장조사국을 별도 조직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권 교체기를 틈탄 사정기관의 ‘힘 키우기’ 사례다. 자연히 다른 사정기관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특정 사정기관의 힘이 커지면 자신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자칫 이것이 부메랑이 돼 자신이 사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감사원 전 방위 감사에 공정위 ‘발끈’

사정기관끼리 전 정권 때의 업무 처리를 두고 갈등을 빚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최근 4대강 감사를 두고 벌이는 감사원과 공정위의 불편한 관계를 두고 하는 말이다. 감사원과 공정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금감원은 최근 4대강 입찰 담합 비리 감사와 관련해 김동수 전 공정위원장을 전격 조사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4대강 1차 턴키 공사 담합 입찰을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19개 건설사의 담합 사실을 적발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해당 건설사에 대해 과징금을 낮게 책정하는 식으로 ‘봐주기 처분’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감사원은 지난 1월 4대강 사업이 총체적 부실이라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한편, 태스크포스(TF)까지 신설해 4대강 사업 관련 입찰 비리에 대한 전 방위 감사를 벌이고 있다.

공정위는 이와 같은 감사원의 움직임에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가 이미 예고됐던 만큼 전직 위원장에 대한 조사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공정위 내 업무 처리는 실무 선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진다. 실무자급에서 감사를 진행할 수 있는데 굳이 전 위원장을 조사하고 언론에 이를 공개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정위 일각에서는 감사원이 지난 2010년 4대강 1차 감사 당시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점을 상기시키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욕하느냐’는 식의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의 조사는 통상적인 감사 절차일 뿐 특정한 비리가 있어 조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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