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이 분열의 씨앗 돼선 안 돼”
  • 조해수·엄민우 기자 ()
  • 승인 2013.05.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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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의원들에게 ‘민주당 위기’와 ‘안철수 신당’을 묻다

“60년을 지켜온 민주당의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버려야 살 수 있다.”

5월4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김한길 대표가 던진 일성이다. 말 그대로 민주당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친노·주류와 비주류 간의 계파 대립이 계속되고, 외부적으로는 안철수 의원 세력과 새 정치를 향한 혁신 경쟁에 나서야만 한다. 더불어 제1야당으로서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을 강력하게 견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을 지켜보는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 지역에서의 민심 이탈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위기감은 호남 지역 국회의원들도 이미 감지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5월8~10일 광주·전남·전북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30명에게 △민주당(야권)이 당면한 문제점 △민주당(야권)이 나아갈 길 △안철수 세력과의 관계 등에 관해 물었다. 의원들은 민주당(야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에 공감하면서도, 새로운 지도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안철수 세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4월21일 열린 ‘민주당 전남도당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문희상 의원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뉴시스
“계파 갈등·리더십 부재·당 정체성 혼란”

의원들은 민주당의 문제점으로 계파 갈등, 리더십 부재, 당 정체성 혼란 등을 꼽았다. 민주당 전당대회(전대)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김성곤 의원(4선, 전남 여수갑)은 “일단 대선 경선, 전당대회 등을 치르면서 쌓인 계파 간 불신을 씻고 화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먼저 할 일이다. 이번 전대를 통해 당원들이 주류에 책임을 물은 것이 아닌가. 이제 주류·비주류 사이에 시비가 생기지 않도록 당내 인선이나 원내 인선을 할 때 탕평책을 쓰고, 계파 간 안배보다는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는 투명하고 원칙에 맞는 인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의원(4선,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은 “리더십 부족과 신뢰감 부족이 큰 문제다. ‘저 사람이라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정도의 리더십이 안 보이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그렇다. 신뢰감 부족은 뭔가 생각하는 정책 방향과 말은 그럴싸한 것 같은데 결국 잘 안 되는 데서 오는 불신이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유성엽 의원(재선, 전북 정읍)은 “당내 기득권에 연연해 국민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대선 당시 정당공천제 폐지를 약속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새누리당보다 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비쳤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새로운 지도부를 중심으로 생활 정치를 펼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성주 의원(초선, 전북 전주 덕진)의 얘기다. “그동안 민주당은 여의도 정치에 매몰돼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짓누르는 거대한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대신 적당히 타협하고 안주해왔다. 앞으로 민주당은 생활, 지역, 현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문제를 이끌어내고 지역에서 해결책을 찾으며 여의도를 벗어나 삶의 현장 속으로 가야 한다. 대안 정당, 정책 정당은 생활, 지역, 현장에서 나온다. 여기에 민주당의 활로가 있다.”

김춘진 의원(3선, 전북 고창·부안) 역시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은 반성하고 국민께 사죄했다. 이번 5·4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된 만큼 당 대표를 중심으로 생활 정치를 펼쳐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신당 창당에 부정적 의견 많아

이번 질의에서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안철수 세력’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상당수 의원들은 무소속의 안철수 의원이 정치권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신당 창당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내현 의원(초선, 광주 북을)은 “민주당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합리적 진보 및 중도 세력 간 연대를 위해서는 안철수 의원과도 충분히 연합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 창당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안철수 현상은 기존 정치권이 투명성 및 합리성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다. 민주당이 더욱 쇄신하고, 안철수 세력은 신당 창당보다는 장기적으로는 민주당으로 들어와 함께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기정 의원(3선, 광주 북갑) 역시 “이번 5·4 전당대회를 통해 60년 역사를 지닌 민주당은 재탄생의 길을 가고 있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고 있다. 안철수 의원도 함께 가야 한다. 혹여 안철수 신당이 창당돼 2004년 이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분열을 반복한다면 정당 정치의 후퇴이고 야권의 분열을 가져오는 어리석은 일이다. 통합 없이 혁신은 없다”고 강조했다.

배기운 의원(재선, 전남 나주·화순)은 “안철수 의원과 민주당을 세력으로 견주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민주당은 60년 정통성을 가진 정당이다. 국민이 민주당에 걸었던 기대치가 높다 보니 현재 민주당에게 가혹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혁신과 변화를 계속할 것이고, 안 의원 또한 자신의 정치 철학에 따라 정치 활동을 해나가다 보면 결국 판단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성곤 의원 역시 “(안철수 세력이) 민주당하고 합쳐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서로가 정도를 걸으면 된다. 그 과정에서 합치게 되면 합치는 것이다. 단, 야합을 해서는 안 된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은) 선의의 경쟁 구도로 가는 것이 좋다. 그 전부터 합당해서 무슨 단일 후보를 내고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한편으로는 안철수 신당이 지금의 ‘호남의 민주당, 영남의 새누리당’ 과 같은 지역주의 구도를 깨는 데 건강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통합진보당의 오병윤 의원(초선, 광주 서을)은 “안철수 신당이 출현한다 하더라도 아직은 그 성격을 예측할 수 없다. 안 의원이 ‘새 정치’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경제 민주화 담론에 대한 발언들을 보면 안철수 신당은 현재의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성격으로 보인다. 안철수 신당이 출현할 시기를 전후해 정치권은 새누리당, 안철수 세력을 중심으로 한 우파에 가까운 중도 세력, 진보 세력으로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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