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머슴이 혈세로 잔치 벌인다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3.05.1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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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이 뭇매를 맞고 있다. 일반 국민이 가입하는 국민연금과는 비교가 안 되는 공무원만의 ‘특권 연금’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국민연금이 기금 고갈을 우려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개혁에 나선 데 반해, 이미 기금이 고갈된 공무원연금은 개혁 시늉만 한 채 요지부동이다. 수조 원에 이르는 적자를 국민이 낸 세금으로 메우는 상황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시사저널>은 ‘혈세 먹는 하마’로 불리는 공무원연금의 실태와 개혁 방안을 집중 조명했다.

 

ⓒ 일러스트 오상민
공무원연금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일반 국민이 노후 대비를 위해 가입하는 국민연금과 비교하면 공무원연금은 말 그대로 ‘특권 연금’이다. 여론의 시선이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특히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을 법으로 명문화하려는 시도가 정부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불똥이 공무원연금으로 튀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매년 수조 원에 이르는 공무원연금 적자는 국민의 혈세로 메우면서 가뜩이나 불신이 쌓일 대로 쌓인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얼마나 더 가입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일까. 우선 월평균 수령액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가입자의 월평균 수령액이 200만원 수준인 데 반해, 2011년을 기준으로 국민연금을 받는 246만명의 월평균 수령액은 28만원에 불과하다. 7배 이상이나 차이가 나는데, 이는 연금 납입 기간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국민연금은 1988년 처음 도입된 후 점차 가입 대상을 확대해왔다. 1960년부터 시행된 공무원연금보다 역사가 짧다. 월평균 수령액에는 연금 납입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 가입자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에는 무리가 따른다.

공무원이 회사원보다 2.4배 더 받아

<시사저널>은 좀 더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 조건이 비슷한 공무원 출신과 회사원 출신 두 가장의 실제 연금 상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봤다. 김태경씨(가명·61)는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35년 동안 공직에 있었다. 지난해 정년퇴임한 그의 마지막 직급은 5급 사무관이었다. 당시 김씨의 월소득은 555만원으로, 연금 납입액은 38만원이었다.

그런 김씨의 현재 연금 수령액은 월 280만원이다. 현역에 있을 때보다는 못하지만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이 없을 정도는 된다. 물론 같은 공무원 출신이라고 해도 연금 수령액에는 차이가 난다. 고위직부터 출발한 경우 연 4000만원이 넘는 고액 연금을 받기도 한다.

안영철씨(가명·57)는 대기업에서 28년 동안 근무했다. 국민연금은 1988년 처음 도입될 때부터 가입해 꾸준히 유지해왔다. 지난해 퇴직한 그의 최종 직급은 상무였다. 당시 월 소득은 1000만원이 넘었다. 당연히 연금 납입액은 최고 금액인 35만원이었다. 그런 안씨가 고지서를 통해 확인한 연금 수령액은 115만원이다.

연금을 받기까지 몇 년 남았지만 이미 그는 국민연금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부부가 노후 생활을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안씨는 이른바 잘나가던 샐러리맨 출신이다. 고위 임원에 오르기까지 그의 연금 수령액은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 대다수는 안씨보다 적은 금액의 연금을 받고 있는 셈이다.

안씨는 “수십 년간 부었는데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이 정도로는 부부가 노후를 지낼 수 없다. 공무원연금처럼 공제를 더하더라도 비슷한 수준까지 맞춰야 한다. 국고에서 지원하는 것도 형평성에 맞아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무원 출신인 김씨와 회사원 출신인 안씨의 최종 연금 납입액은 30만원대 중·후반으로 비슷하다. 김씨의 연금 가입 기간이 더 길기는 하지만 안씨의 경우 최고 금액을 납부해왔다는 점에서 들어간 총액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돌려받는 금액은 2.4배 넘게 차이가 난다.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고 은퇴 시기도 더 빠른 국민연금 가입자로서는 연금 수령액마저 턱없이 적은 데 대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연금으로 생활해야 할 기간도 길어졌다. 공무원연금을 지켜보는 일반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공무원연금이 뭇매를 맞는 이유 중 하나는 수조 원에 이르는 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이 넘쳐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우리 정부의 재정 상황은 그렇게 좋지 않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2 회계연도 국가 결산’에 따르면 국가 재무제표상 중앙 정부의 부채는 902조4000억원에 이른다. 2011년보다 128조9000억원이 늘어났다. 그런데 증가액의 73.5%인 94조8000억원이 공무원과 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 때문에 발생하는 연금 충당 부채다.

그동안 쌓인 해당 부채 총액은 436조9000억원으로 전체 부채의 절반 가까이나 된다. 당장 내놓아야 할 돈은 아니지만 향후 국가 재정에 재앙을 불러올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연간 적자, 2020년 10조원 넘어설 전망

공무원연금은 1993년부터 적자를 기록했다. 벌써 20년 전 일이다. 2001년에는 기금이 고갈됐다. 경고등이 들어온 지 오래된 셈이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은 세우지 않은 채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해 적자를 세금으로 전액 보전하도록 했다.

연금 수지 부족분을 정부가 추가로 부담해주는 보전금 제도를 실시한 것이다. 최근 여야 정치권이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을 법으로 명문화하려고 하자 강하게 반대하며 제동을 건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국가가 연금 가입자인 공무원을 고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적자를 보전해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국민연금 역시 정부가 강제로 징수하고 있는 만큼 지급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형평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공무원연금의 구성은 기형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도 공무원연금 현황을 살펴보면 총 지급액이 8조8000억원인데 이 돈은 공무원 개인 기여금 3조3000억원, 고용주로서 정부 부담금 3조8000억원, 정부 일반 회계 보전금 1조7000억원으로 마련된 것이다.

공무원은 매달 기준소득월액의 7%를 보험료로 낸다. 정부 역시 똑같은 금액을 부담한다. 국민연금이 근로자와 회사가 각각 4.5%씩 내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런데 공무원연금의 경우 부족한 지급액만큼 정부가 돈을 더 낸다. 정부가 이중으로 부담을 안고 가는 것이다. 문제는 공무원연금의 적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정부 보전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1조2000억원이던 공무원연금 적자는 2010년 2조1000억원, 2015년 6조2000억원, 2020년 10조5000억원, 2030년 24조5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이 전체 공무원의 45%에 이른다는 점은 향후 공무원연금의 적자 규모가 수직 곡선을 그을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해준다. 공무원연금공단이 발표한 ‘2012년도 공무원연금 주요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공무원 106만4000명 중 20~33년 재직한 공무원이 36만7000명에 이르고 33년을 초과해 재직한 공무원도 8만3000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금 수급자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결국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폭주하기 전에 열차를 멈추고 점검에 들어가지 않으면 탈선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연금 격차 갈수록 커져

현재 상태라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격차도 갈수록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도 두 연금 간에 상당한 격차가 있었지만, 2007년 국민연금 개편과 2009년 공무원연금 개편 이후 차이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연금 지급률을 기준으로 볼 때 1.4배였던 급여 격차가 점진적으로 1.9배까지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이 낸 돈의 1.7배를 받는 데 반해, 공무원연금은 낸 돈의 최대 3배를 받는다.

결과를 놓고 보면 두 연금의 개편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연금 지급 감소율이 16.7~33.5%에 달하지만 공무원연금의 경우 9.5% 수준에 그쳤다. 이마저도 10년 이상 재직한 공무원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이들의 급여는 사실상 줄어들지 않았다. 2012년 기준 재직 연수가 10년 미만인 공무원은 전체의 30% 정도다. 2009년 개편을 두고 마지못해 고치는 시늉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간 수령 급여 차이가 벌어질수록 국민 여론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공직 사회에 대한 불만이 갈등 양상으로 치달을 경우 국민의 정부 불신이 위험 수위에 도달할 수도 있다.

최근 유정복 안전행정부장관은 공무원연금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KDI는 보고서에서 “공무원연금의 개혁은 매우 시급한 일로 정치적 난관이 있더라도 반드시 집권 초기에 추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로는 공무원연금을 어떻게 수술할지 결단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연금 문제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특권 연금 ‘군인연금’ 


군인연금은 공무원연금에 앞서 1977년부터 기금이 고갈됐다. 이후 해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정부의 적자 보전 지원액도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 5년간 정부가 지원한 금액은 2008년 9492억원, 2009년 9409억원, 2010년 1조566억원, 2011년 1조2266억원, 2012년 1조2499억원이다. 이렇다 보니 공무원연금과 마찬가지로 군인연금 역시 손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최근 정부는 현역 군인이 기여금은 더 내고 퇴역 군인의 연금 수급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군인연금법 개정안을 마련해 공포했다. 2009년 3월부터 각계 의견 수렴과 공적연금개혁협의회 조정 등을 거쳐 정부안이 마련됐고, 지난해 9월27일 국회에 제출돼 올해 2월26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된 법은 오는 7월1일부터 적용된다.

내용을 살펴보면 기여금과 연금 급여액 산정 기준을 ‘보수월액’에서 ‘기준소득월액’으로 변경하고 기여금 납부 비율을 기준소득월액의 5.5%에서 7.0%로 인상했다.

이와 함께 군 복무 기간이 33년을 초과하면 기여금을 내지 않던 것을, 앞으로는 전역할 때까지 납부하도록 했다. 또 급여 산정 기준이 되는 소득도 ‘퇴역 전 3년 평균 보수월액’에서 ‘전 재직 기간 평균 기준소득월액’으로 변경했다.

일부 고액 연금 지급을 방지하기 위해 지급액이 전체 군인 평균 보수의 1.8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상한제도 도입했다. 전체적으로 2009년 단행된 공무원연금 개혁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기여금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향후 50년 동안 군인연금에 대한 국고 지원금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참여정부 ‘공무원연금 좌절’ 비화

참여정부 시절이던 2007년 1월30일 아침.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회의장 입구에서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과 박명재 행정자치부장관이 목소리를 높여 설전을 벌였다. 박 장관이 화가 난 듯 큰소리로 따지자, 유 장관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맞섰다. 국무위원들이 청와대에서 말싸움을 하는 일은 이례적이라 차를 마시며 환담 중이던 다른 국무위원들은 긴장한 채 이들을 지켜봤다.

이날 두 장관이 언쟁을 벌인 이유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이다. 당시 유 전 장관은 국민연금 개혁안의 국회 통과를 강하게 추진 중이었다. 공무원연금 역시 개혁안을 내놔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반면 박 장관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서두를 필요가 없으며 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박 장관이 유 전 장관에게 따진 것은 ‘왜 행자부 소관 일을 복지부에서 문제 삼느냐’는 취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유 장관은 5월10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국무회의 시작 전에 한바탕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유  장관에 따르면 참여정부에서 부총리가 없던 사회문화 장관회의는 복지부장관인 자신이 주재했다고 한다.

유 장관은 “당시 국민연금 개혁이 중요한 사안이라고 회의를 통해 꾸준히 보고했는데,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한 번도 보고가 없었다. 회의에 참석한 행자부 차관에게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 보고해달라’고 했는데도 안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 보고하기 어려우면 언제까지 준비가 되겠느냐’고 닦달을 했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국무회의를 앞두고 박 장관과 언쟁이 벌어진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이 “주무 장관은 난데 왜 소관도 아니면서 함부로 그러느냐”며 언성을 높이자, 유 장관이 “난 국무위원이고 또 사회문화 장관회의 의장이다. 당연히 소관 업무 중 하나다. 그 얘기를 왜 못 하느냐”고 되받아치면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은 그동안 여러 차례 변모를 거듭했다. 하지만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대대적인 개혁이 단행된 적은 없었다. 2000년 연금 기금이 고갈될 위기에 놓였는데도 공무원 비용 부담률은 1% 상향되는 데 그쳤다. 

참여정부 들어 연금 개혁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복지부가 관장하는 국민연금과 행자부가 관장하는 공무원연금이 그 대상이었다. 특히 공무원연금의 경우 양 부처 수장이 다른 국무위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서로 얼굴을 붉혀가며 말다툼을 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었다.

연금 수혜자인 공무원 스스로 부담은 늘리고 혜택은 줄여야 하는 일이다 보니 당연히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공직 사회를 적으로 만들기 싫은 정치권도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앞장서기를 꺼렸다. 결국 참여정부도 군불만 지피다 말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9년 소폭 개편하는 선에서 조용히 마무리됐다.


 

2007년 8월23일 유시민 당시 대선 예비 후보가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공무원연금 개혁이 왜 필요한가?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기여와 급여 사이에 격차가 커 계속 손을 보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연금은 이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차이가 크다. 이미 기금도 고갈돼 해마다 몇 조원씩 정부 예산이 들어간다. 공무원 일자리가 민간 일자리에 비해 처우가 아주 나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래서 국민 불만이 많다. 공직 사회와 국민 사이에 정서적인 갈등이 계속 확대·심화되면 공무원연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타고 급진적이고 과격한 개혁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

참여정부 때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어떤 논의가 있었나?

공무원연금 개혁은 실행이 안 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국민연금 개혁과 맞물려 있었다. 어느 하나가 되면 다른 하나도 쉽지 않겠나 했다. 그래서 복지부 소관인 국민연금을 처리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생각하셨다. 국민연금도 하고 공무원연금도 하자. 그런데 임기 말에 동력이 많이 떨어진 데다 주무 장관인 박명재 행정자치부(현 안전행정부)장관이 별로 할 생각을 갖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조금 손을 댔는데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은데 왜 그렇다고 보나?

공무원들이 하기 싫어하니까 어려운 것이다. 공무원은 매우 잘 조직된 세력이다. 국가 운영도 공무원의 협력 없이는 하기 힘들다. 개혁을 하자는 것은 기본적으로 급여를 깎자는 것인데, 공무원들은 자기 밥그릇 놓치기를 싫어한다. 필사적으로 반대한다. 하지만 적자 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이고 정부 부담도 그만큼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국민 여론은 험악해질 것이다. 사회적 갈등이 커지면서 엄청난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수 있다.

바람직한 공무원연금 개혁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에 있을 때 행정자치부(행자부)에 계속 독촉했다. 행자부에서 안 하면 국회로 돌아가 의원 입법이라도 낼 것이라고 했다. 실제 장관직을 마친 후 바로 법안을 냈다. 몇 년간 연구했던 내용이다. 우선 과거 공무원이 박봉이었던 것은 사실인 만큼 이 부분은 인정해줘야 한다. 박봉인데도 공무원을 지망할 때는 직업적 안정성과 더불어 연금에 대한 매력이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존의 기득권은 인정하되 새로운 기득권이 쌓이는 것은 막아야 한다. 법 개정 이전까지의 연금 산정은 현행대로 하고, 개정 이후 부분은 국민연금과 최대한 맞추고, 신규 임용의 경우 국민연금과 같이 가는 것이다. 예전 박봉 시절의 상황을 전제로 만들어진 공무원연금의 기여와 급여 시스템은 유지할 필요가 없다. 국민연금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단기적으로는 연금 지급에 들어가는 정부 출연금이 늘어나지만, 장기적으로 줄어들어 2060년에는 국민연금과 같아진다.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은 어떻게 됐나?

법안이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행정자치위 소속 의원들은 욕먹기 싫다는 입장이었다. 직접 가서 상정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상정이 안 돼 결국 17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보통 국회 임기가 만료돼 폐기된 법안의 경우 다음 국회에서 다른 의원이 다시 상정하는데, 이 법안은 18대 국회에서 누구도 꺼내지 않았다. 완전히 사망해 땅에 묻힌 법이 됐다. 법안을 발의할 때부터 잘될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문제를 얘기하는 게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공무원연금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복지부장관으로 있을 때 공무원노조와 대화하려고 했다. 한번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대화가 전혀 안 됐다. 사람은 누구든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의 노후가 불안해지는 것을 원할 사람은 없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국민은 다수이고 공무원은 소수다. 아무리 잘 조직되어 있다고 해도 소수가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수인 국민이 묵과할 수 없게 되면 기득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혁신을 맞게 된다. 필연적이다. 공무원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공무원 스스로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해법을 강구하는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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