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주무를 ‘골목대장’ 자격 싸고 시끌시끌
  • 엄민우 (mw@sisapress.com)
  • 승인 2013.05.1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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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연합회 대표 자리 놓고 김경배 회장 등 3명 사전 합의 논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가열되면서 대형 마트는 우리 사회의 ‘공공의 적’으로 지목됐다. 시민단체는 물론 여야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대형 마트 규탄에 나섰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법까지 만들어졌다. 지난해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해당 법에 따라 골목상권을 대표하는 조직인 ‘소상공인연합회’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이 단체는 300만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대변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염원을 저버리고 이 단체는 출범하기도 전부터 극심한 구설과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향후 해당 단체의 운영 권한을 맡게 될 김경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에 대한 자격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김경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과 이 입수한 소상공인 단체 간 합의서. ⓒ 시사저널 임준선
김 회장 등 3명의 합의서 문건 단독 입수

소상공인연합회는, 말 그대로 골목상권 육성 정책의 최종 산물이다. 단순히 골목상권 상인들의 이익단체 정도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상공인 구매 및 판매 등에 관한 사업 등을 펼치는 이 단체는 1조1400억원이 넘는 소상공인진흥계정을 주무를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민생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소상공인연합회의 역할이 향후 중요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소상공인연합회에는 동네 슈퍼마켓부터 유흥업소까지 다양한 업종이 속하게 된다. 이 때문에 각 업종마다 서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펼친다.

각종 단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출범 자체에 논란이 잦아지자, 몇몇 주도 세력이 모여서 자기들끼리 어느 정도 상황 정리에 나선 모습이다. 하지만 이 또한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사저널>은 그 정황을 엿볼 수 있는 관련 문건 하나를 단독 입수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출범을 준비하는 김경배 회장과 오호석 유흥음식업중앙회장 등이 서명한 합의서가 그것이다. 지난 2월28일자로 되어 있는 해당 합의서에는 ‘소상공인연합회는 창립하는 1회에 한해 3인의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하되, 그중 1인이 총회 및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소상공인연합회 운영에 관한 권한을 갖는다’고 돼 있다. 해당 합의서에서 명시된 3인은 김경배·오호석 회장과 김진용 한국이용사중앙회장이다. 그중에서도 총회 및 이사회 의장은 김경배 회장이 맡도록 되어 있다. 해당 합의서대로라면 3인 대표 체제로 가되 김경배 회장이 ‘총회 및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대로 소상공인연합회가 출범하게 된다면 해당 단체의 대표를 맡게 될 인물은 김 회장이 될 공산이 크다. 김회장은 “당시엔 3인 체제로 가기로 했으나 이제는 1인 체제로 가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문제는 김경배 회장의 자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감사 결과 김 회장은 2011년부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이하 수퍼마켓연합회)를 운영하며 2년간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금액 4억200만원 중 1억6200만원을 규정과 다르게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중소기업중앙회의 ‘한국슈퍼마켓(연) 관련 특정감사 결과’ 보고서에 해당 내역이 자세히 나와 있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수퍼대학, 성공창업패키지 등 교육 과정에서 수퍼마켓연합회가 정산한 금액은 모두 4억273만원이다. 그러나 그중 실지급액은 2억4000여 만원이고, 나머지 1억6000여 만원은 연합회 경비 등으로 유용했다. 사용 내역을 확인해보니 직원 급여 및 화환 대금 등도 포함돼 있었다.

소상공인 교육 수행지침에 따르면, 해당 단체는 경영 개선 교육 전용 통장을 개설하고 교육 운영 목적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보고서에는 강사 및 진행자의 여비를 부당 유용한 내용도 담겨 있다. 2011년 강사 여비로 342만5000원을 지출한 것으로 보고했으나 관련 증빙서를 확인한 결과, 김 회장이 주유 및 택시비로 254만6700원을 부당하게 사용했다. 수행지침상 강사 및 진행자에게 식비 및 교통비는 수당 지급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김 회장은 해당 감사 내용에 대해 “내가 개인적으로 쓴 것도 아니고…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도감사를 하는 곳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마치 권력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이렇게 나오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해당 내용에 대한 감사는 중소기업청으로 넘어가 진행됐다. 중소기업은 조사 후 부당 집행된 2억5000만원을 환수할 것을 통보했다.

김 회장 “대의원들이 날 뽑았는데, 왜?”

김경배 회장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부정 선거와 관련한 내용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09년 3월 열린 수퍼마켓연합회 회장 선거 당시 무자격 대의원으로 출마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이 되려면 우선 지역 조합에서 대의원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김 회장은 일부 이사장이 써준 대의원 확인서만으로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이에 대해 서울 시내 3곳의 수퍼마켓연합회 이사장은 김 회장을 상대로 ‘총회 결의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원고측 승리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16일 ‘정관 변경을 위한 총회 결의가 부(不)존재해 무효이고, 따라서 김경배 회장은 조합원 및 대의원 자격이 안 되며 나아가 회장이 될 자격도 없었다’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이 내려진 후 중소기업중앙회는 1월21일 김 회장의 수퍼마켓연합회 회장 및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자리를 박탈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상 자격 상실 사유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김 회장은 또다시 회장직에 도전했다. 그는 지난 4월11일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는 임시총회에 출마했고, 4월25일 회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는 김경배 회장이 당선된 지 4일 만인 4월29일 당선이 무효라며 회장 재선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김경배 회장의 당선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합감사실 관계자는 “수퍼마켓연합회 선거관리위원회측에 김경배 회장의 후보 자격 문제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것이 ‘관행’이라며 넘어갔다”고 전했다. 이어 “선거 결과가 무효라고 통보했으나 김경배 회장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서울시에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요청해놓은 상태인 만큼 다음 주쯤이면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경배 회장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섭섭함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의원들이 나를 뽑아준 것이고 절차상 하자가 있으면 그에 대해서는 법이 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측에서 무효라고 한다고 해서 내가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연합회와 관련해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만들어 중소기업중앙회의 권한을 다 갖고 오겠다는 것도 아닌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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