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가까이 갈수록 힘 펄펄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3.05.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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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는 여성의 몸속에 들어가면 여성이 보내는 화학적 신호에 반응해 움직임이 매우 격렬해진다. 보통 정자는 알칼리성이 될수록 빨리 움직인다. 예컨대 높은 산성을 띤 남성 생식기에서 움직임이 둔하던 정자가 여성 생식기 안으로 들어가면 처음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다가 알칼리성이 강해지는 난자 쪽으로 접근하면서 활발해지고, 난자와 거의 닿을 무렵 최고의 속도를 낸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왔다. 하지만 어떤 메커니즘 속에서 정자가 스스로의 산성도를 바꾸는지에 대해서는 최근까지 의문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생리학자 유리 키리초크(Yuriy Kirichock) 박사팀은 남성의 정자가 스스로 산성도를 조절해 활발하게 움직이거나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이 의문을 풀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Hv1이라는 정자 내부 물질이 산성의 양성자 방출을 적절히 제어함으로써 정자의 움직임을 때로는 활발하게 때로는 둔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말은 쉽게 말해 정자가 알칼리성으로 바뀌어 활동성을 높여야 할 때를 안다는 것이다. 정자가 난자에 가까이 접근했을 때 Hv1이라는 물질이 정자 표면의 미세한 구멍을 확 열고 산성 물질의 양성자를 바깥으로 내보내 정자 내부를 알칼리성으로 만들어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반대로 힘을 아껴야 할 때는 구멍을 닫아 산성 물질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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