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손’에 분노한 안방마님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05.2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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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사건 최초 폭로 ‘미시USA’

미국 내 한인 여성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미시USA’는 최근 유명세를 탔다. 5월9일 새벽(현지 시각) 이곳 게시판에 올라온 글 하나가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실을 최초로 폭로하는 글이었다. 이 사이트에 있는 글이 퍼지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국내 언론들은 계속 이 사이트를 주목했다. 기자들은 새롭게 올라온 글은 없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관찰하고 있다. 기자는 5월17일 오후 미시USA 사이트를 방문했다. 겉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조용했다.

사이트 전면에는 여성과 관련된 각종 생활 정보가 가득했다. 그런데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실이 처음 게시됐던 ‘Talk Lounge’는 달랐다. 여기는 국내외적 이슈나 현안 등을 자유롭게 올리며 정보를 교환하는 곳이다. 일종의 ‘자유게시판’과 같은 성격이다.

검색창에서 ‘윤창중’을 입력해보니 ‘409건’이 검색됐다. 5월9일 처음 글이 올라온 것을 감안하면 하루에 50건 넘는 글이 올라온 셈이다. 한국이나 미국 언론에 보도된 내용 중에서 선별해서 올려놓거나, 이 사건에 대한 회원들의 생각을 적은 것도 있었다.

‘윤창중 부인과 윤창중을 동일시하면 안 된다’ ‘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봐야 한다’ ‘윤창중 일본 방송 데뷔-부끄럽고 짜증 난다’는 글이 눈에 띄었다. 회원 가입이 안 돼 자세한 내용을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것만 봐도 미시USA에서 ‘윤창중 성추행’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미시USA가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미 간에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간혹 등장했다.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으로 떠들썩했던 ‘광우병 쇠고기’ 논란도 이곳을 통해 더 커졌었다.

2010년 4월 주미 한국대사관의 한 고위 간부가 업무 시간에 한 퇴폐 마사지업소에서 안마를 받다가 적발된 사건도 미시USA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이 사이트 회원은 30여 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주위에서 들었거나 얻은 정보가 올라오면서 굵직굵직한 사건이 이슈화되고 있다.

미시USA 홈페이지 메인 화면과 게시판에 올라온 ‘윤창중’ 관련 게시 글.
보수단체는 ‘반미 선동 사이트’ 규정

사이트에 올라온 ‘공지사항’에는 이런 글도 있었다. 2010년 10월24일 사이트 운영자는 ‘연예 게시판의 정치 글 삭제 안내’를 공지했다.

특정 회원들이 연예 게시판에 ‘정치 관련 글’을 계속 올리자 이를 정치 게시판으로 옮기거나 삭제했는데도 여전히 정치 게시 글이 도배하듯 올라와 운영자가 ‘강등 조치’ 운운하며 게시자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미시USA의 원조는 1999년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작은 동호회다. 이후 회원이 늘어나자 2002년 11월15일 지금의 커뮤니티로 발전했다.

미시USA는 이번 ‘윤창중 성추행 폭로’를 계기로 국내 보수층의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다. 5월11일 새벽에는 미시USA에 대한 해킹 시도가 있었고, 약 30분 정도 게시판(Talk Lounge)을 관리하는 아이디가 해커에 의해 점유되기도 했다.

보수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의 한 회원은 미시USA를 자신이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보수단체와 보수 성향의 네티즌들은 또 ‘윤창중 성추행 사건 언론 보도 진원지 Missy USA의 정체는?’이라는 제목의 글을 무차별 살포하며 이 사이트를 ‘반미 선동 사이트’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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