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비자금, 정치권에 흘러갔다”
  • 이승욱·조해수 기자 ()
  • 승인 2013.05.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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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자 홍씨, 국회의원·도의원에게 건네졌다고 임내현 의원실에 밝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여환섭)는 “4대강 사업 관련 수사는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의 고발로 당초 형사7부에 배당됐던 1차 턴키 공사 입찰 담합 수사에 국한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검찰의 표면적인 공식 입장일 뿐,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수사가 참여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이나 정·관계 인사 로비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검찰이 들여다보는 사건도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우선 특수3부는 4대강범대위 등 3개 시민단체에서 “현대건설이 4대강 사업 공사 대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김중겸 전 사장 등 현대건설 관계자 12명을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들이 고발한 내용 중에는 비자금이 정치권에까지 흘러들어간 정황도 포함돼 있다. 현대건설 재하청업체(2차 하도급업체)의 실질적 운영주인 홍 아무개씨는 4대강 사업 과정에서 1차 하도급업체 등과 함께 비자금을 조성해서 현대건설측에 전달한 사실을 폭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권에도 비자금의 일부가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ㄱ하청업체와 ㄴ하청업체가 각각 2억원씩을 도의원인 ㄷ씨에게 줬다. 이 돈이 국회의원 ㄹ씨에게 흘러갔다는 얘기도 있다”고 민주당 임내현 의원실에 제보했다. 로비를 받은 인물과 로비 금액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의지만 있으면 쉽게 밝힐 수 있는 사안이다. 이미 수원지검에서 내사에 착수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친한 4대강 사업이 비리로 얼룩진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 연합뉴스
“대우건설, 800억원 규모 비자금 조성”

형사8부도 참여연대 등이 4대강 사업 칠곡보 공사 과정에서 하도급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서종욱 사장 등 대우건설 관계자 6명을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대우건설은 이미 지난해 대구지검 특수부에서 비자금 의혹으로 한 차례 수사를 받아 구 아무개 부사장과 조 아무개 전 전무 등이 사법 처리됐다.

대우건설이 비자금을 조성한 수법은 공사 비용을 부풀려 발주하고, 이를 수주한 하청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식이었다. 또 인근 주유소 업자와 짜고 허위 매출 전표를 발행해 수억 원의 공사비도 빼돌렸다. 검찰은 대우건설이 이런 수법으로 약 25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임내현 의원은 대우건설의 비자금 규모가 800억원대이며, 검찰이 이를 파악하고도 사건을 축소해 덮으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 의원은 “대구지검 특수부는 이와 별도로 대우건설 이 아무개 상무의 이동식 저장 장치(USB 메모리)를 확보했다고 한다. 이 저장 장치에는 대우건설이 14개 하청업체를 통해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토목 부문에서만 80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내역과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업체 명단, 수주 심사를 맡았던 교수와 공무원 수십 명에게 뇌물을 지급한 정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이 상무가 이번 사건의 키를 쥐고 있다고 보고 이 상무측과 다각도로 접촉했으나 그는 “언론에 할 말이 없다”고만 답변했다.

이 상무가 사건을 덮으려는 모습을 보인 것은 뭔가 믿을 만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다. 이와 관련해 임 의원은 “전·현직 검찰 최고위층과 해당 대기업에서 비자금 사용처 수사를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수사를 막고 있는 이들이) 나에 대해서도 접촉을 시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 상무 변호인단은 대형 로펌과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 17명으로 꾸려졌고, 이 상무는 결국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임 의원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800억대 비자금 중 일부가 정권 실세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제보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검찰이 지체 없이 수사에 착수하지 않으면 비자금 중 상당액이 (이명박) 정권 실세에게 전달됐다는 추가 의혹을 폭로하겠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수사가 끝난 것이 아니라 곧 정·관계 로비 쪽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4대강 나무 심기 조경업체 계약 현황’ 문건. ⓒ 시사저널 이상민
정치권 인사뿐만 아니라 공무원들 역시 4대강 사업 로비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수질개선업체인 코오롱워터텍이 4대강 사업을 하며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영업비 현금 집행 내역-워터텍, 2009년~2011년’이라는 내부 문서에 따르면, 코오롱워터텍은 휴가비·명절 사례비·준공 대가 등의 명목으로 관련 공무원과 심의위원 등에게 모두 10억원이 넘는 현금을 건넸다. 이 문서에는 기타 항목으로 ‘공정위 관련’ 2100만원, ‘환경부 등’ 3300만원, ‘골프 접대’ 3470만원 등의 내역도 나와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앞서 한솔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 문제된 게 일부가 담합도 하고 환경공단이나 이런 업체들하고 심사위원, 공무원에게 뇌물을 줬지 않았느냐 해서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로비 의혹은 ‘4대강 희망의 숲 나무 심기’ 사업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 사업은 4135억원을 들여 4대강 주변에 교목 18만8000주를 심는 사업이다. 검찰은 일부 업체가 수목 구입비 명목으로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때 각 지자체 공무원들이 야산에서 채취한 헐값의 수목을 비싼 값에 되파는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챙긴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검찰은 비자금을 수수한 인물 중 이명박 정권 실세가 포함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국토교통위 소속의 한 고위 간부는 “업체끼리 담합이나 고위 공무원·대형 건설사에 대한 ‘줄 대기’가 있었던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일감을 몰아줬다면 그 대가로 당연히 리베이트가 있었을 것이다. 이 부분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4대강 나무 심기 조경업체 계약 현황’을 보면, 4대강 사업 수혜 건설사들이 나무 심기 사업에서도 상당량의 수주 물량을 따냈다. 공동 도급사 중 1640억6900만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수주한 태영건설은 낙동강 14, 21공구 나무 심기 사업을 수주했다. 삼부토건은 영산강 4공구의 식재와 생태습지 조성 사업, 동아에스텍은 영산강 8공구 자전거 데크로드 사업, 산수녹화산업은 금강 4·6·7·공구와 세종 2공구 사업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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