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10곳이 전체 사업비 32% ‘폭식’
  • 이승욱·조해수 기자·양창희 인턴기자 ()
  • 승인 2013.05.2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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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별 수주 업체 현황’ 자료 입수·분석…대기업 건설사 카르텔 드러나

거대한 카르텔이었다. 22조2000억원(사후관리비 등 제외)에 달하는 천문학적 혈세를 쏟아부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은 대기업 건설사, 그들과 종속 관계에 있는 중소형 건설사 등 이른바 ‘토건족(土建族)’이 벌인 잔치판이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자면, 잔치판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6월 현대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 등 19개 대형 건설사들이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4대강 사업 공사 금액을 배분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대형 건설사들이 거대한 카르텔을 형성해 잇속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는 <시사저널>이 최근 입수·분석한 4대강 사업의 수혜 건설사 현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본지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국토교통부부로부터 받은 ‘4대강 공구별 시공사 참여 현황’ 자료와 민주당이 취합한 ‘4대강 관련 가뭄 사업 현황’ 자료를 분석했다. 전자는 4대강 사업 공구별 컨소시엄 주간·참여 업체(대표 도급사, 공동 도급사) 명단으로, 4대강 사업비 22조2000억원 중 8조2124억2800만원의 공사비 배분 현황이 상세히 나타난다. 뒤의 자료에는 컨소시엄 주간·참여 업체로부터 하청받은 중소 건설사들의 수주 현황이 나타난다. 이들 자료를 비교 분석하면 4대강 사업 공사비의 흐름을 상당 부분 파악할 수 있다.

2009년 10월27일 4대강살리기추진본부가 4대강 유역에 설치될 16개 보를 처음 공개하는 것을 건설업체 관계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최대 수혜자는 대기업 계열 대형 건설사들

담합으로 얼룩진 4대강 사업의 최대 수혜자는 역시 대기업 그룹 계열의 대형 건설사들이었다. 본지는 우선 4대강 공구별 컨소시엄 주간·참여 업체를 통틀어 수주 지분액 상위 10위권 업체를 별도로 집계했다. 그 결과 삼성물산㈜은 4개 공구에서 4650억8700만원을 수주해 공사비 수주 지분액 1위를 차지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한강 4공구(여주보)에서 컨소시엄 주간사로 참가해 1748억3800만원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주 지분액 2위를 차지한 현대건설은 모두 3270억3000만원을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은 한강 6공구(강천보)에서 1229억1100만원 등 총 3개 공구에서 컨소시엄 주최사로 4대강 사업을 수주했다. 이어 대우건설 3182억9700만원, 대림산업 2874억7700만원, SK건설 2799억9800만원, 현대산업개발 2257억3200만원, GS건설 2235억8000만원 순이다. 그 밖에도 태영건설(2008억원), 삼부토건(1638억9600만원), 한양(1538억1800만원) 등이 공구별 수주 지분액 상위 10위권 내에 포함됐다.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이 주로 분포한 상위 10위권의 대형 건설사 수주액이 전체 공구 사업비 중 32.2%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 건설사들의 4대강 사업비 ‘폭식’ 현상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자료상 전체 공사액 대비 업체별 수주액에서는 삼성물산이 5.66%를 차지했고, 이어 현대건설 3.98%, 대우건설 3.88%, 대림산업 3.50%, SK건설 3.41% 등이다.

공동 도급사 중에선 태영건설 단연 두각

<시사저널>은 중견 건설사들이 주로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공동 도급사를 별도로 나눠 분석해봤다. 그 결과 태영건설이 1640억6900만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영건설은 낙동강 17공구와 22공구(달성보) 등 낙동강 공구에서 컨소시엄 참여 형태로 공사를 집중 수주했다. 이어 삼부토건은 금강 6공구(백제보) 등 5개 공구에서 1638억9600만원의 공동 컨소시엄 형태로 공사를 따냈다. 동부건설(1510억400만원·4개 공구), 쌍용건설(1033억6700만원·4개 공구)이 그 뒤를 이었다.

본지는 4대강 공구별 컨소시엄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컨소시엄 주간·참여 업체인 대기업 등 대형 건설사로부터 하청받은 중소 건설업체들의 현황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동아에스텍이 10개 공구의 사업을 따내 가장 많이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에스코알티에스(7개), 산수녹화산업(6개), 스틸코리아·신웅·영진인프라·우일산업개발(이상 5개) 순이었다. 


담합으로 얼룩진 4대강 사업은 포항 동지상고 출신(9회 졸업)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표 국책 사업이다. 친형 이상득 전 의원도 동지상고 4회 졸업생이다. <시사저널>은 동지상고 2008년 졸업생 명부와 국토부, 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4대강 수주 현황 자료를 토대로 이 학교 출신 인맥들의 사업 수주 실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공사를 수주한 동지상고 인맥 건설사는 동양종합건설 등 총 4개 업체로, 이들이 수주한 4대강 사업 공사비는 1224억2900만원에 달했다. 여기서 하천 개수 공사비는 제외된 것이다.

동지상고 인맥 건설사들은 특히 낙동강 22, 23, 30공구 등 6개 공구를 집중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4개 업체가 수주한 9개 공구 중 27공구를 제외한 8개 공구는 설계·시공 일괄 입찰 방식(턴키)으로 발주한 사업 구간이다. 턴키 발주 방식은 담합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낙동강 22공구 등 4개 공구 컨소시엄에 공동 참여한 동양종합건설은 총 512억3900만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수주했다. 441억5200만원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난 진영종합건설은 낙동강 27공구를 수주했고, 24공구와 30공구를 턴키 방식으로 공동 수주했다. 삼진건설은 낙동강 22공구에서 176억5900만원을 공동 컨소시엄 참여 형태로 수주했다. 동대건설은 93억7900만원을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 업체 상당수는 4대강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과 2010년 이후 매출액이 급격히 늘었다. 동양종합건설은 2009년 매출액 605억원에서 2010년 828억원, 2011년 1089억원으로 늘어났다. 진영종합건설도 2009년 217억원에서 2011년 49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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