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흙탕물’ 요리 솜씨는?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3.05.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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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대적 수사로 명예 회복 노려

박근혜정부의 첫 검찰총장으로 채동욱 전 서울고검장이 4월4일 임명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을 지낸 채 총장은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2주 후인 4월18일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2·3부장이 임명됐다. 대검 중수부가 폐지되면서 사실상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이를 증명하듯 대검 중수1·2과장, 대검 디지털수사담당관이 특수1·2·3부장에 나란히 임명됐다. 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움직여 ‘큰일’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했다. 박근혜정부의 ‘경제 민주화’ 공약과 더불어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 사건,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며 ‘재계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은 채 총장의 이력 때문에 대기업 수사가 사정 1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CJ를 비롯해 H사, L사 등이 수사 물망에 올랐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돌았다.

채동욱검찰총장이 ‘특수수사 1호’로 4대강 사업을 뽑아들었다. ⓒ 뉴시스
소문과 달리 특수부는 지난 한 달간 너무나 조용했다. 특수부가 ‘개점휴업’ 상태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하지만 특수부는 칼을 갈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칼을 채 총장 취임 4주 후, 특수부장 임명 2주 후인 지난 5월15일 본격적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등 200여 명의 인력을 동원해 4대강 관련 업체 25개사 30여 곳을 동시다발로 수사했다. 검찰 역사상 최대 규모다. 웬만큼 자신이 있지 않고서야 감행할 수 없는 일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그동안 특수부가 조용했던 것은 더 큰 것을 잡기 위해 잠시 몸을 움츠리고 있던 것으로 봐야 한다. (채 총장 취임 이후) 지난 한 달간 검찰은 4대강 하청업체에 대한 수사는 어느 정도 마쳤다고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대어가 낚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관측이 나오는 데는 이번 사건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여환섭 특수1부장에 대한 기대감이 한몫하고 있다. 여 부장은 지난 정권 때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저축은행 사태’ 등을 수사했다. 여 부장의 손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감옥에 갔다. 검찰 관계자는 “여 부장은 강골 중의 강골이다. 피의자들이 가장 꺼리는 검사 중 한 명이다. 이번 사건 역시 결코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강골’ 여환섭 특수1부장 주목

검찰 수사를 불신하는 시각도 있다. 4대강 수사의 핵심은 지난 MB(이명박) 정부에서의 비자금 형성 과정과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밝히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정권의 시녀’ 역할을 했던 검찰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낱낱이 다 파헤치기는 어려울 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검찰의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이 있던 5월15일 한 건설업체 관계자가 ‘검찰로부터 오전 중에 압수수색할 것이라는 통보가 왔다. 그런데 지금(당일 오전 11시)까지 아무 일도 없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달라’라는 전화를 해왔다. 이 말대로라면 검찰이 압수수색 전에 미리 통보를 한 것이 된다. 검찰의 수사가 특정 업체에 대한 봐주기 식으로 진행되거나, 표적 수사, 선별적 수사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MB 정부에서 떨어질 대로 떨어진 검찰의 위상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 그 바로미터는 4대강 사업 수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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