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객꾼의 미끼 매물에 속지 말아야
  • 최기성│자동차 칼럼니스트 ()
  • 승인 2013.05.2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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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중고차 구매법…발품 많이 판 만큼 좋은 물건 골라

“한번 중고차를 사면 영원히 중고차를 산다”는 말이 있다. 돈이 없어 신차는 못 사고 계속 중고차만 사라는 악담이 아니다. 중고차의 실속을 경험하면 계속 사게 된다는 뜻이다.

중고차는, 가격은 물론 자동차 세금도 저렴하고 같은 값에 다양한 차를 선택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하지만 누구나 이런 장점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싼값에 현혹돼 무턱대고 사다가는 사기당하기 쉽다. 중고차를 안전하면서도 알뜰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중고차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중고차를 사려는 소비자는 사기를 당하거나 바가지를 쓸까 걱정한다. 실제로 온·오프라인 중고차 시장에는 존재하지 않는 ‘허위 매물’이나 ‘미끼 매물’을 시세보다 값싸게 내놓아 소비자를 현혹하는 호객꾼이 많다.

시세가 1000만원 정도인 무사고 중고차를 100만~300만원 정도 싸게 내놓는 게 대표적이다. 실제로 이런 매물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즉시 판매돼 구경하기 어렵다. 가격이 너무 저렴하다면 사고차이거나 소유권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매물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5월23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용답동 장안평 중고차 시장. ⓒ 시사저널 최준필
가격 너무 싸면 일단 의심해봐야

온라인 쇼핑몰에 수십 대의 매물을 올려놓은 딜러도 주의를 요한다. 딜러 한 명이 수십 대의 매물을 보유하기도 어렵고, 시장에 놔둘 곳도 마땅치 않다. 중고차 딜러의 매물을 판매 대행해준다고 하더라도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온라인 쇼핑몰에 나온 매물 사진에서 사기 징후를 발견할 수도 있다. 허위 매물은 이미 팔리고 없는 중고차나 다른 매물의 사진을 가져다 거짓 내용을 넣어 대량으로 만들어진다. 허위 매물 기획자의 실수로 사진과 다른 내용이 게재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계절에 맞지 않은 사진이 올라와 있거나 차 색상이 사진과 다르게 적혀 있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이트의 워터마크(콘텐츠 안에 삽입된 저작권 정보)가 찍혔거나 번호판이 모두 가려진 사진이 올라와 있다면 허위 매물일 가능성이 크다.

차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중고차를 사야 한다면 허가받은 업체에서 차를 구입하고 성능 및 상태 점검 기록부를 발급받아둬야 문제 차를 사더라도 법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기록부를 발급하지 않는 무허가 업체나 일부 허가 업체에서는 차를 사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매매 업체에 소속된 정식 딜러에게 기록부를 받고, 기록된 내용 중 모르거나 미흡한 점에 대해서는 설명을 듣는 한편, 기록으로 남겨둔다.

보험개발원이 자동차보험 정보를 기반으로 제공하고 있는 자동차이력정보서비스(카 히스토리)를 이용해 사고 유무를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단,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하지 않은 사고는 확인할 수 없다. 성능 점검원의 주관적 판단이 작용하는 성능 점검 기록부와 함께 차 상태를 알아보는 용도로 활용하면 된다.

중고차 알뜰 구입 요령

중고차 가격은 연식, 성능, 색깔, 매장 임대료 등의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같은 연식의 차라도 시장이나 매매 업체별로 가격이 다르다. 가격 차이는 최소 몇만 원에서 최고 몇백만 원까지 난다. 서울 지역 소형차는 10만원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를 사기로 결정했다면 원하는 몇 개 차종을 생각한 뒤 중고차 시세를 확인하고, 시장별로 2~3개 업체에 전화하거나 중고차 쇼핑몰을 통해 가격을 비교하는 게 낫다. 발품과 손품을 팔수록 중고차를 싸게 살 기회도 늘어난다.

개인끼리 직거래하면 중간 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처럼, 중고차 시장에서 차를 살 때도 전시된 차의 실소유자와 직접 거래하면 소개비를 아낄 수 있다. 중고차 소유권은 해당 업체가 아닌 차를 자기 돈으로 구입한 중고차 딜러에게 있고, 같은 업체라도 딜러 간에 소개비가 붙는 경우가 많다.

사고차도 잘만 살피면 가격 그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중고차는 크고 작은 사고 이력이 있기 마련인데, 중요한 것은 사고의 정도와 사고가 성능에 미친 영향이다. 중고차에서 무사고차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작은 추돌이나 범퍼 스크래치라도 있게 마련이다. 때문에 무사고차만 고집할 경우 중고차를  제때 사기 어렵고, 찾는 소비자가 많은 만큼 시세보다 비싸게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사고차라도 범퍼, 펜더, 도어, 트렁크 정도만 교체됐다면 차 성능에 큰 영향이 없다. 이런 차는 무사고차보다 가격이 싸기에 구입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중고차를 살 때 사고자 하는 차의 연식이 1년 정도 더 지난 차를 산 뒤 남은 돈으로 소모품을 바꿔주는 것도 알뜰하게 차를 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1000만원 정도 되는 차를 사려고 할 때 연식이 1년 정도 더 지난 차를 사면 50만~100만원 정도는 싸다. 이 돈이면 타이어·벨트류·오일류·배터리 등의 소모품을 모두 바꾸고도 남는다. 이렇게 하면 오히려 1년 정도 연식이 짧은 차를 사는 것보다 차 상태가 훨씬 좋다.

현명한 소비자는 중고차를 사자마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는 주요 소모품은 모두 바꾼다. 그만큼 문제가 생길 때마다 소모품을 바꾸는 수고를 겪을 필요도 없고, 갑작스런 고장으로 낭패를 당할 일도 줄어든다.

 

수입차는 ‘인증 중고차’로 사라 

직장인 김상기씨(37)는 회사 내에서 자동차 전문가로 통한다. 친구는 물론 직장 동료도 차를 살 때는 그를 데리고 매장에 갈 정도다. 수입차를 살 때는 한턱 크게 쏘면서 데리고 간다. 그런데 정작 그는 수입차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워 수입 중고차로 눈을 돌렸다. 여기저기 알아보던 그는 한 달 만에 구입을 포기했다. 자동차를 잘 안다고 자신했지만, 시장에 나온 차 상태와 가격이 너무 제각각이어서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고, 품질도 믿을 수가 없었다.

수입차가 대중화되면서 덩달아 수입 중고차 시장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품질에 대한 불안감과 유지비 걱정에 구입을 포기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런 소비자들을 위해 ‘인증 중고차’가 등장했다. 인증 중고차는 수입차 메이커가 품질을 보증해주고 신차에 버금가는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중고차다. 중고차이지만 신차를 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무엇보다 허위 매물, 사기 판매 등으로 기존 중고차 유통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상황에서 수입차 메이커가 일정 기간 품질을 보증해줘 믿을 수 있고 할부 금리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단점은 가격이다. 중고차 딜러가 파는 매물보다 다소 비싼 편이다. 중고차는 차마다 상태가 다르고 가격이 제각각이어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인증 중고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동종의 차보다 5~10% 정도 비싸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BMW, 미니 등이 인증 중고차를 취급하고 있다. 벤츠는 인증 중고차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스타클래스 전시장’을 운영 중이다. 전시장에서는 벤츠코리아가 공식 수입한 차 중 4년 또는 10만km 이내의 무사고차(생활 흠집, 범퍼 및 도어 단순 교체는 무사고에 해당)만 판매된다.

BMW도 5년·10만km 이내의 BMW 및 미니 차량을 대상으로 12개월 무상 보증 및 애프터서비스, 72가지 항목의 정밀 점검 서비스, 할부 금융 등 신차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BMW 프리미엄 셀렉션’을 200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SK엔카도 ‘수입차 브랜드 인증 중고차몰’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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