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 속지 말고 희망 비상구 열어라”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3.05.2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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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귀환> 들고 돌아온 ‘인생 해설사’ 차동엽 신부

자기계발서 <무지개 원리>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이 시대의 ‘희망 멘토’로 불리는 차동엽 신부가 새 책을 펴냈다. <희망의 귀환>(위즈앤비즈 펴냄)이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강의를 앞두고 그를 만났다.

차 신부는 고통과 불안을 피하지 말고 직시하라는 ‘인생 해설사’로 이름이 높다. 책 제목을 보고, 언제는 희망이 있었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지금이 희망을 잃어버린 시대라는 의미냐고 물었다. “세태가 절망, 체념 등에 전염돼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인간은 끊임없이 자기 기획을 하는 존재다. 절망적인 순간에도 절망을 말하지 말고 희망을 부르면 희망 사건이 일어난다. 그래서 희망을 부르면 희망은 내게 온다고 말한 것이다.”

차 신부는 절망을 확산시키는 사회 분위기에 맞서 이 책을 펴냈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서도 희망을 찾는 이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했고, 스스로 희망이 절실해질 때를 위해 비상구로서 미리 알아두어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고 했다. 그는 희망이 주는 ‘플라시보 효과(위약 효과)’도 강조했다. 이것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면 사회적인 위약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절망 가운데 가짜가 있다”며 눈을 크게 뜨고 보라고 말했다. 본래 절망할 일이 아닌데도 잘못된 인식이나 판단 때문에 ‘가짜 절망’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절망감, 우울감, 무기력감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힘들어하는 중간에 용기를 내 그 실체를 한번 들여다보기를 바랐다. 의외로 가짜 절망이 주범인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가짜 절망’에 속지 않게 눈 크게 뜨고 보라

“가짜 절망이 희망을 가리고, 가두고, 짓누른다. 절망의 순간, 자신의 절망을 점검해보라. 그것이 진짜 절망인지 아니면 속아서 느끼는 가짜 절망인지 정확히 파악하라. 그러면 저절로 가짜 절망에 갇힌 희망이 손짓할 것이다.”

차 신부는 대학에서 과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인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식 융합의 시대에 자신 또한 지식을 다양하게 섭렵하게 된 것에 감사했다.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고, 스스로 일궈내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됐다.

자기계발서 <무지개 원리>가 세상에 나와 큰 인기를 누린 것은 그 때문이다. 또, 다른 자기계발서들이 성공을 향해 질주할 것을 종용하는 사회에 편승하는 현상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도 독자들의 요구와 맞아떨어졌다. <희망의 귀환>을 집필한 것도 그 때문이다.

“행복·기쁨·사랑·평화 등 우리네 삶의 본질적 목표가 경제 및 출세 논리에 압도됐다. 그 부작용은 피로, 과로, 좌절, 우울증 등이고. 이런 ‘피로사회’ 증후군에 대한 치유가 시급하다고 보고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나는 남이 얘기하는 행복의 원리를 재탕·3탕 하지 않는다. ‘차동엽표’ 원리를 만들어 얘기한다. 내 체험을 책에 녹여낸 것도 차별성”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인의 미래 고민은 뭘까’라며, 언제 어디서 답이 떠오를지 모르니 늘 그 물음을 품고 지낸다고 말한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 뭐냐고 물었다. 차 신부는 ‘철학의 부재’를 꼽았다.

“철학을 너무 어렵게 배우게 했다. 철학을 시험 과목으로 공부시켰다. 철학은 생활 철학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어릴 때부터 도덕과 윤리를 배웠는데, 그것들은 답이 정해져 있다. 강요된 가치관을 학습한 것이다. 철학은 열린 물음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사유 방식을 가르치는 것이 철학이다.”

그는 소통이 되지 않는 사회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흑백 논리에 빠지지 않으려면 통합 사유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유 자체를 못 하는 문화가 갈등의 뿌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차 신부는 초등학교 때부터 철학을 가르치자고 주장했다. 어려서부터 ‘열린 물음’을 가르쳐 사회 갈등의 소지를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젊은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해서 국가적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책을 읽지 않고 인터넷이나 검색하면 기억력도 떨어지고, 사유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인생의 쓴맛 본 사람이 지혜로운 까닭

기성세대의 절망에 대해서는 “사회가 고령화되면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진다. 나이 50이면 인생의 반환점이 온 것이다.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도에 신경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은퇴기란 것이 사춘기와 비슷하다며, 아픈 건 사실이니 시간 낭비하지 말고 희망을 끌고 가자는 것이다.

“희망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프랑스의 소설가 콜레트가 말했다. 희망은 공짜라는 말이다. 새로울 것 없는 이 사실을 우리는 감쪽같이 모르는 척하며 살아왔다. 우리는 마치 희망의 가격이 억만금이라도 되는 듯이 희망의 진열장 앞을 서성이며 선뜻 집어 들지 못했다. 감히 손에 쥐어보고서도 만지작거리기만 하다가 그만 내려놓기 일쑤였다.”

차 신부는 희망이 약점을 통해, 불안을 통해, 고통을 통해 성장한다고 역설했다. 그중 고통에서 희망이 성장한다는 것을 밝혀낸 사례가 있다. 독일 베를린의 막스플랑크교육연구소가 15년 동안 10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끝에 지혜로운 사람들이 갖는 공통점을 밝혀냈다. 지혜로운 사람은 대다수가 역경이나 고난을 극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인생의 쓴맛을 본 사람이 순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보다 훨씬 지혜롭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똑같은 상황에서 삶의 태도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음을 알아냈다. 동일한 조건에서 개방적이고 창조적인 사람은 지혜를 발휘해 위대한 업적을 이룩했던 반면, 고집 세고 괴팍한 사람은 지혜와 신용을 모두 잃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관건은 희망적 태도가 ‘있었는가’ 아니면 ‘없었는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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