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을 지켜라!”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3.06.1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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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김앤장·광장 등의 ‘특수통’ 출신 변호인 대거 투입

CJ그룹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권력은 돈 많은 사람 편이다’라는 말은 최소한 지금 CJ그룹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사정기관, 주류 언론 등 ‘힘 좀 있다’는 곳들과 대립 관계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삼성과는 지난해부터 상속 분쟁으로 첨예하게 맞서 있다. ‘언론권력’인 ‘조·중·동’과 거기에 속한 종합편성 채널(종편)과의 불편한 관계는 업계에선 유명하다. ‘사정권력’ 검찰과도 악연을 이어왔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 아무개씨는 과거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품고 2개월 전 국가에 배상을 청구하는 ‘형사보상청구’를 신청했다. 형사보상청구는, 무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국가에 피해 보상을 신청하는 제도다. 검찰의 심기를 건드린 그는 이후 검찰에 구속됐다.

이처럼 정·관·재·언론계 등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권력 집단들을 등지게 된 CJ그룹이 현재 믿을 곳은 변호인단뿐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비자금 수사에 맞서는 CJ의 변호인단은 그야말로 초호화 군단이다. CJ가 이번 수사에 대해 느끼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 대기업 대관(對官) 업무 관계자는 “이번 CJ 변호인단의 면면은 기업 차원에서는 거의 ‘올인’ 수준으로 봐도 된다”고 전했다.

박상길·남기춘 등 거물급들 망라

CJ의 변호는 국내 최대 로펌으로 통하는 ‘김앤장’과 법무법인 ‘광장’이 맡았다. 두 곳 모두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로펌이다. 변호를 맡은 인물들도 해당 법무법인의 ‘스타플레이어’들이다.

이번 사건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진 김앤장의 박상길 변호사는 검찰 특수통의 전설로 회자되는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은 내부에서도 최고의 ‘엘리트 검사’가 맡는 자리로 여겨진다. 박 변호사는 1995~98년에 그런 특수부의 1·2·3부에서 내리 부장으로 근무한 기록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과 중수부장을 지내며 ‘특수통으로서 거칠 수 있는 자리를 모두 거쳤다’는 평을 듣는다.

그와 함께 김앤장에 소속돼 있는 남기춘 변호사는 특수부 출신 중 대표적인 ‘강골 검사’였다. 검찰 내부에서 그를 따르는 검사들이 상당수 있어 ‘남기춘 사단’이라는 용어가 생겨났을 정도로 특수통 검사들 사이에 신망이 높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의 정치쇄신특위 위원으로 영입되면서 현 정부에서 중용이 점쳐지기도 했다.

남기춘 변호사는 대검찰청 중수1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을 거쳐 울산지검 및 서울서부지검장을 역임했다. 이번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윤대진 특수2부장도 그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현역 때 재계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로 유명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을 수사할 당시 가혹하다는 평을 들었을 정도다. 그런 그가 CJ의 변호를 맡게 된 것을 놓고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상길·남기춘 변호사와 함께 CJ 변호를 맡게 될 김앤장 최찬묵 변호사는 법무부 검찰2·3과장과 서울중앙지검 총무부장 등을 거쳤다. 2011년 대한통운이 이재현 CJ 회장을 사내이사로 승인할 당시 사외이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두산그룹 비자금 사건과 최태원 SK 회장의 선물 투자 사건 변호인단에도 참여해 재계 수사와 관련해 경험이 풍부하다.

법무법인 광장에서도 거물급 변호사들이 이재현 회장 변호에 나선다. 이번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될 광장의 박용석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장 및 대검 차장을 지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가 이번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의 고위급 간부들과 고등학교 및 대학교 학연 관계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박 변호사는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박정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의 경북고·서울대 선배다. 그와 함께 광장에서는 서울중앙지검 1차장을 지낸 박철준 변호사가 CJ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김성호 전 법무부장관, CJ 사외이사로 영입

대형 로펌 외에도 CJ의 변호인단에 합류될 것으로 회자되는 거물급 변호사들이 있다. 검사 시절 특수부에서 공무원 범죄, 기업 범죄 등을 다루며 실력을 인정받은 유성열 변호사도 그중 한 명이다. 검찰 특수통 출신의 한 법조인은 “유성열 변호사가 CJ 사건 변호인단으로 합류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유 변호사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CJ의 변호는 김앤장과 광장에서 맡아서 하지 않느냐. 나는 참여하지 않는다”라고 일축했다. 서초동 법조타운에서는 대형 로펌뿐 아니라 중·소형 법무법인에서 누가 CJ의 변호인으로 참여하느냐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한 검찰 특수통 출신 법조인은 “설사 변호를 맡게 되더라도 이런 판국에 가서 할 수 있는 역할이 크지 않을 것이다. 이번 CJ건은 (변호인측이) 힘들 것이란 이야기가 많다. 인맥으로 사이드에서 지원을 해도 정보 파악 정도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법조계 거물들이 외곽에서 CJ를 지원 사격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5월21일 CJ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던 특수2부 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최 전 지검장은 이재현 회장과 고려대 법대 동문으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 또한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이재현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거론된다. 그 밖에도 최근 CJ의 사외이사로 영입된 김성호 전 법무부장관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곽승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고려대 동문으로서 이재현 회장과 가깝게 지내는 사이다. 특히 곽승준 교수는 이재현 회장과 룸살롱을 드나들었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막강 변호인단을 구축한 CJ에는 거물급 사외이사도 많다. 우선 CJ그룹에서는 김성호 전 국정원장과 박제찬 전 국정원 실장이 눈에 띈다. 김성호 전 국정원장은 법무부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도 CJ그룹의 사외이사를 맡았다.

CJ대한통운에서는 추병직 전 건설교통부장관, 이기호 전 노동부장관 등 전직 장관들이 사외이사를 맡았다. CJ오쇼핑에는 김종빈 전 검찰총장과 김재천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CJ 헬로비전에는 주선회 전 헌법재판관이, CJ CGV에는 박차석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사외이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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