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사면 분기마다 500만원 줍니다”
  • 박일한│헤럴드경제 경제부 기자 ()
  • 승인 2013.06.1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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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생활비·이사비 지원 등 미분양 털어내기 백태

건설사가 미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내릴 때는 조용히 진행하는 게 보통이다. 회사 이미지에 좋지 않고 기존 계약자가 반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4·1 부동산 대책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개적으로 분양가를 내리고 ‘계약 조건 보장제’ 등 수요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각종 혜택을 내놓는다. 더는 쉬쉬하며 버티는 것보다 모처럼 수요자의 관심이 커진 기회를 이용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하루빨리 처분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건설사가 많기 때문이다.

분양가 30~40% 할인

현대산업개발이 경기도 고양시 덕이지구에 짓는 ‘일산 아이파크’는 분양가를 30% 할인해 팔고 있다. 3.3㎡당 분양가도 당초 1400만원대에서 일부 가구는 900만원대까지 낮췄다.

경기도 김포시의 한 미분양 아파트. ⓒ 시사저널 전영기
풍림산업은 인천 학익동 일대에 짓는 ‘학익 엑슬루타워’ 분양가를 2억원가량 낮췄다. 전용 130㎡형의 경우 4억3000만~5억원이면 분양받을 수 있다. 또 분양가 60%에 대한 대출 이자를 2년간 지원하고 인테리어를 공짜로 해준다.

미분양이 몰려 있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는 할인 분양이 가장 흔한 곳이다. 단지마다 많게는 가구당 40% 이상 할인해 파는 곳도 있다. 수지구 신봉동 ‘용인 수지 신봉 센트레빌’은 올 4월부터 분양가 할인 폭을 최대 30%까지 확대했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149㎡형의 최초 분양가는 7억9900만원이었지만, 현재 30% 할인된 5억5900만원이면 분양받을 수 있다.

인근 ‘용인 신봉 동일하이빌’ 3단지도 5월 중순부터 최대 40%에 이르는 할인 분양을 시작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116㎡형의 경우 당초 분양가는 7억7000만원 정도였지만, 현재 4억8900만원이면 계약할 수 있다. 분양가가 9억4000만원이던 전용면적 193㎡형은 40% 할인된 5억5800만원이면 내 집으로 만들 수 있다.

금융·생활비·이사 비용 지원, 발코니 확장 등을 통한 간접 할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고양시 삼송지구 ‘삼송 동원로얄듀크’는 중도금 60% 무이자와 전세 분양 계약 조건 등에 이어 이사 비용 지원 등의 추가 서비스를 내걸었다. 신동아건설도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분양 중인 ‘강동역 신동아파밀리에’에 대해 중도금 60%를 무이자로 하는 동시에 층별로 분양가의 6?20%까지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인천 서창2지구 미분양에 대해 계약 체결 및 3개월 후 각각 계약금 5%를 내면 나머지 분양대금 90%를 입주 시 잔금으로 내도록 했다. 대출 부담이 상당 기간 줄어들어 그만큼 이자 혜택이 커지는 셈이다. 동부건설이 남양주시 도농동에서 분양하고 있는 ‘도농역 센트레빌’은 분기별 일정 생활비를 지원하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내놓았다. 도농역 센트레빌은 계약한 시점부터 내년 9월 입주 때까지 분기마다 230만?80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경기 남양주시 ‘별내 2차 아이파크’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입주 계약을 할 경우 상품권 100만원어치를 주는 행사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삼성물산은 수도권 10개 단지의 래미안 아파트를 처음 구입하는 생애 최초 계약자에게 200만원 상당의 현금 또는 현물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살아보고 계약하세요”

주택 수요자가 향후 집값 하락 등에 대한 우려를 덜도록 몇 년간 살아본 뒤 최종 계약을 결정하도록 하는 방식의 미분양 판촉도 흔해졌다. 두산건설이 일산 서구 탄현동에 지은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분양대금의 22~25%를 납부한 후 3년간 살아보고 계약을 결정하는 ‘신나는 전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3년 후 계약을 해지해도 납부한 금액을 전액 환불해준다. 여기에 연금처럼 매달 최대 170만원을 돌려주고, 3년간 공용 관리비도 대납해준다.

일단 계약한 뒤 나중에 환매할 수 있도록 하는 ‘환매조건부 분양’도 눈길을 끈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일레븐건설은 용인시 성복동 ‘성복 자이 1·2차’(1502가구), ‘성복 힐스테이트’(2157가구)에 대해 ‘스마트 리빙제’를 도입했다. 분양가의 20%인 1억8000만~2억2000만원만 내면 등기를 거쳐 입주한 뒤 2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계약에 발생하는 취득세(2.7%)와 중도금 이자 등은 분양업체가 대준다. 계약자가 살아보고 마음에 들면 최종 계약 때 15% 할인된 분양가의 나머지를 2년 내에 치르면 된다. 계약자가 분양받기를 원치 않으면 분양업체가 주변 시세 등을 감안해 환매를 거쳐 계약자에게 돈을 되돌려준다.

롯데건설도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 롯데캐슬 아르떼’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매입한 지 3년 후 건설사에 되팔 수 있는 ‘리스크 프리제’를 실시하고 있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분양대금의 55%(5억원 내외)를, 전용면적 121㎡는 50%(7억원 내외)를 내고 아파트를 계약한 후(잔금은 대출하도록 주선하고 이자는 롯데건설이 지원) 2년 6개월에서 3년 사이에 위약금 없이 환매할 수 있도록 했다. 재산세·취득세 등은 구매자가 부담한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사장은 “정부가 6월 말까지 시행 중인 ‘취득세 50% 감면’을 연장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취득세 감면 혜택을 보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건설사도 막바지 미분양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눈길 끄는 스킨십 마케팅

요즘 분양 시장에서 대세는 지역 주민을 상대로 한 다양한 ‘스킨십 마케팅’이다.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는 아파트 분양을 받는 대상이 전국에 걸쳤지만 지금은 지역 주민이 가장 큰 잠재 수요자라는 판단에서다.

GS건설은 6월 말 시작하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공덕파크자이’ 분양을 위해 주변 지하철 환승역인 공덕역과 여의도역 앞에서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경의선공원에서 열린 지역 주민 행사에서는 700개의 화분을 나눠주기도 했다.

대우산업개발은 전북 전주시 삼천동 삼천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이안 전주삼천’의 분양을 앞두고 지역 주민에게 봄나물을 나눠주거나 주변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무료 도배를 해주는 등의 활동을 벌였다.

대우건설이 짓는 의정부 민락2지구 ‘민락푸르지오’ 홍보에는 ‘미녀’들이 나서 화제가 됐다. 레이싱 모델을 투입해 ‘민락푸르지오 오픈’이라는 홍보 문구가 새겨진 연두색 원피스를 입혀 의정부 일대를 활보하게 한 것이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주택 시장 침체로 투자 수요가 사라지면서 건설사들이 지역 주민을 타깃으로 삼은 ‘대면 마케팅’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아파트마다 서비스 면적 등 공간을 더 주고, 분양가를 미리 내리는 경쟁도 벌이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6월 말 분양하는 ‘송도 더샵 그린워크 3차’는 주택형에 따라 웬만한 원룸 주택 수준인 49㎡의 서비스 면적을 제공한다. 보통 10㎡ 전후의 서비스 면적을 제공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공간을 쪼개 일부를 임대할 수 있도록 하는 ‘임대형 평면’을 도입하는 곳도 있다. 롯데건설의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용두 롯데캐슬 리치’의 경우 전용면적 114㎡형에 부분 임대형 평면을 선보였다. 면적을 나눠 84㎡에는 집주인이 살고 나머지 30㎡는 별도의 현관과 욕실을 설치한 독립 가구로 지어 임대할 수 있도록 한 것. 삼성물산이 7월에 공급하는 서울 마포구 현석동 ‘래미안 마포 웰스트림’에도 출입구는 물론 주방, 화장실 등을 따로 설치한 수익형 평면을 짓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곳곳에서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혜택을 내걸고 있지만 오랫동안 미분양으로 남은 곳은 입지 등 상품 면에서 문제가 있는 곳이 많다”며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주변 시세와 미래 가치 등을 보고 계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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