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브라질올림픽 금메달 따고 싶어”
  • 안성찬│골프 전문기자 ()
  • 승인 2013.06.1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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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메이저 대회 2회 연속 우승한 박인비

“내친 김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싶네요.”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는 새로운 ‘골프 퀸’을 맞아야 할 것 같다. 신데렐라는 박인비(25·KB금융그룹)다.

세계 여자 프로골프 랭킹 1위인 박인비는 6월10일(한국 시각) 미국 뉴욕 주 피츠퍼드 로커스트힐C.C.(파72·6534야드)에서 열린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총 상금 225만 달러)에서 합계 5언더파 283타를 쳐 카트리나 매튜(44·스코틀랜드)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3번째 홀에서 극적으로 승리했다.

박인비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 이어 연속 메이저 정상에 오른 것이다. 시즌 4승에 LPGA 투어 통산 7승이고, 메이저 대회만 3승이다. 특히 LPGA 투어에서 단일 시즌 내 메이저 대회 연승은 2005년 아니카 소렌스탐(43·스웨덴)이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LPGA 챔피언십을 석권한 이후 8년 만이다.

박인비는 US 여자 오픈,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박세리가 이루지 못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도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올해 남은 브리티시 여자 오픈과 에비앙 마스터스 중 한 대회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박인비가 6월10일(한국 시각) 미국 뉴욕 주 피츠퍼드 로커스트힐 골프장에서 열린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 연합뉴스
최경주 자서전 읽으며 마음 추슬러

이번 우승을 하고 나서 박인비는 “마치 마라톤을 완주한 것 같은 기분이다. 연장전에 간 것은 행운이었고, 우승한 것은 기적이었다. 몸과 마음은 파김치가 됐다”고 당시 힘들었던 심경을 토로했다. 박인비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우승하는, 정말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인비는 지난 4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최종일 전날 어머니 김성자씨와의 통화에서 “우승하면 연못의 물이 넘치도록 세리머니를 펼치겠다”고 한 약속을 지켰다. 부모님 결혼 25주년이 되던 날이었다.

박인비는 1988년생으로 최나연·신지애 등과 함께 전형적인 ‘세리 키즈’다. 박세리(36·KDB금융그룹)가 1998년 US 여자 오픈에서 ‘맨발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을 TV로 바라보며 골프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서현초등학교 4학년 때다. 2001년 주니어 시절 미국으로 건너갔다.

박인비는 2002년 US 여자 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올해의 주니어 선수에 선정되는 등 주목받았다. 미국 주니어골프협회가 주최한 대회에서 통산 9승을 올렸다. 이때부터 체계적인 골프를 하기 위해 고교 시절부터 프로이자 해설가인 백종석 교수(52·미국 캘리포니아경영대학교 골프경영대학)에게 본격적인 골프를 배웠다. 2006년 프로로 전향했고, LPGA 2부 투어인 퓨처스투어 상금 3위를 기록하며 이듬해 LPGA 출전권을 따내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 공동 2위에 올랐다.

2008년 메이저 대회인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하며 ‘박인비’를 미국 그린에 각인시켰다. 그러나 이것이 화근이 될 줄은 박인비도 몰랐다. 나락으로 떨어졌다. “US 여자 오픈 우승 이후 완전히 슬럼프에 빠졌다. 너무 어린 나이(19년 11개월 6일-당시 최연소 우승)에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이 감당이 안 됐다. 부담감이 엄청났다. 샷도 마음대로 안 됐다. 누구에게도 고백한 적이 없는, 처절하게 힘든 시기였다.”

2009년 LPGA 투어에서 7번이나 컷오프를 당했다. 2010년 일본으로 눈을 돌려 4승을 거두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날아가 승수 쌓기에 나섰다.

박인비는 골프가 즐거웠을까. 그는 “사실 이전에는 골프를 잘 몰랐다. 그래서 투어 생활을 좀 더 즐겁게 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골프장과 호텔만 왔다 갔다 하고, 너무 그것에만 매달리다 보니 잘 칠 때도, 못 칠 때도 모든 게 지겨웠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는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 본다. 틈나는 대로 책을 읽는다. 주로 자서전이다. 그는 “쉬는 시간에 최경주 선배님의 자서전을 읽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겸손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난 4월 우승하고 괜히 우쭐했는데, 그 책을 읽고 자세를 추슬렀다”며 “그 책을 본 뒤 텍사스 오픈에서 우승했다”고 말했다. 

그에게도 잊지 못할 일이 있다. 2008년 웨그먼스 챔피언십 최종일. 박인비는 18번 홀에서 시원하게 드라이버를 날렸다. 그런데 아뿔싸, 날아간 볼이 응원해주던 갤러리의 치아에 맞아 부상을 입게 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어서 너무 당황하고 눈앞이 캄캄했다. 그 다음 주에 열린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그분에게 US 우승 기념 플레그에 사인해 전달했다. 무척 기뻐하며 우승을 축하해줘서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US 여자 오픈 기간 중에 스포츠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와 계약했다. 박인비는 메인 스폰서 없이 스릭슨·파나소닉·삼다수 등 많은 기업의 후원을 받았다. 그러다가 KB금융그룹과 스폰서십을 맺었다.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일단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는 것이다. 또 한국 선수 중에는 아직 아무도 획득하지 못한 ‘올해의 선수상’을 받고 싶다. 더 욕심이 있다면 한 해에 그랜드슬램을 이루는 것이다. 2016년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꿈이다.”

박인비만의 독특한 스윙 비결

박인비의 스윙은 조금 독특하다. 정통 스윙은 아니지만 롱런할 수 있는 그만의 스윙임에 틀림없다. 얼핏 보면 백스윙을 하다 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손목 코킹을 덜해주고 어깨를 충분히 돌리기 때문에 스윙 아크는 제대로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도 자신의 스윙에 대해 ‘내 것이 정통 스윙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천천히 클럽을 들어 올려 뒤로 짧게 올라가는 백스윙’ ‘업라이트된 백스윙의 톱 위치’ ‘임팩트 때 목표 방향으로 약간 따라 나가는 머리’ 등이 그의 스윙 특징이다. 박인비는 “이 스윙이 편하다. 복잡한 스윙 메커니즘은 관심 없다. 그냥 편안하게 백스윙을 한다. 클럽헤드가 볼을 때리고 나가는 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자신만의 스윙론을 밝혔다.

2001년부터 3년간 미국 데이비드 레드베터 아카데미에서 지도를 받았다. 2004년부터 US 여자 오픈에서 우승한 2008년까지는 타이거 우즈의 전 스윙 코치인 부치 하먼의 골프 아카데미에서 배웠다. 그런데도 스윙에 자신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백종석 교수와 약혼자인 남기협씨(32·프로골퍼)가 스윙 교정에 도움을 줬다.

임팩트가 이뤄지기 전에 손목이 일찍 풀리는 것과 팔로 스루 때 의식적으로 오른손을 왼손 위로 덮으려고 하는 부자연스러운 동작을 줄였다. 지금은 임팩트 직전까지 손목의 코킹을 잘 유지한다는 느낌으로 임팩트를 하고, 임팩트 이후에도 왼손이 자연스럽게 리드하면서 피니시 자세까지 올라간다고 했다.

박인비는 “사실 몸의 유연성이 떨어져 생기는 현상이다. 하지만 결코 백스윙이 작지는 않다. 어깨를 충분히 돌려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임팩트 때 고개가 조금 따라가는 것은 그렇게 해야 팔로 스루와 체중 이동이 잘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린 주변에서 리커버리 샷을 잘한다. “거리를 내는 비결은 백스윙에서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임팩트 순간 볼에 헤드의 힘이 최대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주의하는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또 “리듬 템포가 일정해서 불필요한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것이 강점이라면, 스윙 중 체중이 오른발에 남아 있을 때 미스 샷이 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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