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자산 10억 넘는 부자 10명 중 7명 수도권에 산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3.06.26 11: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강남 3구’ 거주자가 그중 37.6%…사업·부동산 등으로 재산 일궈

2012년을 기준으로 금융 자산이 10억원을 넘는 부자는 16만3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1년 14만2000명보다 14.8% 늘어난 것이다. 이들 중 70%가량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살고 있다. 수도권 지역 부자 비중은 2011년 69.43%에서 69.87%로 조금 높아졌다. 이 중에서도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47.95%에서 48.0%로 약간 상승했다. 부의 수도권 편중, 서울 집중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에서는 강남·서초·송파구가 부자 동네임이 입증됐다. 이들 3구의 부자 비중은 2009년 39.2%, 2011년 37.8%, 2012년 37.6%다.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서울에 25개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강남에 부자가 많이 산다’는 게 입증된 셈이다. 이러한 사실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작성한 ‘2013 한국 부자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 일러스트 김세중
부자들의 총자산 ‘중앙값’은 42억원이었다. 중앙값이란 평균과는 다른 뜻이다. 이는 16만3000명을 자산 규모대에 따라 한 줄로 세웠을 때 그 가운데인 8만1500번째에 서 있는 사람의 자산 규모를 뜻한다. 부자 순위에서 상위권으로 갈수록 자산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뛰는 만큼 이를 모두 더해 사람 수로 나눈 평균값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평균 대신 중앙값을 구한 것이다.

사업·부동산·증여·상속이 부의 비결

이들은 어떻게 부자가 됐을까. 사업체 운영(35.3%)과 부동산 투자(32.2%), 부모의 증여·상속(20.2%)이 부자가 되는 3대 비결이었다.

이를 연령대(40대 이하, 50대, 60대 이상)로 나눠보면 돈을 모으는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40대 이하에서는 물려받은 재산과 부동산 투자가 큰 몫을 했다. 60대 이상에서는 부동산 투자로 번 돈이 사업체 운영으로 번 것보다 큰 몫을 했다. 특히 고액 자산가일수록 부동산 투자가 부 축적의 원천이었다. 30억원 미만을 가진 자산가 중 부동산 투자가 자산 축적 방법 1순위인 비율은 24.4%였다. 반면 200억원 이상의 부자들은 부동산 투자를 1순위로 꼽은 비율이 70.3%에 달했다. 돈이 많을수록 부동산을 선호하고, 이를 통해 부자가 됐음을 보여준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이사는 “상담 고객 중 금융 자산 1억~2억원을 가진 사람은 많다. 하지만 자기가 번 돈으로 금융 자산 10억원을 갖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10명 중 한두 명 정도다. 큰 부자는 대부분 물려받은 재산으로 부를 일궜다”고 말했다. 송 이사에 따르면 10억원 정도의 금융 자산이 있는 경우 집을 갖고 있는 것은 기본이고,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도 보유하고 있다.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의 생각도 비슷했다. “자기가 번 돈으로 10억원 이상의 금융 자산을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의사·변호사 등 특수 직군 중에서도 아주 잘나가는 사람만 가능하다. 대개는 부동산 투자를 잘했거나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이다.”

10억 이상 자산가 72% “난 부자 아니다”

가진 사람이 더한다는 말이 있다. 10억원을 가진 사람은 50억원을 목표로 하고, 50억원을 가진 사람은 100억원 자산가를 꿈꾼다. 이번 조사에서도 이는 잘 나타난다.

부자 자산의 중앙값인 42억원을 갖고 있는 자산가가 목표로 하는 자산의 중앙값은 80억원이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사업체 운영’(41.9%)과 ‘부동산 투자’(40.1%)였다.

금융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부자들이 금융 투자를 재산 증식 방법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60대 이상에서 목표 자산 축적 방법으로 부동산을 꼽는 비율(51.6%)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나이가 많을수록 ‘돈은 땅에 묻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스스로를 부자로 여기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10억원 이상 금융 자산가 중 72%는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총자산이 50억~100억원인 사람들 중에서도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62.1%는 ‘최소 100억원의 자산을 가져야 부자’라고 답했다.

개인별 총자산 구성 비율을 보면 부동산 자산 55.4%, 금융 자산 38.0%, 기타 자산(예술품·회원권 등)이 6.6%다. 부동산 자산이 지난해 조사 때보다는 줄었지만 아직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금융 자산을 10억원 이상 갖고 있는 사람은 그보다 많은 부동산 자산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동산 자산 비중 하락은 1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초고자산가층에서 두드러졌다. 이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2012년 조사에서는 78.3%였는데, 올해는 72.5%로 낮아졌다. 반면 금융 자산 비중은 18.4%에서 24.0%로 높아졌다. 반면 50억~100억원대 부자들은 부동산 자산 비중이 지난해 49.2%에서 올해 50.2%로 소폭 상승했다. 이는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라 슈퍼 부자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 가치가 그만큼 낮아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여전히 부동산은 이들에게 투자 1순위이다. 가장 대표적인 투자용 부동산은 상가(62.4%)이고, 다음은 아파트(39.3%), 오피스텔(39.1%) 순이었다. 이들이 투자용 부동산에서 얻는 연평균 수익률은 6.3%이고, 향후 기대 수익률은 평균 9.1%다.

이관석 팀장은 “부자들은 대개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라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크다.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지금도 미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송승용 이사는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여전하지만 부동산 직접 투자에 대한 리스크와 관리의 번거로움 때문에 부동산 펀드 등 간접 투자 방식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도 요즘 트렌드”라고 소개했다.

이를 반영하듯 자산 관리에서 한국 부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부동산 투자 정보’(32.5%)로 나타났다. 다음은 ‘현재 운영하는 사업체의 가업 승계’(13.2%), ‘금융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11.2%), ‘근로·사업·금융 소득의 절세 정보’(10.3%) 순이었다. 부자가 더 큰 부자로 올라설 수 있는 ‘사다리’로 부동산 투자를 선호하고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향후 부동산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현재와 비슷’(45.0%) 또는 ‘조금 좋아질 것’(42.3%)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들이 유망한 투자처로 보는 부동산은 상가(28.5%), 토지·임야(25.4%), 오피스텔(19.1%) 순이었다. 한때 최고의 투기 대상이던 아파트(6.8%)는 오피스 빌딩(8.6%)보다 투자 대상으로서의 매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후 적정 생활비는 월 670만원”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돈이 많고 나이가 많을수록 투자 성향이 보수적으로 바뀐다. 한국의 부자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안정형+안정 추구형’이 63.8%로 가장 높았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안정적 투자 성향 중에서 원금 손실 위험을 전혀 감수하지 않으려는 ‘안정형’은 전년에 비해 더 줄어든 반면, 손실 위험은 최소화하면서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안정 추구형’은 11.1% 늘어났다는 것이다. 안정형이 적정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하기 때문에 적어도 은행 이자 이상은 얻을 수 있는 투자를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향후 금융 투자 시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안전성’(39.0%)과 ‘수익성’(34.4%)을 꼽았다. 반면 일반인에서는 안전성(75.9%)이 수익성(12.2%)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부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대목은 자산가일수록 스스로에 대해 ‘금융 상품 및 투자 관련 지식 수준이 높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50.0%가 스스로의 금융 지식에 대해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자산 규모별로 살펴보면 30억원 미만 자산가 중 46.1%가 자신의 금융 지식 수준을 ‘높다’고 생각했다. 30억~50억원 자산가는 54.5%, 50억원 이상 자산가는 67.1%가 자신의 금융 지식 수준이 ‘높다’고 답했다.

부자들은 은퇴 후 ‘적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월생활비’는 673만원(연 8079만원)이라고 답했다. 이는 일반인의 월평균 적정 생활비 194만원보다 약 3.5배 높은 수준이다. 부자 가구의 연평균 소득 4억2000만원 중 근로소득을 뺀 ‘부동산·이자·배당소득’과 기타 소득의 합이 연 1억90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부자들은 근로소득이 없어도 ‘적정 생활비’ 조달이 충분히 가능하다.

부동산 활용과 직·간접 투자는 일반인과 부자가 달랐다. 부자는 노후 준비를 위해 여전히 부동산(66.4%)을 가장 큰 수단으로 활용하고, 직·간접 투자(31.6%)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반인의 경우 공적 연금이나 사적 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컸고, 부동산(18.9%)은 예·적금보다 활용도가 낮았다. 직·간접 투자(0.7%)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부자들이 가장 즐기는 스포츠는 ‘골프’ 


한국 부자들의 관심사는 여전히 자녀 교육(25.2%)이나 자녀 결혼(15.6%) 등 ‘가족의 번성’이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있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이들은 ‘경제생활에 대한 관심’(사업 및 노후 준비)이 2011년 32.7%, 2012년 29.3%, 2013년 21.5% 등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대신 ‘자기계발’ 등 가족보다는 ‘나’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의 크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항목은 여가 활동의 패턴이다. 부자들은 골프·헬스·등산 등 돈과 시간이 모두 필요한 적극 참여형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비율이 56.2%였다. 일반인은 TV 시청과 산책 등 ‘휴식 활동’(59.3%)으로 여가 시간을 보내는 편이었다.

부자들이 가장 즐기는 스포츠는 역시 골프(73.9%, 복수 응답 기준)였다.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참여율이 매우 높았다. 이에 반해 일반인은 참여율 상위 10위 스포츠 안에 골프가 들어 있지 않았다. 부자는 1년 동안 국내 여행을 11.5회 다니는 데 비해 일반인은 3.65회에 그쳐 부자가 일반인보다 3배 정도 국내 여행을 더 다녔다. 해외여행에서는 그 차이가 더 벌어졌다. 부자가 1년에 2.55회 해외여행을 나가는 데 비해 일반인은 0.14회에 그쳐 18배나 차이가 났다.

문화예술 관람 행태를 보면 영화를 제외한 다른 예술 장르에서는 부자나 일반인이나 선진국과 차이가 났다. 영화 관람에서는 2011년 북미 지역의 1인당 영화 관람 횟수가 5.8회(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였고 국내 부자는 연 4.1회, 일반인은 연 3.6회로 큰 차이가 없었다.

부자들은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비전으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35.5%)을 꼽았고, 그다음은 ‘사회 복지 국가’(21.1%)였다. 부자들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에 대해서 과반이 넘는 60.1%가 ‘복지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제공되어야 한다’는 ‘선택적 복지’를 지지했다.

한국의 부자 중 기부 경험자의 1년 평균 기부 금액은 1324만원(중앙값은 600만원)이다. 이는 일반인 기부 경험자의 17만원보다 훨씬 큰 금액이다. 이들 기부 중 종교단체 기부 경험자의 기부 금액이 1182만원에 달하는 등 대부분 종교단체에 몰렸다.

‘한국 사회가 공정하다’고 믿는 비율은 일반인보다 부자층에서 더 높았다. 이들은 교육 기회나 취업 기회, 사법·경찰 등이 공정하다는 항목에 평균적으로 30% 이상의 지지를 보냈다. 다만 부자들은 조세 정책이 공정하다고 믿는 비율이 20.2%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일반인들의 경우 취업 기회, 사법·경찰, 언론, 조세가 공정하다고 믿는 비율이 10%를 밑돌았지만 교육 기회가 공정하다고 믿는 비율은 21.6%로 그나마 높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