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홈런 향해 다시 뛰는 ‘라이언 킹’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3.06.2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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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개인 통산 최다 홈런 이승엽

올 시즌 이승엽(삼성)이 때린 홈런은 7개(6월20일 기준)로 이 부문 공동 10위다. 홈런 1위 최정(SK)과는 9개 차. 현재 흐름대로라면 이승엽은 홈런왕은 고사하고, 20홈런을 치기도 힘들다. 하지만 야구계와 팬들은 이승엽의 홈런에 열광하고 있다. 그가 통산 352홈런을 치며 한국 프로야구 개인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전 메이저리그 투수 프리츠 오스터뮐러는 “홈런 타자는 캐딜락을 몰고, 평범한 타자는 포드를 몬다”는 말로 홈런의 가치를 평가했다. 당연히 팬들도 지루한 투수전보다는 홈런에 열광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홈런 타자는 배리 본즈다. 그는 빅리그 통산 홈런 1위에 올라 있다. 통산 홈런 수는 762개. 약물 스캔들에 휘말려 등 떠밀리듯 야구판을 떠나지 않았다면 통산 800홈런 달성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본즈를 진정한 홈런왕으로 꼽는 이는 드물다. 약물의 힘을 빌려 홈런을 쳤다는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 연합뉴스
행크 에런 755개, 왕정치 868개

미국 야구계가 꼽는 순도 100%의 통산 홈런왕은 행크 에런이다. 1954년부터 1976년까지 밀워키와 애틀랜타에서 활약한 에런은 통산 755개의 홈런을 쳤다. 시즌당 33개의 홈런을 23년 동안 꾸준히 쳐야만 달성할 수 있는 대기록이다.

사실 에런은 통산 홈런왕이지만, 한 시즌 50홈런 이상을 친 적이 한 번도 없다. 1971년 기록한 47홈런이 시즌 최고 기록이다. 베이브 루스가 50홈런 이상을 4번이나 기록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참고로 루스는 1927년 시즌 60홈런을 쳤다. 하지만 꾸준함에선 에런이 한 수 위였다. 에런은 1955년부터 1974년까지 20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했고, 1957년부터 1963년까진 7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쳐냈다. 루스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미국에 에런이 있다면 일본엔 오 사다하루(왕정치)가 있다. 중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는 1959년 요미우리에 입단한 이후 1980년 은퇴할 때까지 통산 868개의 홈런을 쳤다. 에런보다 1년 더 현역으로 뛰고도 무려 113개의 홈런을 더 쳐낸 셈이다. 시즌당 홈런 수도 에런보다 6개 이상이 많은 39.4개였다.

오는 루스의 화려함과 에런의 꾸준함을 동시에 겸비한 홈런왕이었다. 한 시즌 50홈런 이상을 3번이나 기록했고, 1964년엔 55홈런을 쳐내며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여기다 1963년부터 1970년까지 8년 연속 40홈런 이상, 19년 연속 30홈런 이상이라는 전무후무한 홈런 행진을 벌였다. 그가 보유한 통산 868홈런은 한국계 일본인 투수 가네다 마사이치(한국명 김경홍)의 통산 400승과 함께 일본 프로야구에서 영원히 깨지기 어려운 대기록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홈런왕은 누굴까. 단연 이승엽이다. 1995년 삼성에 입단한 이승엽은 그해 13홈런을 치며 두각을 나타냈다. 1996년 9홈런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1997년 32홈런으로 홈런왕에 오른 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이승엽은 에런보다는 오에 가까운 홈런왕이다. 어떤 면에서는 오를 능가했다. 그만큼 화려함과 꾸준함 그리고 천재성을 겸비한 타자였다. 먼저 꾸준함이다. 이승엽은 1997년부터 2003년까지 7년 연속 32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한 시즌 50홈런 이상이 2번, 40홈런 이상은 3번 쳤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유일하다.

다음은 화려함이다. 1999년 그가 기록한 54홈런은 난공불락으로 꼽히던 한 시즌 50홈런을 돌파한 대기록이었다. 특히나 2003년 달성한 56홈런은 오의 기록을 뛰어넘는 한 시즌 최다 홈런 아시아 신기록으로, 일본에서조차 이승엽의 대기록에 찬사를 보냈다.

마지막은 천재성이다. 이승엽은 각종 최연소 홈런 기록을 달성한 천재 타자다. 1995년 5월2일 광주 해태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기록한 이후 1999년 100홈런(최연소 22세8개월17일), 2001년 200홈런(최연소 24세10개월3일), 2003년 300홈런(최연소 26세10개월4일) 등 홈런을 칠 때마다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나 300홈런은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연소 기록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크게 소개됐을 정도다.

6월2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이승엽은 3회 초 SK 선발 윤희상의 공을 받아쳐 3점 홈런을 기록했다. 시즌 7호이자, 개인 통산 352호째 홈런이다. 하지만 이 홈런이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왜냐? 양준혁(SBS 해설위원)이 보유한 개인 통산 최다 홈런 351개를 뛰어넘는 새로운 기록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승엽의 352홈런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양준혁이 18시즌 만에 달성한 기록을 단 11시즌 만에 깨긴 했지만, 만약 그가 일본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진작 달성했을 기록이다.

실제로 이승엽은 2003년까지 9년 동안 324개의 홈런을 쳤다. 시즌당 36개의 홈런으로 오 사다하루보다는 3.4개 적지만 에런보다는 3개가 많다. 당시 흐름을 계속 이어갔다면 이승엽은 2011년에 이미 612개의 홈런을 쳤을 것이다. 무엇보다 2003년 56홈런 이후 이승엽의 기량이 절정일 때라, 최대 650홈런까지 가능했으리라는 게 야구계의 중평이다. 단순히 612개와 지난해 그가 기록한 21홈런, 올 시즌 7홈런을 더해도 통산 홈런은 640개나 된다.

만약 그랬다면 이승엽의 홈런은 메이저리그 통산 순위를 따졌을 때 알렉스 로드리게스(양키스)에 이어 역대 6위, 일본 프로야구에선 노무라 가쓰야의 657개에 이어 통산 3위에 해당하는 최상위 기록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승엽은 2004년 일본 프로팀 지바롯데 마린스에 입단하고서 8년 동안 일본에서 뛰었다. 그 바람에 이승엽의 통산 홈런은 2012년 삼성으로 돌아올 때까지 ‘324’에서 멈춰버렸다.

그렇다면 일본 프로야구에서 기록한 홈런을 추가하면 어떨까. 이승엽은 지바롯데·요미우리·오릭스 세 팀에서 뛰며 8년간 159홈런을 기록했다. 한·일 통산 홈런을 합치면 511개다. 가상의 통산 홈런이 아닌 한일 통산 홈런만으로 살펴본다면 메이저리그에선 멜 오트와 함께 공동 23위, 일본 프로야구에선 단독 6위에 해당하는 뛰어난 기록이다.

이승엽은 올해 37세다. 프로 18년 차다. 현 추세라면 40세까지 현역으로 뛸 가능성이 크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앞으로 이승엽은 적어도 50, 많으면 70홈런을 더 칠 수 있을 것”이라며 “야구계는 이승엽이 통산 600홈런을 달성하고 화려하게 은퇴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언 킹’ 이승엽이 통산 600홈런을 치는 날. 한국 프로야구는 에런과 오가 부럽지 않은 최고의 홈런왕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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