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얼굴에 왜 자꾸 칼을 들이대죠?
  • 조철·노진섭 기자·최혜미 인턴기자 ()
  • 승인 2013.07.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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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청소년 성형 중독 심각…여름방학 맞아 수술 예약 줄 이어

서울 강남은 성형 천국이다. 거리 곳곳에는 성형외과 간판이 즐비하다. 예뻐지고 싶은 여성들에게 ‘어서 오라’며 손짓한다. 요즘 강남의 성형외과에는 중고등학생들이 북적인다. 7월 중순 방학이 시작되면 성형외과는 말 그대로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는 상담이나 수술 날짜를 잡으려는 학생들이 눈치작전까지 벌일 정도다.

한 성형외과 의원 상담실장은 “여름방학에는 중고생들의 상담 건수가 증가해 업무가 두 배가 된다. 시술 건수도 마찬가지다. 겨울방학 때는 여기에 또 두 배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10대가 많다는 뜻이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어느 날 여중 3학년생이 찾아와 ‘돈을 준비했으니 부모 동의 없이도 눈과 코를 수술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잘 타일러 보냈는데, 다른 병원에서 덥석 받아주지 않았을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 여중생이 원하는 성형을 하려면 10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간다. 이 돈은 어떻게 구했을까. 성형외과 전문의는 “원조교제가 의심된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 일러스트 김성재
강남 유명 성형외과, 방학 때면 학생들로 붐벼

요즘 부유층 가운데는 자녀가 보채서 성형외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쌍꺼풀 액’을 몰래 넣고는 눈이 충혈된 아이의 손을 잡고 성형외과를 찾기도 한다. 한때 서울 강남 지역 주부들 사이에 ‘성형계’라는 것이 유행했는데, 자신뿐 아니라 자녀들의 수술비 마련을 위한 방편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아이돌’로 불리는 10대 연예인들이 판치는 세상이다. 연예인 지망생 100만명 시대라는 말도 있다. 이에 편승해 중고생 성형수술도 크게 늘어났다. 정성일 탑성형외과 원장은 “부모가 아닌 연예기획사 직원과 함께 상담하러 오는 청소년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의 말을 듣고 한 연예계 관계자에게 문의했더니 “특정 성형외과를 정해두고 10대 연예인 지망생에게 성형수술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에 오디션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청소년들에게 성형은 미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가 됐다. 또래 연예인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청소년들이 외모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성형수술로 예뻐진 외모를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연예인이 TV에 등장하면 그 파급력은 엄청나다. 그래서 부모 몰래 성형외과를 찾는 학생이 늘어났다. 정 원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술로 잘못 알려져 있고, 학생들 사이에 경쟁적으로 하려는 분위기도 있다. 청소년들은 대중심리에 쉽게 휩쓸리는데, 성형해서 예뻐진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나만 안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불안해하는 심리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26일 저녁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찾은 여고생은 “친구가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 신경이 많이 쓰인다. 나도 쌍꺼풀이 잘된 친구를 따라 상담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그 학생에게 성형수술의 부작용에 대해 물었더니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주위에 다 잘된 사례밖에 없다는 것이다. 요즘 10대들 중 일부는 성인이 되기 전에 자신이 해야 할 수술 계획을 짜기도 한다. 부작용 사례를 올리는 사이트도 있지만 10대들은 잘된 시술 후기를 찾는 데 몰입하고, 성형 견적을 짜주는 사이트를 마지막으로 방문한다.

기자는 청소년의 성형 중독이 얼마나 심각하고 무서운지 실제 사례를 찾아봤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여고 3학년 이 아무개양(18)을 만날 수 있었다. 이양 주변에는 서울 강남에서 성형수술을 받고 예뻐졌다는 친구가 많다고 한다.

다들 연예인 뺨치는 외모들이어서 이양까지 ‘미녀 4인방’으로 불렸다. 다른 친구들은 부모가 돈을 잘 벌어서 부유층에 속했다. 학생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씀씀이도 헤프고, 수백만 원짜리 성형수술은 기본처럼 말하는 친구들이었다. 친구들이 최근 유행하는 앞트임, 뒤트임, 이마 필러 주입 등을 시술받았다고 자랑할 때면 이양도 성형 충동이 느껴졌다.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친구가 했다는 성형외과를 찾아가 광대뼈 수술 등을 상담받았다. 중학교 때 이미 다 자라버려 키가 170cm가 넘는 이양은 성장이 멈춰 뼈 수술을 해도 된다는 성형외과 전문의의 말을 믿었다.

이양은 결국 부모를 졸라 안면 윤곽 수술, 즉 광대뼈, V라인 T절골, 사각턱 수술을 한꺼번에 받았다. 하지만 수술 직후 이상이 생겼다. 수술 부위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한 달 동안 쭉 갔다. 그 이후로도 여러 가지 후유증에 시달리며 성형외과를 들락거리며 치료를 받았다. 이양은 성형수술 후 지금까지 1년 4개월 동안 남모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충동적으로 성형외과를 찾아간 것을 후회하지만 때는 늦었다. “그때는 돈이 남아돌았는지, 아니면 정신이 나가버렸던 건지 귀신에 홀린 듯 성형수술을 받았다.”

청소년 미래 파괴하는 ‘성형 부작용’

성형 중독과 수술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10대는 이양뿐만이 아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고등학교 1학년생인 김 아무개양(16)도 마찬가지였다. 김양은 지난해 겨울방학을 이용해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코 수술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코가 낮아 중학교 시절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고 성격도 내성적인 데다 친구가 별로 없었다. 이런 사실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김양 부모는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에 코 수술을 해주려고 마음먹었다.

김양 어머니는 ‘착한 가격에 끝까지 책임지는 성형외과’라는 광고 문구에 이끌렸다. 성형외과 전문의라면 다 괜찮을 줄 알고 상담도 했다. 병원 실장이라는 사람은 “문제가 발생하면 끝까지 책임지며 3억원짜리 책임 배상보험에도 가입했다. 이런 성형외과는 별로 없다”며 성형을 유도했다. 부작용이 생겨 소송하게 되면 자기네가 변호사 비용까지 책임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양 어머니는 다른 의원에서 ‘고3 이후’에 오라는 말을 무시하고 ‘책임’을 강조하는 실장의 말에 솔깃했다. 김양은 이곳에서 코 높이기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결과가 좋지 않았다. 코에 흉터 자국도 생기고 절개한 자리가 파여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실리콘은 코에 밀착되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병원에 가서 따졌더니 실장은 “아이의 이마가 꺼져서 코에 넣은 실리콘이 튀어나와 보이는 것이다. 이마에 필러를 넣어라”며 오히려 추가 수술을 권유했다.

부모가 성형수술의 허와 실 잘 파악해야

김양 어머니는 “성형 중독이 본인의 책임만 있는 줄 알았는데 성형외과가 성형 중독이 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수술이 잘못됐으니 수술 비용만이라도 돌려달라고 했더니 실장은 “그 의사는 그만뒀다. 소송을 하려면 그 의사를 찾아가서 소송하라”고 큰소리를 쳤다. 상호, 위치, 실장, 원장까지 똑같은데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가 바뀌었다고 그에게 가서 따지라는 것이다.

김양은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코에 테이프를 붙이지 않으면 외출하지 못할 정도이고, 이를 바라보는 부모는 이래저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여건이 된다면 이마에 필러도 넣어주고, 눈도 키워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털어놨다. 아이들이 성형 중독에 이르기까지 책임은 어른에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10대들이 많이 하는 것이 쌍꺼풀 수술이라고 해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 수술에 만족했다고 맘 놓고 다른 수술에 도전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성형수술 부작용 환자들의 소송을 많이 진행하고 있는 박태원법률사무소의 박태원 변호사는 “성형수술 피해자 중에는 쌍꺼풀 수술을 하다가 ‘실장’ 또는 ‘코디네이터’라고 불리는 상담자가 코 수술을 해보라고 유혹하면 거기에 빠져 잘못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쌍꺼풀 수술을 하면서 앞트임·뒤트임 같은 수술을 병행하기도 한다. 10대에 하지 않더라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쌍꺼풀 수술을 한 얼굴에 변화가 오기 때문에 재수술을 하거나 균형을 맞춘다며 코 수술까지 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홍정근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홍보이사(메트로성형외과 원장)는 “다른 병원에서 잘못돼 찾아오는 환자가 종종 있는데, 이들은 모두 사전에 의사로부터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지 않은 경우다. 보통 코디네이터의 말에 현혹돼 의사의 설명이 있었어도 흘려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천적 기형 등 정말 필요한 경우를 빼고는 청소년 시기에 성형수술을 하면 성인이 돼 후회하거나 재수술을 하는 일이 많다. 홍 이사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아가 성숙되지 못한 시기에 수술이 이뤄지면 신체 발육에 장애를 초래하거나 성형수술 결과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과 수술 후 관리에 대한 안이함으로 인해 부작용이 생길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 등에 올라 있는 시술 후기 등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시술 후기 중 순수한 정보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다수가 성형외과에서 올린 성공 사례들이다. 최근 쌍꺼풀 수술에 실패해 우울증을 앓던 여성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이런 내용은 많은 성공 사례들 속에서 묻혀버린다는 것이다.

청소년이라고 해서 성형 중독에서 예외가 되지 않는다. 고치지 않아도 되는 곳을 한 번이라도 수술한 사람이라면, 어느새 이곳저곳 건드려보고 싶은 욕망이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이 성형 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거나 인정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은 “‘여기만 수술하면 더 괜찮을 텐데’라며 쉽게 생각하다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 중독의 대표적인 특징이 자신은 절제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예쁘고 멀쩡한데 유독 자신만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성형수술 전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성형수술로 장사하는 이들 조심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과도한 성형수술도 일종의 정신적 문제로 본다. 내성과 금단이라는 중독의 두 가지 특징이 성형 중독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외모가 멀쩡한데도 코가 비뚤어졌고 얼굴이 비대칭이라며 수술을 요구하는 게 대표적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이러한 증상을 정신장애의 일종인 신체추형장애로 분류한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지나친 성형은 인공적으로 변해가는 외형과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우울·불안·대인기피·불면 같은 증상을 유발하고 심하면 강박증·인격장애·불안장애·우울증 등 정신적 장애가 생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요즘 성형수술을 하고 싶어 하는 자녀 문제로 집안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걱정된다면 무조건 말리기보다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녀가 떼를 쓴다면 자녀와 함께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 바쁘다는 이유로 자녀 혼자 혹은 또래 친구들끼리만 성형외과에 상담하러 보내놓고 병원이나 수술을 결정하게 하는 것은 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다.

인터넷 카페나 각종 광고를 통해 수술비가 저렴하거나 수술을 잘한다는 소문만 듣고 병원을 찾아가서는 안 된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성형수술을 쇼핑처럼 생각하다간 결국 성형수술로 장사를 하려는 이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성형’ 간판만 보고 병원 고르면 낭패본다 


의료 환경이 열악해짐에 따라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항목인 필러·보톡스 등 미용 시술을 하는 곳이 기하급수로 증가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월 건강보험공단 등록 의원 수는 3만2000여 곳이다. 이 중 성형외과 전문의 의원 수는 977곳이다. 비전문의가 성형외과를 진료과목으로 개설한 곳은 이것의 세 배수로 추산했다. 보톡스를 취급하는 의원 자료로 추산하면 미용 시술을 시행하는 곳은 9000여 곳으로 파악됐다.

성형외과 전문의와 비전문의를 구별하는 법은 쉬운데도 보통의 경우 성형외과라고 쓰인 간판만 보고 병원을 찾는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병원 이름을 확인하면 전문의와 비전문의를 구별해낼 수 있다. ‘○○성형외과 의원’이라고 쓴 의원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곳이다. ‘○○의원 진료과목 성형외과’라고 쓴 의원은 성형외과가 아닌 다른 과목의 전문의가 운영한다.

문제는 이런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비전문의 의사들은 상업적 목적이 강해 나이에 따른 수술 부작용을 설명하기보다는 특가 이벤트 등을 내세우는 등 가능하면 수술을 많이 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서일범 그랜드성형외과 원장은 “저렴한 성형수술 비용에 현혹돼 비의료인에게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용을 적게 들이려 검증되지 않은 재료와 기법으로 수술하게 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낳아 정신적인 피해까지 입을 수 있다. 비의료인에 의한 시술이나 불법 시술을 받고 부작용이 발생하면 반드시 전문 병원을 찾아 전문의 상담을 통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쌍꺼풀 수술 자신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적합하지 않은 수술법을 적용했을 때 쌍꺼풀이 풀리거나, 라인이 두툼해져 소시지처럼 퉁퉁해지거나 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무작정 유행을 따르거나 특정 인물의 얼굴과 같아지기 위해 성형을 하면 부자연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사람마다 얼굴이 달라 적합한 수술도 다르다. 따라서 자기 얼굴의 개성을 살리면서 좀 더 좋은 방향과 모습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코 수술 코는 얼굴 중심에 있는 데다 입체감이 있어서 작은 변화로 얼굴 전체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 코 수술이 많은 만큼 부작용도 많다. 주로 코는 높이나 모양이 불만족스러운 경우, 염증이나 흉터가 생겨 코가 짧아지거나 콧구멍이 비대칭으로 찌그러진 경우, 보형물이 비쳐 보이거나 휘어 보이는 경우, 숨쉬기가 불편하고 코 기둥이 무너진 경우가 많다.

안면 윤곽 수술 양악 수술은 치아 교정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사람에게 필요한 수술이다. 양악 수술은 뼈 외에도 피부와 피하조직, 근육, 치아의 조합까지 고려해야 하는 데다 얼굴의 복잡한 혈관과 신경까지 감안해야 한다. 신경을 다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광대뼈 축소술이나 사각턱 수술도 쉽게 생각하는데, 골격 성장이 멈췄는지 알아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양악 수술과 함께 유행처럼 번지는 것 같지만 청소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뼈를 자르는 수술은 성장에 제한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뼈가 커질 시기에 이런 수술을 하면 뼈의 성장이 멈추거나 뼈가 비대칭으로 자라 성인이 되면 비대칭 얼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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