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자는 고정금리로 갈아타라
  • 안동현│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 승인 2013.07.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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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쇼크’ 이후 자산 관리, 위험 자산 비중 낮춰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가 동면 중이던 ‘곰’(약세장)을 깨웠다. 곰의 횡포는 글로벌 금융 시장 곳곳을 유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중국의 신용 경색 우려까지 불거져 그 피해가 더 커졌다. 버냉키 발언이 어떤 의미를 갖기에 이런 파장이 일어났는가. 향후 일반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버냉키는 6월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미팅 후 기자회견에서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된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의 발언 내용을 들어보자. “미국 경제가 연준 전망대로 간다면 FOMC는 하반기 중 자산 매입 규모 축소를 검토할 것이며 그 이후에도 경제 전망과 부합한다면 자산 매입은 내년 중반쯤 중단될 것이다.” “자산 매입이 종료되는 시점까지도 실업률은 7% 근처에 머물러 있을 것이며 실업률이 6.5%까지 하락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

지난 6월19일 연내 ‘출구 전략’ 시행을 강하게 예고한 벤 버냉키 연준 의장. ⓒ 연합뉴스·AP연합
안전 자산인 채권과 금, 이제는 기피 대상

사실 버냉키가 시장에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미국의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다. 연준 실무진이 FOMC에 내놓은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는 올해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2.3~2.6%로 상한선을 약간 하향 조정한 반면, 내년 전망치는 성장률을 3.0~3.5%로 상향 조정했다. 실업률은 6.5~6.8%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3% 내외로 볼 때 내년에는 거의 이 수준을 회복한다는 전망이며, 이에 따라 올해 말부터 양적완화라는 가속 페달을 밟는 강도를 낮추고 내년 중반쯤 되면 발을 떼겠다는 것이다. 양적완화 출구 전략은 브레이크를 밟는 것에 비견될 수 있는데, 이는 실업률이 6.5% 이하가 되는 2015년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본다. 정리하면 성장률과 실업률 두 지표를 통해 양적완화 ‘축소’와 ‘출구’ 조건을 이원화하고 그 사이에 충분한 간격을 두겠다는 내용이다.

시장이 이 발언에 격하게 반응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시장의 처지에서는 버냉키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 내용이 너무 단정적이다. 금융계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전임 연준 의장 그린스펀은 1987년 “내 말이 지나치게 명확하면 오해하기 쉬울 것”이라며 모호하지만 무거운 어법을 사용했다. 단정적인 발언을 할 경우 먼저의 발언을 뒤집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중앙은행의 신뢰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출구 전략에 대해 그린스펀은 이러한 화법을 철저히 고집했다. 이런 그린스펀식 화법에 익숙한 시장에게 버냉키의 명확한 로드맵 제시는 충격이다.

둘째, 버냉키의 발언 내용은 말을 바꿨다는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시장에서는 실업률 6.5%를 양적완화 ‘축소’의 조건으로 해석해왔기 때문에 내년 중반 이후에나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이번 발언에 따르면 실업률 6.5%는 양적완화 축소가 아닌 ‘출구’ 조건임이 밝혀진 데다 실업률 7%마저도 축소 조건이 아니라 축소 완료 시점에 대한 수치다. 이에 따라 양적완화 축소가 최소 6개월 이상 앞당겨진 셈이다.

물론 시장의 신경질적 반응은 경기 침체 후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흔히 보였던 현상이다. 자산 가격은 유동성과 경제 성장 두 가지 연료를 필요로 한다. 인체에 비유하면 유동성은 일종의 처방약이며 경제 성장이란 백혈구와 같다. 유동성 흡수는 어느 정도 병증이 다스려졌으니 투약 빈도를 줄이고 스스로 회복하길 기다린다는 것인데 투약 중단 시 일시적으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에는 병증이 깊다 보니 투약 강도가 유례없이 높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양적완화로만 2조3000억 달러, 다른 것까지 합하면 3조 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이 천문학적 자금이 회수될 때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퇴각의 나팔은 울렸는데 퇴각 경로가 명확치 않은 것이다.

주가 하락 시 단기 지수형 ELS 고려할 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작금의 자산 가격 폭락은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양적완화 축소, 더 나아가 출구 전략이 본격화될 경우 변동성은 다시 증폭될 것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피난처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통적 안전자산이던 채권이나 금은 더는 안전자산이 아니며 오히려 기피해야 할 투자 대상이다.

특히 향후 2년 동안 채권 시장에 대한 전망은 암울하다. 양적완화 자체가 채권 매입을 동반하기 때문에 출구가 시행되는 내후년에는 2조 달러가 넘는 엄청난 물량의 미국 국채와 주택담보부 채권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더욱이 과거 중국과 같이 이를 받아줄 뚜렷한 주체가 없다. 특히 연준의 매입이 집중된 장기채가 더 취약하다. 이미 미국 국채 10년물은 5월 말 대비 100bp가 폭등했다. 채권은 다른 자산에 비해 동조화 현상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채권 금리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미 70bp가 상승해 3% 정도인 3년물 국고채 금리는 내년 4.5% 언저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변동금리 대출자는 채권 금리가 일시적으로 안정될 때 고정금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주식은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크지만 장기 투자자는 저점 매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특히 미국 주식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인데 굳이 최근 회자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채권 자금이 주식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양적완화 축소 및 출구가 시행된다는 것은 미국 경제 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특히 출구가 시행될 경우 해외에 풀린 달러를 회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로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몇몇 증권사가 상장 준비 중인 미국 상장지수 펀드(ETF)도 고려할 만하다. 우리나라 증시 역시 경기 부진으로 미국만큼 상승할 가능성은 없지만 채권에 비해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며 보수적인 투자자는 주가 하락 시 단기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을 고려할 수 있다.

독일을 포함한 북유럽 쪽 자산은 견조함을 보이겠지만 아직 유럽 재정 위기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위험이 있다. 중국 역시 신용 경색과 구조조정 결말이 불투명해서 당분간 비중 축소가 바람직하다.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성공 가능성이 작아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머징마켓은 이번에 보았듯 수익률 제고를 위해 상대적으로 많은 해외 자금이 유입되었기 때문에 그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다. 특히 인도·브라질 등 경상수지 적자가 급속히 확대되는 국가는 최악의 경우 외환위기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두고 비중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원자재 가격은 조정이 진행되는 데다 최대 수요처인 중국 경제의 부진과 겹쳐 최소한 인플레이션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체적으로는 당분간 단기 상품을 안전자산으로 삼고 우리나라와 미국의 주식을 저점 분할 매수한 후 금리가 정상 궤도에 오르면 채권으로 분산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앞으로 몇 년간 매크로 위험이 큰 만큼 보수적인 시각에서 위험자산 비중은 중립 이하로 견지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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