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 배신, 파티는 끝났다
  • 정은호│금융투자연구원 대표 ()
  • 승인 2013.07.0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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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펀드 수익률 형편없어…자산 포트폴리오 재정비할 때

지난 4월부터 국내 투자자 사이에 금 열풍이 불었었다. 한 달 동안 신한은행에서 판매한 골드바가 약 500억원, 국민은행도 300억원 넘게 금 실물을 팔았다. 모양새도 찬란한 1㎏ 골드바뿐 아니라 10g·100g 등 미니 골드바도 활발하게 거래됐다. 10g짜리 미니 골드바의 판매 가격은 대략 g당 6만6000원 수준, 현재 금 가격은 g당 4만8000원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다. 두 달 만에 판매 당시보다 30% 가까이 하락했다. 당시 골드 열풍은 새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우려와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한 측면이 적지 않았다.

실제 금을 거래하면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때문에 금융 투자를 통해 얻는 소득이 2000만원 이상인 금융소득종합과세 부과 대상자들이 금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4월 중순 금이 30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한 것도 투자자들의 발길을 빠르게 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패닉에서 벗어나 금 가격이 안정되면 온스당 1300?15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재의 금 가격은 온스당 1200달러 수준이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하나에 6000만원이 넘는 골드바를 살 형편이 안 되는 서민들이 금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은 금 펀드다. 이것이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주식형보다 훨씬 형편없는 수익률 때문이다. 금융 위기 이후 안전자산의 대표 주자라고 믿었던 금의 배신이다.

국제 금 가격 지속적 하락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운용하는 ‘블랙록월드골드’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42%, 2년 수익률도 -50%로 2년 동안에 투자자들의 자산 절반이 날아갔다. ‘IBK골드마이닝’ 펀드와 ‘신한BNPP골드’ 펀드의 올해 수익률도 -40% 수준으로 고객에게 얼굴을 들 형편이 아니다. 물론 이런 수익률이 자산운용사나 펀드 매니저의 잘못은 아니다. 수익률은 투자 대상에 의해 결정된다. 국제 금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마당에 금 펀드가 수익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금 펀드 수익률이 당분간 살아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버냉키 쇼크로 6월 들어 코스피 지수는 2000포인트에서 1700대까지 하락했다.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이다. 현재 월 800억 달러 한도로 진행 중인 미국의 유동성 공급 정책(QE3)은 무한히 지속될 사안이 아니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RB·연준) 버냉키 의장은 5월 의회 증언에서 향후 실업률 추이에 따라 자산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시장은 이 경고를 무시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7.5% 수준으로 연준이 목표로 하고 있는 6.5%까지 가기에는 갈 길이 멀다. 암묵적으로 시장은 사상 유래 없는 유동성 파티를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 금리가 이처럼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발 유동성 효과다. 모두가 파티에 취하고 익숙해져가는 상황에서 이런 잔치를 조만간 끝낼 수도 있다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대해 시장은 주가 폭락과 금리 상승이라는 카드로 생떼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이나 실업률, 성장률 등을 고려할 때 QE3를 종료할 시점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연준 의장 취임 이후 ‘헬리콥터 벤’으로 불리며 달러를 살포했던 버냉키 의장의 임기도 내년 1월 종료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생각보다 오래 일했다’는 표현으로 연준 의장의 교체를 공식화했다. ‘결자해지’의 심정이랄까. 버냉키는 취임 이후 줄곧 뿌려댔던 달러화에 대한 마무리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물경제 수준은 아직 양적완화 축소나 본격적인 출구 전략을 수행하기까지는 거리가 멀고, 결국 할 수 있는 마지막 작업은 출구 전략 가능성을 열어두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물론 시장도 알고 있다. 이런 유동성 파티가 긴 시간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현재 일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시장의 반응은 그 시점을 확인하고 싶지 않다는 투정일 뿐이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연준이 현재 가지고 있는 목표 수준에 도달하지 않아도 유동성 공급이 더는 실물경제 회복에 효과가 없다는 판단이 들면 출구 전략은 예상보다 빨리 시행될 수 있다. 유동성 함정이 확인되면 달러를 찍어내는 윤전기의 가동은 멈출 수밖에 없다. 이제 미국 경제가 다른 국면으로 접어드는 시점을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또 다른 축인 중국과 일본에도 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은 1분기에 전년 대비 7.7% 성장하는 데 그쳤다.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각종 경제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연 7% 수준의 성장을 용인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성장에 기대어 세계 경제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 개의 화살’로 야심차게 진행되던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화살만 소진한 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화살인 성장 전략이 발표되던 6월5일, 일본의 주가는 4% 하락으로 화답(?)했다. 아베 정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보여준 것이다. 총선 전이었던 지난해 11월 아베노믹스 발표 이후 80% 이상 상승했던 일본의 주가는 한 달 동안 20%나 하락했다. 아베의 화살은 생각보다 위력이 크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본격적으로 유동성 회수에 나선다면 일본 경제는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분간 금에 대한 기대 접어라

시기의 문제일 뿐 미국의 출구 전략은 시행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발생할 상황은 분명하다. 세계적으로 펼쳐져 있던 미국의 투자 자금이 회수되면서 주식·채권 가격의 하락(금리 상승), 환율 상승(달러 가치 상승), 이에 따른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때 추가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금융 위기 이후 짧은 기간에 공급된 유동성 수준은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며, 이런 막대한 자금을 회수하는 경우 어떤 나라가 어느 정도나 영향을 받을 것인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브라질과 인도가 유탄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소나기에 그칠지 쓰나미가 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무엇인가 불길한 것이 다가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고, 예상되는 경제 시나리오에서 수익률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출구 전략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금·원자재 등에 대한 수요가 살아나 펀드 수익률이 개선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미 손실이 났다고 묵혀두는 것만이 대안이 아니다. 투자 판단의 시점은 항상 현재이다. 기왕의 손실은 잊고 회복 가능성이 가장 큰 자산을 골라야 한다.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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