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조용필·들국화 보러 가자
  • 김봉현│대중음악평론가 ()
  • 승인 2013.07.0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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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안에서 판 벌리는 뮤직 페스티벌 붐, 붐, 붐

격세지감이다. 역시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섣불리 단언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뮤직 페스티벌 이야기다. 돌이켜보자. 몇 년 전만 해도 올해의 광경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미래였다. ‘왜 한국에는 제대로 된 뮤직 페스티벌이 없는가’는 음악 관계자들의 주된 대화 주제 중 하나였다.

사정이 달라졌다.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몇 년간 두세 개의 뮤직 페스티벌이 지속하며 성장하는가 싶더니 올해 들어서는 포화도 이런 포화가 없다. 뮤직 페스티벌의 주 시즌인 여름까지 갈 것도 없다. 2013년 대한민국은 봄부터 이미 각종 뮤직 페스티벌로 포화 상태였다.

‘록페’라고 하기에는 이제 어색하다. 그래서 뮤직 페스티벌이라고 쓴다. 록을 넘어 재즈, 팝, 제3세계 음악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악 장르가 페스티벌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변화는 단지 장르의 다양화뿐이 아니다. 단적으로, 뮤직 페스티벌에 음악만을 듣기 위해 가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외국 뮤지션의 공연은 뮤직 페스티벌의 가장 큰 티켓 파워이긴 하다. 하지만 뮤직 페스티벌에 입장하는 상당수 관객은 음악 ‘마니아’가 아니다. 그들에게 방점은 뮤직이 아닌 ‘페스티벌’에 찍혀 있다. 잔디밭에 누워 뮤지션의 공연을 배경음악으로 즐기는 그들은 뮤직 페스티벌에 ‘휴가’를 온다. 이제 한국의 뮤직 페스티벌은 대중의 휴양지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공연을 보며 바비큐를 먹을 수 있는 자라섬(경기도 가평) 리듬앤바비큐 페스티벌처럼 뮤직 페스티벌 자체가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온 덕택이기도 하다.

뮤직 페스티벌 방점은 뮤직 아닌 ‘페스티벌’

서울재즈페스티벌·그린플러그드·뷰티풀민트라이프 등이 봄을 대표했다면 올여름은 뮤직 페스티벌의 본격적인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굵직한 뮤직 페스티벌만 얼추 추려도 다섯 개나 된다. 안산밸리 록페스티벌, 지산월드 록페스티벌,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슈퍼소닉,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가 그것이다.

먼저 안산밸리 록페스티벌이다. 이름은 생소할지 모르지만 사실 안산밸리 록페스티벌의 실체는 지난 몇 년간 최고의 뮤직 페스티벌로 자리 잡아온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이다. CJ E&M이 지산리조트와 맺은 4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 안산시와 새로 계약을 맺고 대부도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이다. 일본의 후지 록페스티벌 헤드라이너 중에서 닌(NIN), 큐어(The Cure)를 데려왔고 최근 에셉 락키(ASAP Rocky)와의 작업으로 힙합 팬들에게도 화제가 됐던 일렉트로닉 뮤지션 스크릴렉스(Skrillex)가 헤드라이너로 가세했다. 그 밖에도 풍성하고 균형 잡힌 라인업을 자랑한다. 7월26일(금)~28일(일).

안산밸리 록페스티벌과는 별개로 지산월드 록페스티벌 역시 올해에도 열린다. 자미로콰이(Jamiroquai), 플라시보(Placebo), 위저(Weezer) 등의 헤드라이너가 무게감에서 안산밸리 못지않고 오히려 한국에서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올해 지산월드 록페스티벌이 훌륭한 이유는 바로 나스(Nas)가 첫날 무대에 서기 때문이다. 힙합 팬에게 나스의 첫 내한은 말하자면 지난해 라디오헤드(Radiohead)의 첫 내한이 록 팬에게 주었던 충격과 동급이라고 보면 된다. 힙합 순수주의자들의 아이돌과도 같은 나스의 공연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8월2일(금)~4일(일).

존 레전드와 메탈리카도 내한 공연

지산밸리와 라이벌 구도를 보여온 펜타포트 록페스티벌도 만나볼 수 있다. 사실 두 페스티벌이 한 뿌리에서 나왔고, 펜타포트가 먼저 출발하긴 했지만, 그동안 흥행 및 여러 면에서 지산이 앞서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러한 느낌은 올해에도 이어질 듯싶다. 재결성 후 기대 이상의 노익장을 과시해오고 있는 들국화의 존재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다른 뮤직 페스티벌에 비해 다소 소박하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런 만큼 티켓값이 저렴하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다. 지산월드 록페스티벌과 날짜가 겹친다. 8월2일(금)~4일(일).

슈퍼소닉도 지난해에 이어 개최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조용필의 존재다. 조용필의 출연은 얼마 전 발매돼 엄청난 반응을 얻었던 새 앨범과 어울려 확실히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최근 라이브를 직접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의 공연 실력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자신의 개런티를 후배 뮤지션들이 출연할 수 있는 ‘헬로(Hello) 스테이지’의 신설에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혀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밖에 흑인음악 팬이라면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Earth, Wind & Fire)와 존 레전드(John Legend)를 놓칠 수 없다. 둘 다 첫 내한은 아니지만 각각 ‘완성된 전설’과 ‘전설이 되어가는 뮤지션’이니 의심이 비집고 들어갈 구석은 없다. 특히 존 레전드는 지난 내한 공연 때 보니 역시 섹시하고 끈적하고 소울이 충만했다. 8월14일(수)~15일(목).

마지막으로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다. 그동안 거물급 아티스트를 연이어 섭외해 공연 시장에 충격을 안겼던 슈퍼콘서트 시리즈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이번 시티브레이크에는 뮤즈(Muse)와 메탈리카(Metallica)를 내세웠다. 전성기는 지난 듯하지만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의 이름도 반갑다. 기린, 얄개들 등 다른 뮤직 페스티벌과 다소 다른 국내 라인업도 눈에 들어온다. 개최 일자가 가장 늦다. 8월17일(토)~18일(일).

그 외에 힙합 전문 페스티벌이 몇 개 생겼다는 점도 반갑다. 힙합 페스티벌은 힙합 팬들의 오랜 소망이었지만 국내에서 록보다 저변이 좁다거나 하는 몇몇 이유로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드디어 몇 개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먼저 9월6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붐뱁 코리아 2013’은 힙합과 덥스텝을 메인으로 하는 뮤직 페스티벌로서 현재 공개된 헤드라이너가 에셉 락키다. 최근의 힙합음악 및 패션을 대표하는 가장 뜨거운 젊은 피인 만큼 벌써부터 청소년 팬의 반응이 좋다.

그런가 하면 CJ E&M에서 주최하는 ‘원 힙합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는 현재 타이가(Tyga)가 공개됐다. 타이가는 지금의 주류 힙합을 이끌어가는 레이블 중 하나인 영 머니(Young Money) 소속 래퍼로서 앞서 언급한 에셉 락키와 더불어 빅 션(Big Sean), 믹 밀(Meek Mill) 등과 힙합의 젊은 세대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뮤지션이다. 9월7일부터 8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너무 많아서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하는 올해의 뮤직 페스티벌 시장이다. 각자의 기호와 취향에 맞게 적어도 한 군데쯤은 사랑하는 사람과 다녀오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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