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 수술, 5년 안에 사라진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3.07.0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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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시술→약’으로 치료법 진화…줄기세포로 심장 근육 보호도 가능

앞으로 심장질환 치료에서 수술은 점차 사라진다. 약이나 줄기세포로 심장 기능을 유지하는 방법이 곧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모든 병원에서 하는 일반적인 치료법은 5~10년 안에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심장질환은 암, 뇌질환과 함께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한국인의 사망 원인이다. 심장질환 중에서 심장 근육이 죽는 병(심근경색)이 무섭다. 돌연사의 주범이다.

펌프질해서 혈액을 온몸에 보내려면 근육 덩어리인 심장도 다른 장기처럼 혈액이 필요하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관상동맥)은 콜레스테롤과 같은 노폐물로 좁아지고, 수십 년 동안 쌓인 노폐물(죽상반)이 어느 날 터지면서 혈관을 틀어막으면 문제가 생긴다. 혈액이 심장에 공급되지 않아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 시사저널 임준선
김세명씨(64)는 몇 년 전 심근경색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젊은 시절에는 축구·배구 등 못 하는 운동이 없는 만능 스포츠맨이어서 건강만큼은 자신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가끔 가슴이 아프고 숨 쉬기가 불편해졌다. 조금 쉬면 곧 좋아져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어느 날 퇴근길에 심한 가슴 통증을 느꼈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운전대를 병원으로 돌렸다. 진단 결과는 심근경색이었다. 심장에는 중요한 큰 혈관 세 개가 있는데, 김씨의 경우 세 혈관이 모두 좁아진 상태였다. 그는 “병원에 조금만 늦게 도착했더라면 생명을 잃을 정도로 심각했다”며 “좁아진 심혈관 세 곳을 뚫는 시술을 받고 생명을 건졌다”고 말했다.

심장 혈관이 좁아지면 우리 몸은 경고 사인을 보낸다. 대표적인 증상이 가슴 통증이다. 등산할 때,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 심장은 평소보다 더 빨리 뛴다. 심장이 많이 움직이려면 피가 필요한데, 혈관이 막히면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통증이 생긴다. 극심한 통증을 느끼지만 5분 정도 쉬면 회복되곤 한다. 이것이 협심증이다.

이 증상이 나타나면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과거에는 전신마취 후 가슴을 열고 수술로 치료했다. 수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술 후 회복 기간이 한 달 정도 걸렸다. 그만큼 환자가 받는 고통이 컸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부터는 가슴을 절개하지 않는 시술(스텐트 시술)이 대세다. 허벅지에 있는 혈관으로 금속 그물망(스텐트)을 넣어 심장 혈관까지 보낸 다음, 좁아진 혈관을 뚫는다. 볼펜 용수철처럼 생긴 스텐트가 좁은 혈관을 넓힌 채로 유지해 혈액이 정상적으로 흐르도록 하는 것이다. 광산 갱도에 버팀목을 두어 갱도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시술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로 짧고, 환자는 시술받은 후 2~3일 만에 퇴원할 수 있다.

(왼쪽)왼쪽부터 정상 혈관이 막혀가는 과정. (오른쪽)노폐물이 쌓여 좁아진 혈관을 스텐트로 넓히는 그림. ⓒ 시사저널 자료사진
일반적인 치료법 점차 사라질 것

환자가 받는 부담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치료 효과도 좋아 스텐트 시술은 거의 모든 병원에서 사용하는 치료법이 됐다. 그런데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 일부에서 심장 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그 대안으로 약물을 입힌 스텐트가 고안됐다. 재발을 막는 약물을 스텐트 표면에 바르고 코팅한 것이다. 스텐트를 혈관에 넣으면 약물이 장기간 흘러나와 혈관이 다시 좁아지는 현상을 막는다. 이른바 약물 방출 스텐트 덕분에 재발률이 5%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현재 대다수 국내 병원에서는 약물 방출 스텐트를 사용한다.

재발률을 더욱 낮추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현실에 적용이 가능한 결과물로는 ‘녹는 스텐트’가 대표적이다. 현재 유럽에서 마그네슘으로 만든 녹는 스텐트가 개발돼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이 스텐트는 6개월간 서서히 녹으면서 혈관 벽에 쌓인 노폐물이 퍼지지 못하게 하는 막을 형성한다. 막을 완전히 형성하면 녹아서 없어진다.

앞으로는 스텐트 시술 건수가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심장 혈관 내부가 절반 정도 막힌 상태는 스텐트 시술로 뚫는 것이 기본적인 치료법이다. 그러나 혈관이 좁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즉, 심장 기능에 이상이 없다면 혈관이 어느 정도 좁아져도 수술은 물론 스텐트 시술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몸에 손을 대는 것은 환자의 부담이었는데, 이 부담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장은 “컴퓨터 단층 촬영(CT) 등을 통해 심장 혈관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해서 50% 이상 막혔다면 스텐트 수술을 했지만 실제로는 이 중 상당수는 심장 기능에 문제가 없었다”며 “눈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혈액의 흐름을 확인해서 이상이 없다면 혈관이 좁아졌더라도 그냥 놔두거나 약물로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가까운 미래의 치료법에 대해 “사람의 몸에 손을 대지 않는 방향으로 심장질환 치료법이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심장질환은 심장 판막이 굳어지는 병이다. 요즘은 심장 판막 수술도 스텐트 시술로 한다. 심장이 피를 뿜어낼 때, 혈액이 역류하지 않도록 막는 밸브 역할을 하는 조직이 판막이다. 나이가 들면서 세 조각이던 판막이 서로 붙어 굳어져 혈액 흐름을 막는다. 치료하지 않으면 1~2년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50%에 달할 정도로 치사율이 높다. 굳어진 판막을 떼어내고 금속으로 만든 인공 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이 현재까지 일반적인 치료법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술 없이 판막을 교체하는 치료가 눈길을 끈다. 가슴을 절개하는 기존의 대수술과 달리 엉덩이 부위에 있는 혈관을 따라 풍선을 판막까지 도달하게 한 다음, 좁아진 판막에 풍선을 위치시켜 부풀린 후, 판막 역할을 할 수 있는 스텐트를 고정한다.

박 원장은 “지난해 심장 판막을 시술한 54명 중 52명의 시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96%의 성공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시술 후 한 달간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또 시술을 받은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78세로 그중에는 92세 할머니도 포함돼 있어 고령자도 수술이나 마취 부담 없이 치료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원장은 “이 시술은 미국·유럽 등지에서 안전성과 치료 효과가 입증돼 전 세계적으로 이용되는 혁신적인 치료법”이라며 “이번 결과를 통해 국내에서도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줄기세포 치료도 곧 실현될 듯

이상문씨(60)는 최근 위암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 후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변했다. 의료진이 급히 확인해본 결과 원인은 심근경색이었다. 심근경색이 생긴 지 적어도 하루가 지난 뒤였다. 막힌 혈관은 어떻게든 뚫을 수 있지만 문제는 심장세포다.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죽은 심장세포를 정상으로 되돌릴 방법이 없다. 심근경색 환자 100명 중 80명은 제때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만, 나머지 20명은 치료 시기를 놓친다.

보통 3시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면 심장이 멈추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영양분과 산소 부족으로 심장세포는 죽기 시작한다. 심장에도 큰 혈관과 작은 혈관이 있는데 큰 혈관이 막힐수록 손상된 심장 부위는 크고 치명적이다.

이씨처럼 심근경색을 늦게 발견한 사람에게 적합한 치료법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국내 심혈관질환 줄기세포 치료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김효수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2002년부터 10년 동안 죽어가는 심장 조직을 줄기세포로 회생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2006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그 효과가 입증돼 세계적인 의학 저널에 실렸다. 김 교수는 “줄기세포가 새로운 심장세포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죽어가는 세포를 살려내므로 심장근육의 괴사를 막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많은 양의 줄기세포가 필요하므로 골수에서 채취한다. 그러나 환자는 전신마취 등의 부담이 크다. 김교수는 약물을 사용해 골수에 있는 줄기세포가 온몸의 혈관으로 나오게 한 다음, 말초혈관에서 채혈하듯이 줄기세포를 뽑아낸다. 이 줄기세포 10억개 이상을 다시 환자의 심장에 주입하면 죽어가던 세포가 살아난다.

그러나 그의 의료 기술은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지 못한다.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보건복지부에 신의료기술 승인을 요청했지만 1년을 끌다가 반려했고 현재 재심사 중”이라며 “세계가 인정한 의료기술인데도, 이 치료법을 검토할 전문가가 없어서 승인을 못 받았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심장질환을 예방할 방법도 연구 중이다. 특히 심장 혈관에 쌓이는 노폐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혈관 내부에 노폐물이 쌓이다가 어느 순간 터져 혈관을 틀어막으면 심근경색이 시작된다. 어떤 노폐물이 언제 터지는지를 밝혀내면 심근경색을 예방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장은 “3년 전부터 심장질환 환자의 혈관 내부를 다양한 방법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그중에서 심근경색이 생긴 환자의 혈관을 과거의 것과 비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어려운 연구라서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호두가 심장질환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영양학회 저널에 따르면,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8주 동안 매일 호두를 섭취하도록 했더니 혈관 기능이 개선됐다. 데이비드 카츠 예일 대학 예방의학연구센터장은 “호두는 혈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심근경색의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흡연, 고지혈증, 비만,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이 위험 인자로 꼽힌다. 심근경색 환자의 74.2%가 10~40년 이상 장기 흡연자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흡연은 산소 공급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심장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동물성기름 성분 섭취가 늘어나도 혈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육류에 있는 포화지방산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 시사저널 전영기
심장질환에서는 혈관이 늘 문제다. 심장을 둘러싼 혈관이 좁아지면 심장에 이상이 생긴다. 그 혈관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점점 좁아지고, 그 틈으로 혈액이 흐르는 탓에 혈류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그 부위를 넓혀야 하는데, 볼펜 스프링처럼 생긴 금속 그물망(스텐트)을 넣어 좁은 혈관을 넓히는 시술이 일반적인 치료법이다. 스텐트 시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장은 작은 혈관은 물론 큰 심장동맥(레프트 메인)의 막힌 곳까지 스텐트 시술로 치료하는 방법을 국내외에 전파시킨 의사다. 그 전까지는 가슴을 여는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수술보다 환자가 받는 부담을 훨씬 줄이는 치료법을 제시한 것이다. 6월26일 인터뷰에서 박 원장은 스텐트 시술이 모든 환자에게 필요 없다는 연구 결과를 꺼냈다.  환자의 부담을 또 한차례 줄이는 치료법을 개발한 셈이다.

 

심장 혈관이 50% 이상 막히면 스텐트로 뚫어야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인가.

혈관의 절반 이상이 좁아진 환자에게는 무조건 스텐트 시술을 하라고 권했다. 그런데 지난 3~4년 동안 연구해보니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영상 진단으로는 심장 혈관이 50~70%나 좁아진 것이 확인되지만, 그런 사람 중에 67%는 가슴 통증 등의 협심증이 없었다. 이들은 굳이 치료가 필요 없는 사람이다.

혈관이 좁아졌더라도 혈액 흐름(혈류)에 이상이 없다면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그 점이 핵심이다. 눈으로 보는 혈관 내부의 모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혈류를 측정해야 한다. 혈류가 25% 감소하면 협심증이 올 것으로 보고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이하라면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 즉, 눈으로 보고 치료를 결정하지 말고 실제 심장의 기능을 확인해서 치료해야 한다는 말이다. 혈류도 정상이고 협심증도 없는데 혈관이 좁아졌다는 이유로 멀쩡한 환자의 몸에 상처를 내는 치료는 굳이 필요 없다고 본다.

모든 병원에서 혈류를 기본적으로 측정하지 않는가.

심장 혈관의 혈류 측정은 기본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영상 속 혈관 사진에 많이 의존한다. 혈류에 이상이 없어도 혈관이 좁아졌다면 시술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4월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기준을 바꿨다. 영상만 보지 말고 꼭 혈류를 측정해서 치료에 반영하도록 말이다.

혈관이 이미 좁아진 환자를 치료하지 않으면 결국 심근경색에 걸리지 않는가.

그대로 놔둬도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약물을 처방하기도 한다. 아무튼 수술이나 시술을 하지 않으므로 환자로서는 반길 일이다. 이번 연구로 심장질환 치료에 드는 개인적·사회적 비용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큰 심장 혈관 세 개가 동시에 좁아졌다면 어떻게 하는가.

과거에 심장의 큰 혈관 세 개가 모두 좁아진 환자는 무조건 수술이나 스텐트 시술을 했다. 그런 환자들을 조사해보니 실제로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14%에 불과했다. 즉, 86%는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 없는 사람이다.

다른 의사들의 이견은 없는가.

의사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의료계가 과거 스텐트 시술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앞으로 5~10년 안에 심장질환 치료법이 크게 바뀔 것으로 확신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스텐트 시술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

이미 우리 병원에서 스텐트 시술 건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수술은 60%나 줄었다.

협심증이 나타난 환자는 스텐트 시술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가.

물론이다. 협심증이 생긴 것은 심장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다. 즉시 치료해야 한다. 또 혈류가 25% 이상 줄어든 환자도 협심증이 100% 있다고 보고 치료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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