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순도’가 살아 있네
  • 윤희웅│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 ()
  • 승인 2013.07.0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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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임기 첫해 상반기 성적표…역대 대통령과 비교 분석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첫해 상반기 성적표가 나왔다. 역대 정권이 집권 첫해 상반기 성적표에 남다른 신경을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향후 4년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박 대통령은 지금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선거는 대통령 권위와 통치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가장 신성하고 중요한 절차인데, 지금 그 선거를 둘러싸고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투명해야 할 선거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대선 과정에서 쟁점이 되기도 했던 ‘NLL 문제’에 대해서도 여야 간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대선 전에 여당 인사들이 남북 간 정상 대화록을 이미 입수해놓고 있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쯤 되면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지지율이 휘청거리는 게 정상이다. 야당이 사활을 걸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검찰의 기소가 이루어졌고, 국정조사도 시작됐다. 여권이 전반적으로 수세에 몰리는 양상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별반 요동이 없다. 이러한 논란들이 현재 박 대통령 국정 지지율에 다소간 영향을 미치고는 있지만 제한적이다. 현재 박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조사 방식에 따라 적게는 50% 중반, 많게는 60% 후반대까지 나오고 있다. 야당의 공세가 무색할 정도다.

언젠가부터 대중이 상당히 냉정해졌다. 대통령을 뽑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싸늘하게 외면해버리는 현상이 쉬 나타나곤 했다. 직전 두 명의 대통령에게서 이런 일이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임기 초반 20% 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3개월이 지나자 40%대로 떨어졌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4개월이 지난 지금 오히려 임기 초보다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50~70%가 나오고 있다. 대중이 변한 것인가, 대통령이 다르기 때문인가.

박, 고정 지지층 견고한 ‘양김’ 닮아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과 비교해보면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비교적 차이가 크다. 양김(兩金)의 경우 임기 첫해 상반기에 70% 선을 넘는 등 1년 차까지는 50% 선 이상을 유지했다. 2년 차 중반에 가서야 50% 선이 흔들렸다. 반면 노·이 전 대통령의 경우 임기 첫해 상반기에 이미 50% 선이 붕괴되었음은 물론, 1년 차에 20~30%대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경험했다. 직전 두 대통령의 지지층이 양김보다 상당히 허약했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7대 대선 때 득표율(48.7%)로만 보자면 2위 후보(26.2%)와 확연한 격차를 보였지만 실제 득표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17대 대선 투표율 자체가 63%로 역대 대선 중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전체 유권자 중에서 30.5%만 이 전 대통령에게 투표한 셈이다. 당시 상대 당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의 지지층은 거의 무너진 상황이었고, 선거 자체도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승부는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기도 전에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경선 경쟁자였던 박근혜 후보가 고정적으로 20~25%의 지지를 얻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본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절대적 지지’가 아니라 ‘상대적 지지’로서 용인했던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의 지지층은 온전히 이 전 대통령의 것이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잠시 이전된 성격이 강했다. 정권을 잡았지만 여권 내에서 당시 박근혜 전 대표와 대립각이 형성된 것도 이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탄탄해지기 어려웠던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권 초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국면에서 여지없이 국정 지지율이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2년 대선 과정에서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함으로써 정 후보의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었다. 당시 정 후보 지지층은 전형적인 ‘정치적 노마드층’이었다. 수도권·40대·중산층이 주 지지층이었는데 이들이 노 전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반감을 가지면서 임기 초반 가장 먼저 이탈해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선거 당시 지지층이 온전히 당선 후보의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과 유사한 면이 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당시 지지층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었다고 할 만하다. 차기 주자로서 여권 내에서 오랫동안 지지층을 다져왔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당 내 경쟁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단일화 과정 없이 당선됐다. 다른 후보, 다른 세력과 결합되지 않았고 오랫동안 독보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에 그만큼 지지층의 ‘순도’가 높다. 대선 투표율도 높았고 충성도 높은 고정 지지층이 견고하게 형성·유지됐기 때문에 국정 운영을 시작하고 4개월이 흘렀어도 국정 지지율이 그다지 흔들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악재가 발생하더라도 이들이 든든한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야당 허약해 국정 지지율 안 흔들려

정치 9단이라고 하는 ‘양김’처럼 오랜 정치 역정에서 형성된 고정 지지층이 존재하고 취임 효과와 맞물리면서 임기 첫해 높은 국정 지지율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박 대통령은 노·이 전 대통령의 모델보다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양김의 경우, 대선 후보 당시 부정적 루머나 네거티브 공격이 있어도 지지도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하게 결집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후보 ‘보호의식’이 작용한 탓이다. 박 대통령이 임기 초반 인사 논란 국면에서 지지율이 한때 낮게 나오기도 했지만 기대감 자체는 70%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북 정책을 놓고 정치적 공방이 일자 오히려 국정 지지율은 상승했다. 지지층이 결집하는 현상이었는데 이는 과거 후보 시절의 양김과 유사한 면이기도 하다.

야당이 허약한 것도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중적 신뢰를 받는 야당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적절한 대안을 내놓으면 대중은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인식을 재조정한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은 국정조사도 성사시키고 새누리당을 압박하고는 있지만, 기본적 신뢰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보니 대통령 국정 평가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근본적 소재도 별로 없어 보인다. 복지 확대와 경제민주화는 진보 진영의 핵심 무기인데 이에 대한 이슈 주도권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북 정책에서도 과거에는 야당의 입장처럼 협력 기조에 대한 선호가 우세했는데 최근에는 협력보다는 강경 기조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높아졌다는 점도 야당의 존재감 부각을 제약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엔 박 대통령 국정 지지율 그래프도 하향 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의 경제적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거나, 측근 비리와 여당의 반발 등을 전적으로 차단하고 잘 관리한다면 모를까. 다만 그 하락 폭은 직전 노·이 전 대통령들보다는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2월25일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3월8일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5월8일 박근혜-오바마 한미 정상회담, 6월25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하는 남재준 국정원장, 6월27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동 기자회견. ⓒ 시사저널 이종현·박은숙·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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